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생애사와 화집이 만났다

입력 2015-07-30 19: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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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새로 보는 박수근 : 박수근 100장면’ 출간
박수근 총서 시리즈 전 5권 중 4권 세상 속으로


‘예술은 고양이 눈빛처럼 쉽사리 변하는 것이 아니라, 뿌리 깊게 한 세계를 깊이 파고드는 것이다.’ -박수근

화가 박수근.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 1914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1965년 세상을 떠났으니 지난해엔 탄생 100주년이, 올핸 작고 50주기를 맞는다. 52세에 요절한 화가는 생전에 몹시 가난해 전시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비운의 작가였다. 지난해 탄생 100주년을 맞아 특별전이 열리고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올해는 탄생 100주년을 맞아 많은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이태동안 ‘박수근의 해’였던 셈이다.

그럼에도 박수근은 여전히 물음표가 많다. 연보도 그렇고, 고향도 그렇고, 삶의 궤적 또한 그렇다. 그런 면에서 박수근의 삶을 바로 알고 재조명하는 총서 ‘박수근과 미술관 총서’가 나온 것은 반가운 일이다. 누군가 해야 할 일, 그러나 그 고단하고 지난한 일을 한 권이 아닌 총서로 만든다는 것은 ‘역사의식’과 ‘책임의식’이 없으면 힘든 일이다. 이런 ‘무거운 굴레’를 지고 책을 출간한 주인공은 도서출판 수류산방이다.

총서는 지난해 출간 된 ‘박수근, 신화가 된 고통’을 시작으로 최근 ‘박수근 파빌리온’ ‘새로 보는 박수근 : 박수근 100장면’ ‘양구, 박수근과 미술관’이 잇따라 출간되고 총서의 대미인 ‘박수근 서거 50주년 특별전 작품집’만 남기고 있다.

‘박수근과 파빌리온’은 박수근의 생가 터에 미술관과 기념 건축물인 파빌리온이 들어서는 과정과 전시된 작품들을 담은 책이다. 지난해 12월 개관한 ‘박수근 파빌리온’은 박수근 미술관 전체를 계획한 이종호 선생의 유작이기도 하다. 건축 작품집이자 근대 한국 미술 명작 도록을 겸하는 책이다.

‘양구, 박수근과 미술관’은 박수근 미술관 14년의 기록을 담은 박수근미술관 백서다. 박수근미술관은 처음 기획한 고 임경순 양구군수의 이야기와 아파트와 도로로 둘러싸여 있는 박수근 생가터의 박수근미술관, 박수근 파빌리온은 10년 넘게 짓고 다듬어 온 고 이종호 건축가의 건축이야기가 화보와 함께 실려 있다.

최근 출간된 ‘새로 보는 박수근 : 박수근 100장면’은 부제처럼 박수근 탄생 100주면을 기념해 박수근의 삶을 재조명한 것이다. 책 제목처럼 ‘새로 보는’ 박수근이다. 박수근의 삶은 남아있는 이야기가 많지 않다. 사료와 신문기사, 여러 평론가, 문학가, 원로의 회고를 견주어가며 박수근의 삶은 복원했다. 특히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거나 오류인 채로 떠돌던 생애의 기록들을 보완했다고 하니 저자들의 품과 노력, 쟁이정신에 고개가 숙여진다.

대표적인 것이 소설가 박완서와의 만남이다. 연보에 따르면 1953년 지금의 신세계백화점 자리에 있던 미군 PX에 취직했다고 되어 있지만 1953년은 PX가 용산으로 이전하고 박완서는 이미 결혼해 PX를 그만 둔 해이다. 이처럼 연보를 보면 하나하나 사실을 확인하고 오류를 잡은 게 한 둘이 아니다.

이 책의 특징은 박수근의 생애를 100장면으로 나누어 각 장면을 중심으로 그 시기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고 집필한 데 있다. 구술 증언 신문기사 사진자료 등 박수근에 대한 연구와 기록을 다양하게 수록하고 생애사와 화집을 결합해 박수근의 삶을 시각적으로 이해하도록 정리했다. 그림으로 보는 박수근 전기 쯤 된다.

특히 1년 반이라는 편집기간을 걸쳐 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 작품과 연구 자료 목록, 연표, 미술관의 소장자료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박수근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하려면 꼭 봐야할 필수품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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