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구자욱은 어떻게 괴물 신인이 됐나

입력 2015-08-1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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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구자욱은 외모로 먼저 유명세를 치렀지만, 이젠 외모보다 실력으로 어필하는 ‘야구선수’다. 주축들의 부상 속에서 기회를 잡은 구자욱은 타고난 멘탈까지 자랑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구자욱을 ‘괴물’로 만든 3가지

1. 스프링 캠프부터 박해민과 선의 ‘경쟁’
2. 밀려날까 싶으면 라인업에 빈틈 ‘천운’
3. 연속안타 멈춰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

삼성 구자욱(22)은 외모로 먼저 유명해졌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작은 얼굴, 훤칠한 키. 1군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의 사진이 올해 초 연일 포털 사이트의 메인 화면을 장식했다. 그 후 몇 달이 흘렀다. 이제 구자욱은 그때보다 더 유명한 선수가 됐다. 그리고 더 이상 사람들은 그의 외모에 관심이 없다. 구자욱이 잘생기지 않아서가 아니다. 외모보다 실력이 더 빛나는 ‘야구선수’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 실력이 뒷받침됐다!

구자욱은 삼성에서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손에 꼽히는 ‘핫 플레이어’다.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인 것은 물론, 7월 3일 대구 LG전부터 이달 5일 수원 kt전까지 23경기에서 매번 안타를 때려내며 역대 데뷔 시즌 최다 연속경기안타 신기록을 세웠다. 모든 야구 관계자들이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다”며 놀랐을 정도다. 그러나 삼성 코칭스태프에게는 “예견됐던 일”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부터 올해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로 구자욱을 꼽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낯선 꽃미남 신인 선수가 ‘스타군단’ 삼성 라인업에서 실제로 한 자리를 꿰찰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삼성 코치들의 생각은 달랐다. “구자욱이 외모 때문에 ‘거품이 아니냐’는 말을 듣지만, 사실은 오히려 실력이 외모에 가려져 있는 선수다. 분명히 대성할 것 같다”고 예견했다. 게다가 류 감독은 의도적으로 구자욱과 박해민을 경쟁구도 속으로 몰아넣었다. 두 선수 모두 불꽃 튀는 선의의 경쟁을 펼쳤고, 그만큼 더 성장했다. 류 감독은 “구자욱이 이번 캠프에서 참으로 충실한 시간을 보냈다. 그게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는 비결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 하늘도 도왔다!


하늘도 구자욱의 편이었다. 삼성은 베테랑 주전들의 자리가 공고한 팀이다. 구자욱도 처음에는 1루와 3루, 외야가 모두 가능한 ‘멀티 백업’이 임무였다. 그런데 구자욱이 뒤로 밀려나나 싶으면, 신기할 정도로 선발 라인업에 빈틈이 생겼다. 채태인, 박석민, 박한이 등 쟁쟁한 선배들이 차례로 부상을 당해 자리를 비웠다. 류 감독은 늘 “주전은 자리를 지켜야 하고, 백업은 자리를 빼앗아야 한다. 그래서 부상을 당하면 안 된다”고 말해왔다. 구자욱은 자연스럽게 계속 선발출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고비를 넘기고, 한 단계씩 올라섰다. 이제 구자욱은 삼성의 새로운 1번타자로 자리를 굳혔다. 류 감독은 “저렇게 잘하는데 이제 어떻게 빼겠나”라고 반문했다.


● 마음까지 굳건하다!

무엇보다 구자욱은 타고난 ‘멘탈’이 최정상급이다. 1군 출장 경험이 전혀 없을 때 얼굴과 이름을 먼저 알렸지만, ‘이렇게 갑자기 주목받는 상황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재미있는 것 같다”고 싱긋 웃었다. 뜻하지 않은 열애설로 한 차례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뒤에도, 흔들리기는커녕 “이제부터는 야구를 더 잘해야 욕을 안 먹는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속경기 안타행진이 중단됐던 6일 포항 SK전에서도 남다른 정신력은 빛났다. 구자욱은 앞선 4타석에서 안타 없이 물러난 뒤 5번째 타석에서 3루쪽으로 내야안타성 타구를 날렸지만, 1루심이 아웃을 선언해 안타로 인정받지 못했다. 벤치에서도 큰 점수차로 지고 있던 상대팀의 기분을 고려해 심판합의판정을 신청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아쉬움에 고개를 숙이는 대신, 김한수 타격코치에게 다가가 이렇게 물었다. “코치님, 저 지금 문제점이 뭔가요. 왜 안 맞을까요.” 그러자 김 코치는 “넌 지금 기록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자꾸 공을 배트에 맞히는 데만 신경 쓰는 것 같다. 네 스윙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구자욱에게는 6번째 타석이 한 차례 더 돌아왔다. 잘 맞힌 타구는 좌익수 정면으로 날아갔다. 그런데 덕아웃으로 돌아온 구자욱이 다시 김 코치를 찾더니 활짝 웃으며 물었다. “코치님, 이번에는 그래도 이전 타석들보다 괜찮았죠?” 대기록 도전이 아쉽게 끝난 순간, 구자욱이 머리 속에 떠올린 생각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인 7일, 연속안타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낸 그는 곧바로 4안타를 몰아치며 다시 제 궤도로 올라섰다.

그야말로 개인의 능력과 노력, 하늘의 도움, 선의의 경쟁자, 그리고 삼성이라는 팀의 위력이 모두 결합돼 탄생한 ‘종합선물세트’가 바로 구자욱이다. ‘올해의 발견’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다. 구자욱은 그저 “나는 이제 신인이고, 모든 걸 배워가는 단계다. 기록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이 있다”며 “이제 다시 시작하면 된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단단하게 말했다.

대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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