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베이스볼] 손승락 “성공과 실패의 극단…마무리 쾌감 즐긴다”

입력 2015-08-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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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마무리 손승락은 역대 최초 4년 연속 30세이브를 향해 뚜벅뚜벅 전진하고 있다. 세이브 투수의 가치를 놓고 말들이 많지만 손승락은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넥센 손승락


사상첫 4년 연속 30세이브 근접
마음 비웠지만 달성한다면 흐뭇

올 시즌 목표는 지난해 놓친 우승
후배에게 실력으로 안 밀리고 싶다


넥센 마무리투수 손승락(33)은 지난달 31일 역대 5번째로 4년 연속 20세이브 고지를 돌파했다. 2010년 처음 마무리를 맡은 이후 6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 3일 현재 3승3패20세이브, 방어율 2.28로 구원 부문 공동 2위에 올라있다. 20세이브는 사실 대기록의 시금석에 불과하다. 그는 KBO리그에서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역대 최초 4년 연속 30세이브를 향해 한 발짝 내딛고 있다. 2010년부터 마무리투수로 자리매김했고, 수많은 실패와 성공을 오가며 뚜벅뚜벅 한 걸음 내딛은 진정한 장인이다.



● 변화, 내 삶의 자양분


-4년 연속 20세이브 축하한다. 사상 첫 4년 연속 30세이브에 다가서고 있다.

“기록을 의식하면서 던지진 않지만 기분 좋은 일인 것 같다(웃음). 시즌을 앞두고 4년 연속 30세이브를 의식했지만 초반 세이브 기회가 많지 않아 일찌감치 마음을 비웠다. 상황이 그만큼 올지 안 올지는 모르겠다. 다만 사상 첫 기록을 달성한다면 흐뭇할 것 같다.”


-2010년부터 전업 마무리로 활동하고 있다. 2013년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는 등, 최고 자리를 지키는 비결은 뭔가.

“단 한번도 정상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가야할 길이 많고 부족한 것도 많아서 안주하지 않을 뿐이다. 후배들이 가끔 ‘선배님은 아직도 더 높은 곳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하는데 그 덕에 나이를 잊는다. 투수는 항상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운동해야 한다.”


-심수창(롯데)은 시즌 초 마무리를 맡으면서 ‘수명이 짧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손승락 같은 마무리들이 대단하다고 했는데 그만큼 정신적으로 힘든 보직 같다.

“마무리 특성상 처음에는 정말 재밌다. 경기를 막아내는 쾌감이 대단해서 그 보람 때문에 보직을 맡는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의 극단을 오간다. 긍정적인 생각이 점점 부정적으로 퇴색되고, 초심을 찾기 힘들어진다. 그런 과정 속에 있다보니 스스로 수양을 하는 느낌이다. 감독님의 방패막이 없다면 혼자서 클 수 없는 역할이기도 하다. 김시진 감독님과 염경엽 감독님께 감사드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위에서는 쉼 없이 변화하고 자기관리에 철저하다고 한다.

“최고였다면 변화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 자만하지 않았을까.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에 한발 더 뛰고, 몸도 만든다.”


-비 시즌에는 어떻게 몸 관리를 하나.

“비 시즌에는 1대1로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서 새 시즌을 차근차근 준비한다. 투자를 하면 더 열심히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지풍 트레이닝코치님께 많은 영감을 얻었다.”


-경기 전 특별한 루틴은 없나.

“루틴을 특별하게 만들려고 하진 않는다. 5회 끝나면 목동구장 트레이닝실에서 열을 내기 시작하고 100% 공을 던질 수 있는 몸을 만든다. ‘괜찮겠지’라는 나태한 생각에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고, 몸을 완벽하게 예열한 뒤 마운드에 오른다.”


-작년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큰 자양분이 됐을 것 같다.

(손승락은 작년 3승5패32세이브를 올리며 임창용(삼성), 봉중근(LG)을 따돌리고 구원 부문 1위를 차지했지만 블론세이브가 6차례나 있었고, 방어율은 4.33까지 치솟았다. 연이은 부진으로 시즌 중반 2군에 다녀오기도 했다.)

“작년 스프링캠프에서 폼을 바꿨는데 완벽하게 만들지 못하면서 매일 같이 자괴감에 빠졌다. ‘고등학교 캠프를 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어떻게 보면 제 것이 되려고 계속해서 맞고 실패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께서 한 시즌 동안 기다려주셨기 때문에 가을무대에선 확실하게 내 폼을 찾고 던질 수 있었다. ‘차라리 투구폼 변신을 시도하지 않았다면 팀이 시즌 동안 어렵지 않았을 텐데’ 하는 미안한 마음도 컸다. 아직 어떤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넘어져 상대의 세리머니를 볼 때 마음이 아팠고, 다음을 더욱 기약하게 됐다.”


