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태형 감독의 가슴 아픈 고백

입력 2015-08-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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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발목 부상 유희관 빨리 휴식 못줘 자책
홍성흔 팀 사정상 맘 쓰라린 2군행 통보

두산 김태형 감독(48)은 초보 사령탑임에도 지난해 6위였던 팀을 올 시즌 가을야구 안정권으로 이끌고 있다. 반드시 우승이어야만 만족하는 두산을 이끄는지라 부담이 클 법한데도 취임 이후 이렇다 할 시행착오 없이 순항하는 것도 돋보인다.

그러나 11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처음 겪는 감독직의 심적 어려움을 내비쳤다. 두산 투타의 상징적 존재이자 현재 1군에 없는 유희관(29)과 홍성흔(39)을 말할 때 그랬다.

올 시즌 15승(3패)을 기록 중인 유희관은 왼 발목 부상으로 10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9일 잠실 LG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시즌 15승째를 따낸 직후라 더욱 의외였다. 큰 부상은 아니라 10일 후 복귀가 가능하지만, 김 감독은 더 빨리 휴식을 못 준 것을 오히려 자책했다. 김 감독은 “희관이가 편하게 던지는 것 같아도 그 나름은 전력투구였을 것이다. 미리부터 조절을 못 해줬다. 감독이 되니 (선수들을) 전날 지면 오늘 이겨야 하니 나가라 하고, 전날 이겨도 연승을 타야 하니 나가라 한다. 아직 그런 점이 모자라다”고 고백했다.

베테랑 지명타자 홍성흔은 허벅지 통증으로 7월부터 2군에 있다가 8월 2일 복귀했다. 그런데 1주일만인 9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번에는 부상이 이유가 아니었다. 복귀 이후 12타수 3안타를 치고 있었다. 김 감독은 “2군으로 내리기 전 성흔이와 면담을 했다. 팀 사정상 수비를 하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솔직히 복귀 후 스윙을 보니 반전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성격상 아닌 것을 오래 두고 보지 않는다”고도 했다.

말은 어쩔 수 없이 직설적으로 했지만, 김 감독은 아픈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내가 현역을 뛸 때, 유일하게 같이 뛴 선수가 성흔이다. 내가 와서 더 잘하려고 하는 마음을 잘 안다. 그러나 팀을 위해 그렇게 둘 순 없었다.” 이어 “나는 성흔이를 쓸 거다. 성흔이를 은퇴시키려 했다면 지금 1군 따라다니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 가면 필요한 선수라 2군에서 뛰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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