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주세종 “클래식과 대표팀…팀도 나도 생존한다”

입력 2015-08-1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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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미드필더 주세종이 17일 부산 클럽하우스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부산 주세종

데뷔 2개월만에 부상…1년3개월 재활 시련
작년 복귀 강등 위기 팀 구하고 재기에 성공
슈틸리케호 2차례 소집…동료들의 희생 덕
작년처럼 팀 구하고 붙박이 국가대표 될 것


2015동아시안컵 한일전이 열린 8월 5일 중국 우한스포츠센터 스타디움. 축구대표팀 ‘슈틸리케호’의 선발 라인업에 조금은 낯선 이름이 있었다. 주세종(25·부산 아이파크·사진)이었다.

기대가 컸다. 필드플레이어로 부산 소속 국가대표가 나온 것은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예선이 한창이던 2012년 10월 박종우(26·알 자지라) 이후 3년여 만이었다. 그러나 1-1 무승부의 결과처럼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새도스트라이커로 나선 주세종의 플레이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슛감각이 좋아 내심 A매치 데뷔골도 기대했지만, 안타까운 90분이 흘렀다.

그렇다고 팀 상황이 긍정적인 것도 아니다. 5승6무14패(승점 21)로 올 시즌 K리그 클래식(1부리그) 11위다. 강등경쟁에 또 휩싸였다. 그러나 주세종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할 일이 많다”며 환한 미소를 짓었다. 17일 부산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그는 “배움의 단계에서 난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나도 팀도 잘 풀릴 것”이라며 미래를 낙관했다.


● 시련을 딛고…

주세종은 2012시즌 부산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금세 시련이 닥쳐왔다. 7월 FC서울을 상대로 프로 데뷔전을 치른지 2개월 뒤였다. 팀 훈련 도중 왼 발목이 부러졌다. 기약 없는 긴 재활에 들어갔다. 수술부터 완치까지, 1년 3개월 넘게 개점휴업했다. 일각에서 “쟤는 이제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당연했다. 주세종은 당시를 떠올리며 “어찌나 그라운드가 그리웠는지 모른다. 모든 게 야속했고 가슴 아팠다”고 밝혔다.

다행히 주세종은 ‘긍정의 아이콘’이었다. 혹독한 부상이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2013시즌을 통째로 건너뛰고 맞이한 2014시즌. 그는 재기에 성공했다. 22경기에 출전하며 부산의 주축으로 떠올랐다. 팀이 강등 사투를 벌일 때 엄청난 역할을 했다. 2골·5도움의 알토란 같은 플레이로 찬사를 받았다. 당시를 그는 “프로선수의 가치를 인정받은 시기”라고 돌아봤다. “매 경기가 기다려졌다. 팬들의 기대, 내 이름을 장내아나운서가 외칠 때 들려오는 환호. 이제야 ‘제 역할을 하게 됐다’ 싶었다.”

올 시즌도 주세종은 빛을 발한다. 꾸준한 활약으로 23경기에 나섰다. 팀 성적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팀 내 살림꾼으로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시즌 얻은 7개의 공격포인트를 이미 챙겼다. 2골·5도움.

당연히 부산은 주세종에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그는 “힘겨운 일도 많았지만 부족한 나를 프로로 만들어준 팀이다. 여기서 많은 꿈을 꿨고, 하나씩 이뤄가고 있다. 앞으로의 축구인생에 있어 엄청난 자산”이라고 말했다.

부진한 팀 성적에 대한 책임감도 크다. 전반적인 경기력은 나쁘지 않지만,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순간의 분위기에 금방 휩쓸린다. 막판 집중력도 부족하다. 16일 울산현대와의 정규리그 25라운드 홈경기가 그랬다. 부산은 수적 우위를 점하고도 2-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해 승점 1을 얻은 데 그쳤다. 주세종은 “경기 운영에서 부족함이 많다. 대표팀을 오가며 나도 모르게 내가 중심이 됐다. ‘직접 해결하겠다’는 마음에 무리한 플레이를 했고, 팀에 피해를 줬다”며 자신을 낮췄다.


● 붙박이 국가대표&클래식 생존이 목표!

흔한 연령별 대표도 거치지 못한 주세종은 지금까지 2차례 대표팀에 소집돼 A매치 2경기에 출전했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으로 취임한 이후 이뤄진 꿈이다.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겸한 6월 동남아 원정 2연전 엔트리에 처음 발탁된 그는 6월 11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평가전에 교체출전했고, 동아시안컵 한일전을 풀타임 소화했다.

UAE전이 얼떨결에 지나갔다면, 일본전에서 그의 움직임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달라진 역할에서 비롯된 혼란이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는 부산에서와는 달리, 슈틸리케 감독은 2선 공격수를 맡겼다. “슛과 움직임을 고려해 새도 스트라이커로 뛰었으면 한다”는 갑작스러운 주문에 열정을 불태웠지만 아직은 어색했다. “대부분이 또래였고, 개인기량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그런데 내게 없는 게 있었다. 경험이다. 사실 많이 주눅이 들었다.”

여기서도 주세종은 팀 이야기를 빼지 않았다. 고마움과 미안함이다. “내가 부각될 수 있게 희생한 동료들이 없다면 ‘국가대표 주세종’도 없었을 거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는데, 결과적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던 그는 “우리를 대전과 함께 ‘강등 1순위’로 꼽는 시선이 많다는 걸 안다. 작년 이맘 때 비슷한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 그 때와 오늘의 대답은 똑같다. 우린 당연히 생존하고, 그 이상의 가치까지 바라본다. 우린 ‘부산’이다.”

부산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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