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장채근 감독 “다른 팀 3시간 뛸때 우리는 9시간 뛰었다”

입력 2015-07-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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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야구에서 약체로 꼽히던 홍익대가 장채근 감독 부임 이후 전국대회 우승팀으로 변모했다. 24일 벌어진 제8회 대한야구협회장배 전국대학야구대회 결승전에선 동국대를 5-4로 누르고 2년 연속 전국대회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스포츠동아DB

■ 전국대학야구 우승 홍익대 장채근 감독

부임 후 지옥훈련…11명이 그만두기도
약체 탈출 2년 연속 우승…나도 놀랐다


대학야구의 ‘약체’ 홍익대는 2011년 9월 장채근 감독 부임 이후 눈에 띄게 변하기 시작했다. 2013년 2차례 준우승을 시작으로 지난해 전국대학야구 하계리그전에선 우승을 거머쥐었다. 홍익대가 전국 단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4년 대통령기 이후 10년만이었다.

홍익대는 올해 또 한 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4일 남해 스포츠파크에서 벌어진 제8회 대한야구협회장배 전국대학야구대회 결승전에서 동국대에 5-4 역전승을 거뒀다. 2년 연속 전국대회 우승을 거둔 장 감독은 “홍익대가 야구 불모지나 다름없었는데 기분이 매우 좋다. 무엇보다 팀 분위기가 360도 바뀐 게 고무적이다.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홍익대는 8강전부터 쟁쟁한 상대를 제치고 우승을 달성했다. 8강전에서 춘계리그전 우승팀 인하대를 꺾은 홍익대는 준결승에선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우승팀 경성대를 잡았다. 앞선 두 대회 우승팀을 제치고, 결승에선 전통의 강호 동국대를 제압했다. 장 감독은 “사실 이렇게까지 잘해줄지 몰랐다. 상대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팀들이었다. 우리는 주축들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1학년이 6명이나 뛰었다”고 밝혔다.

홍익대는 안방마님이자 주축타자인 3학년 나원탁 등 주축 3명이 부상으로 빠졌다. 장 감독은 이 빈 자리를 올해 입학한 1학년들로 채웠다. 포수 최준혁과 외야수 한상구 장성훈 신관식은 주전으로 뛰었고, 내야수 최경모와 외야수 김주형도 출장시간이 많았다.

장 감독은 어떻게 약체 홍익대를 바꿔놓았을까. 그는 “우리는 다른 팀에 비해 연습량이 절대적으로 많다. 다른 팀이 2∼3시간 할 때, 우린 9∼10시간을 했다. 이젠 선수들에게 악바리 근성이 심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장 감독이 부임하고 훈련량을 늘리자, 선수 11명이 그만두기도 했다. 그만큼 ‘대충’ 하는 선수들이 많았던 것이다.

장 감독은 “많은 선수들이 프로에 간 뒤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학 때 많이 훈련해둬야 프로에 금방 적응할 수 있다”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 프로 생활은 실패였다고 본다. 제자들에게 항상 ‘나 같은 길을 걷지 마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프로 시절 1년 선배인 선동열 전 KIA 감독과 배터리를 이뤄 해태를 6차례나 우승으로 이끌었다. 1991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와 3차례 골든글러브(1988·1991·1992년)를 수상했지만, 그는 실패를 먼저 언급했다. 제자들이 자신보다 더 큰 선수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제 홍익대 하면 ‘강훈련’이 떠오른다. 장 감독은 “대학생이지만, 고교 스타일의 기본 훈련도 많다. 4년 뒤 프로에 가서 웃을 수 있는 선수가 되라는 것이다. 이제 선수들도 우리가 훈련이 많은 걸 안다. 그런데도 진학을 선호한다. 예전엔 오지 않으려던 학교였는데,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소속팀을 강팀의 반열에 올려놓았지만, 아쉬움은 있다. 바로 대학야구에 대한 지원이다. 현재 대학야구는 1년에 5개 대회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 감독은 “5개 대회도 겨우 연명하는데, TV 중계도 잘 안돼 각 대학들의 지원이 줄어드는 형편이다. 프로야구, 즉 위에만 활성화시켜선 안 된다. 아마추어가 프로의 젖줄 아닌가. 형님격인 KBO도 좀더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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