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디(매사에 느리다는 의미)’ 중국의 반전

입력 2015-08-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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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식 경기장 인해전술·밤샘공사로 완공
메인 그라운드 잔디 문제에 “대비용 있다”

축구는 중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다. 국가 차원의 육성정책을 만들 정도로 정부의 관심도 높다. ‘축구광’으로 이름난 시진핑 국가주석은 올해 초 “월드컵 출전, 월드컵 유치, 월드컵 우승”이란 3대 소원을 밝히며 ‘축구 굴기 프로젝트’를 지시했다. 유소년과 엘리트 학원축구를 활성화하고, 인프라를 꾸준히 성장시켜 장차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중국 축구를 만들자는 게 골자다.

우한에서 열리고 있는 2015동아시안컵에서도 이런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놀랍게 발전해 가는 인프라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5만4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최신식 우한스포츠센터 스타디움과 출전국들을 위한 3개의 전용 훈련장, 지역 축구협회가 별도 운영하는 6개 연습구장까지 마련돼 있다.

물론 급조된 측면이 전혀 없진 않다. 본래 우한스포츠센터 스타디움 주변은 전용 훈련장 이 아닌 일반 시민들을 위한 잔디 공원이었다. 하지만 대회 유치를 위해 공원 부지에 그라운드를 만들었다. 기한에 맞추려면 시간도 촉박했다. 해법은 인해전술과 밤샘공사였다. 많은 인력을 총동원해 밤낮으로 작업한 결과, 현재 시설이 완성됐다. 동아시안컵이 한창인 지금도 경기장 주변 곳곳에서 포크레인 소음이 울리고 대형 트럭들이 분주히 오가지만 대회는 별 탈 없이 진행되고 있다.

또 하나 ‘중국의 힘’을 느낄 수 있는 한 장면. 타들어가는 듯한 뙤약볕과 2∼3일 간격으로 남녀 각각 2경기씩 펼쳐지는 타이트한 일정으로 메인 그라운드의 잔디 상태는 그리 좋지 않다.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이 이를 지적하자 우한시는 오히려 ‘문제 없다’고 자신했다고 한다. 그라운드를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해 축구장 1개 면을 채울 수 있는 잔디를 주변 어딘가에서 따로 관리하고 있다며 오히려 큰 소리를 쳤다는 후문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은 “중국은 그동안 ‘만만디(매사에 느리고 게으르다는 의미)’로 불렸는데, 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한 번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어떻게든 추진하고 본다. 당장은 부족해 보여도 중국축구는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우한(중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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