
SK 김용희 감독은 현역시절에도, 은퇴 후에도 ‘미스터 올스타’로 불린다. 1982년 원년 올스타전 MVP의 주인공이었고, 1984년 또 한번 미스터 올스타로 등극하며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스포츠동아DB
한턱 쏘느라 적자…하지만 행복한 추억”
SK 김용희 감독은 현역 시절 ‘미스터 올스타’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1982년과 1984년 2차례에 걸쳐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이제 30년도 지난 얘기지만, 김 감독은 “팬들이 기억해준다는 것이 고맙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당시 올스타전 분위기는 흥겨웠다. 김 감독은 “그 때는 올스타전을 3경기 치렀는데, 팬들의 호응이 좋았다. 그러다보니 선수들도 더 잘하려고 했다”고 회고했다. 2차례나 ‘별 중의 별’이 된 비결로 김 감독은 첫 타석을 강조했다. 첫 타석에서 잘 치면 수상 가능성이 있어 감독이 빼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1982년 올스타 2차전에서 홈런 2방을 뽑았는데, 3방을 날린 롯데 팀 동료 김용철에게 밀리고 있었다. 그러나 3차전에서 만루홈런을 터트리며 전세를 역전시켰다.
김 감독은 “야구를 하며 허리가 너무 아팠다. 앉지도 못할 정도라 장기레이스는 힘들었다. 올스타전이나 포스트시즌처럼 단기전에서 성적이 잘 나왔다”고 밝혔다. 롯데 출신들이 올스타전에서 초강세인 것을 두고는 “내가 길을 잘 뚫어놓아서”라며 웃었다.
올스타전 MVP로 3년 새 자동차 2대가 생겼다. 김 감독은 “맵시라는 차였는데 사업하는 사람들이 재수 있는 차라고 팔라고 난리였다. 당시 차 값이 500만원이었는데, 600만원 준다고 해도 안 팔다가 아는 후배에게 200만원에 팔았다. 나머지 1대는 내가 탔다”고 밝혔다. 주변에 답례로 시계를 선물해주고, 밥을 사다보니 오히려 지출이 더 많았다. 그래도 기분 좋은 적자였다.
김 감독은 요즘 일부 선수들이 올스타전 출장을 달가워하지 않는 풍조에 대해 “이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데. 은퇴할 때 되면 안 불러줘서 서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구선수는 추억으로 사는 업(業)이라는 것을 김 감독은 알고 있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