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대주자 넥센 유재신, 주전 백업으로 신분상승

입력 2015-07-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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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유재신이 21일 잠실 LG전에서 2-1로 앞선 9회초 2사 만루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2타점 2루타를 날리고 있다. ‘전문대주자’인 그가 모처럼 방망이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냈다. 스포츠동아DB

결정적 찬스마다 제몫…“컨디션 유지 위해 최선”

‘전문대주자’는 고달프다. 잘 하면 본전, 못 하면 욕먹기 쉬운 애매한 포지션이다. 특성상 스포트라이트는 언감생심이다. 그래서 전문대주자의 영역을 개척한 삼성 강명구 전력분석원은 “발만 빠른 반쪽 선수라는 얘기를 듣지만, 대주자 역할이 뿌듯했다. 다만 후배들은 대주자를 넘어 주전으로 도약했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넥센 유재신(28)은 ‘8회의 사나이’다. 경기 후반 출루한 타자를 대신해 대주자로 그라운드에 선다. 남들은 승부가 저물어가고 있다고 판단하는 바로 그 시점에, 비로소 그의 야구는 시작되는 것이다.

민첩한 판단력과 빠른 발이 필요하다. 벤치에서 도루 또는 히트앤드런 등의 다양한 작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압박감과 중압감을 이겨내는 멘탈도 필요하다. 보잘것없는 작은 역할로 비치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팀 승리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중요한 위치. 그럼에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득점하기 힘든 까닭에 늘 조연에 머문다.

물론 타석에 들어설 기회도 간혹 얻는다. 넥센은 21일 잠실 LG전에서 2-1로 앞선 9회 2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대타를 소진한 넥센 덕아웃은 유재신에게 타격을 맡겼다. 그는 믿음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좌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2루타로 팀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2번의 실패는 없었다. 8일 목동 KIA전에서 3-3으로 맞선 9회 1사 만루서 윤석민에게 삼진을 당했던 아픔을 고스란히 토해냈다. 그는 “이번 만루는 어떻게든 치고 싶었다. 타석에서 생각을 단순하게 하려고 했고,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렸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재신은 올 시즌 비약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까지 통산타율이 0.235에 그쳤지만, 올 시즌에는 23일까지 타율 0.353에 6도루를 기록했다. 주전들의 빈 자리를 메우기에 충분한 성적이다.

스포트라이트는 단 하루. 다음날이면 다시 대주자의 위치로 돌아간다. 그러나 유재신은 다가올 내일을 기다린다. “우리 팀에는 쟁쟁한 선수들이 많다. 내 역할은 그 뒤를 받치는 것이다. 남들보다 경기에 덜 뛰는데, 항상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며 웃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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