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던 MBC '무한도전-영동 고속도로 가요제'가 성황리에 끝을 맺었다. 이 가요제는 강원도 평창이라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장소에서 열렸음에도 약 4만명의 관객을 쓸어담으며 '무한도전'이라는 예능이 지닌 영향력을 몸소 느끼게 했다.
그러나 여느 때와 달리 '무한도전 가요제'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공연장에 널부러진 쓰레기야 관객들의 의식 수준 때문으로 보더라도 과연 이 가요제가 퀄리티 면에서 '축제' 소리를 들을만한 자격이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제발 게임으로 공연 순서를 정하지 마라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KBS2 '전국 노래자랑'도 초대 가수를 무대에 올리는데 일정한 법칙이 있다. 초반에는 성인 가요계의 신인 가수가 먼저 무대에 관객들고 만나고 나중에야 누구나 알 만한 가수가 올라 분위기를 절정으로 끌어 올린다.
하지만 '무한도전 가요제' 순서에는 이런 법칙이 전혀 통용되지 않는다. 모든 팀들이 각자 자신의 입맛에 맞춘 곡들을 내놓고 게임을 통해 공연 순서를 다룬다. 때문에 공연의 주제나 흐름과 상관없이 '승자독식'의 형태로 게임에 이긴 자신들이 펼칠 공연 순서를 정할 수 있다.
'무한도전'이 예능임을 감안하면 이런 방식은 분명히 아무 문제가 없다. 재미는 물론 경쟁 구도인 가요제의 각 팀에 어떤 결과를 얻고 돌아갈지도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공연에도 흐름이 있고 분위기를 높여야 할 때 낮춰야 할 때가 따로 존재한다. '무한도전 가요제'가 좀 더 퀄리티 있고 믿음직한 공연이 되려면 엔딩에 나와야 될 곡이 오프닝 무대로 가고 다소 처지는 곡이 화려한 엔딩을 장식하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 무의미한 인해전술을 멈춰라
'무한도전 가요제'는 과거 강변북로 가요제로 시작해 뮤지션들과의 협업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내왔다. 그동안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뮤지션들을 알리는 효과를 내면서 이들의 커리어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이 결과 정작 가요제 때마다 '무한도전' 멤버들의 이야기는 쏙 빠져버리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몇몇 멤버들은 가요제 때 파트너가 된 뮤지션의 인맥을 이용해 의미 없는 인해전술로 산만한 무대를 만들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인해전술이 나쁜 까닭은 분명하다. 가요제가 더 이상 멤버들의 도전 과제가 아니게 되기 때문인데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뮤지션들로 화려한 무대를 꾸밀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정작 '무한도전' 멤버가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는다는 점은 말 그대로 '주객전도'의 상황을 만들고 있다.
● 전문가가 말하면 좀 들어라
이번 가요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크게 드러난 부분은 더이상 뮤지션들의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박명수의 변신을 꾀하며 야심차게 그와 파트너가 된 아이유는 이번 가요제에서 단발 머리로 헤어 스타일 변신을 시도하고 곡 전개와 전혀 상관없는 EDM 리듬에 방방 뛰어야 하는 웃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또한 정형돈 역시 밴드 혁오의 'We all die alone'이 지닌 떼창 포인트 대신 신난다는 이유를 들어 '멋진 헛간'을 택해 엔딩을 장식했다.
이미 지나간 과거에 '만약'을 집어넣는 일만큼 무의미한 일은 없고 방송이 아직 남아있는 시점에서 함부로 성패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지난 가요제를 관람한 결과 제대로 협의하고 그에 맞는 결과물을 낸 팀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