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5일 만에 등판’ SK 박정배의 눈물

입력 2015-08-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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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박정배. 스포츠동아DB

2일 LG전 구원등판해 팀 승리 지켜

2일 문학 LG전, SK 선발 김광현(27)이 8이닝을 2실점(비자책점)으로 호투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김광현의 바통을 박정배(33)가 이어받았다. 지난해 7월 13일 대구 삼성전 이후 무려 385일 만의 등판. 결과는 삼진-삼진-유격수 땅볼이었다. 총 10개의 공으로 팀의 승리를 지킨 박정배의 뺨에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주체하지 못할 만큼 흐르는 눈물을 글러브로 연신 닦아내느라 동료들의 축하도 제대로 못 받았다.

박정배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지난해 어깨수술을 받았다.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팔꿈치 수술을 2번이나 받은 ‘수술 베테랑(?)’이었지만 어깨는 또 다른 얘기였다. ‘내가 공을 다시 던질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자꾸 그를 엄습했다.

박정배는 불안한 만큼 더 독하게 재활에 매달렸다. 단계별투구프로그램(ITP·Interval Throwing Program)을 소화하다가 중간에 중단하는 건 통과의례 같은 일이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쉬지 않았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다스리는 게 가장 힘든 일이었다.

박정배는 1년 20일 만에 1군 마운드에 돌아왔다. 그토록 서고 싶었던 마운드에 막상 섰더니, 생각보다 긴장이 됐다. 떨리는 가슴을 안고 1구, 1구 혼신의 힘을 다해 던졌다. 최고구속 147km. 3명의 타자를 잡아내고 경기가 끝나자 복잡한 감정이 뒤엉켜 눈물로 터져 나왔다.

박정배는 성공적인 복귀전을 마치고 휴대폰에 들어온 축하메시지에 일일이 답장을 하느라 새벽 3시까지 잠을 못 잤다고 했다. 그는 “2군에서는 그런 공이 안 나왔는데 1군에서는 나와서 나도 놀랐다”며 “재활이 계획대로 잘 진행됐다. 열심히 한 결과가 좋게 나와 기쁘다. 이 모든 건 나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옆에서 도와준 가족, 트레이닝파트 분들, 코치님들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한 번도 필승조가 ‘내 자리’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내가 영원히 던질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때그때 오늘 던지면 또 내일을 준비하고 노력하자는 마음뿐이다. 다시 돌아온 게 기쁘다”며 행복하게 웃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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