-지금은 마무리를 어떻게 즐기고 있나. 첫 마무리를 맡았던 2010년과 어떻게 다른가.

“2010년에는 흥미롭고 재밌게, 단순하게 매 경기 설렘 속에서 등판했던 것 같다. 작년 부침을 겪고, 다시 올 시즌을 보내면서 2010년 때의 설렘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찾고 있다.”


● 투수진, 더디지만 성장한다


-송신영에 이어 팀 내 두 번째 최선참으로 실질적인 리더 역을 하고 있다.

“현대 시절부터 선배들을 통해 내려왔던 일이고, 몸에 배어있다. 힘들면 얘기해주고, 때론 극복할 때까지 기다려주기도 한다. 신영이 형이 그런 부분을 잘 챙겨주고, 나는 뒤에서 도울 뿐이다.”


-한현희가 불펜으로 돌아오면서 선발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걸로 안다. 시즌 초반에는 대량실점으로 팀 패배의 빌미가 된 문성현을 따로 불러 얘기하는 걸 봤다. 평소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나.

“‘아쉬움’이란 참 좋은 단어 같다. 아쉬움이 있기 때문에 성장하고 노력하지 않나. 현희는 어릴 때부터 스포트라이트도 많이 받고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이번 계기로 더 큰 투수가 될 것이다.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조금 더 진지해지지 않겠나. 성현이는 이번 캠프에서 어느 때보다 열심히 했는데 시즌 초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분명 결과는 빛을 발할 것으로 본다. 조상우나 다른 후배들도 넥센의 미래니까 잘 클 수 있도록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넥센은 타격의 팀으로 표현되는데 주축 투수로서 안타까울 것 같다.

“그렇지 않다. 우리는 한 팀이고, 타격이 잘해주면 투수들이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오히려 자랑스럽고 든든하다. 야수 쪽에 비해 투수들의 성장이 느릴 수 있지만 타 팀 투수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 투수들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 마음 속 고이 모셔둔 우승의 간절함



-2008∼2009년 경찰청 제대 이후 제구와 구위가 한층 좋아졌다고 하던데.

“2년 동안 계획대로 잘 흘러갔다. 처음 팔꿈치 수술을 하고 군에 간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김용철 감독님이 잘 관리해주셨다. 2년째는 막 부임한 유승안 감독님이 훈련을 많이 시켜주셨다. 그때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넣고 빼는 연습을 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썼던 것도 멘탈을 다잡는데 좋았다. 시간을 그냥 흘려보낼 수 있었는데 거짓 없이 하루하루를 적었다. 선발투수로 뛰다가 2010년 현대로 돌아와 마무리로 뛰면서 더 힘을 쏟아 부을 수 있었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하면 어떤가.

“지금도 부족한 게 많다. 마무리로서 자부심이 없진 않지만 정점 찍을 만큼 아주 우수한 투수도 아니었다. 이젠 실패해도 웃으면서 털 수 있다. 맷집도 강해졌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구종도 더 필요하고 마무리로서 이미지트레이닝이나 마인드컨트롤, 멘탈도 단순하고 강하게 다듬어야 한다. 어릴 때 실패하면 힘들었지만 지금은 제 것으로 생각하고 소중하게 여길 수 있다.”


-어떤 투수로 남고 싶나.

“안 아프고 오래 야구를 하고 싶다. 실력이나 힘이 떨어져서 눈치 봐가면서 하는 야구가 아닌, 후배들에게 실력으로 안 밀리고 야구하는. ‘아직도 던지고 있구나’하는 생각 할 수 있게끔.”


-마지막으로 시즌 목표는.

“지난해 놓친 우승이 목표다. 자꾸 얘기하면 멀어지는 것 같아서 마음 속 조용한 곳에 넣어놓고 아끼고 싶다(웃음). 히어로즈가 창단 당시부터 어렵게 이 자리에 있지 않았나. 나를 키워준 팀에 반드시 보답하고 싶다.”


-가족들에게도 큰 선물이 될 것 같다.

“아내는 물론이고 큰 딸과 올 해 태어난 막내 딸 모두에게 큰 선물을 하고 싶다(웃음).”

넥센 손승락. 스포츠동아DB



넥센 손승락은?

▲생년월일=1982년 3월 4일
▲출신교=내당초∼경상중∼대구고∼영남대
▲키·몸무게=187cm·88kg(우투우타)
▲프로 입단=2005년 현대(2001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프로 경력=현대(2005년)∼경찰청(2008∼2009)∼넥센(2010년∼)
▲2015년 연봉=5억3000만원
▲프로통산 성적=364경기 29승32패174세이브, 방어율 3.56
▲2015시즌 성적=40경기 3승3패20세이브, 방어율 2.28

마산 |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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