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김택형. 스포츠동아DB
단순한 구원승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넥센은 17일 목동 롯데전에서 3회말 박병호의 그랜드슬램으로 전세를 단숨에 6-1로 뒤집었다. 그러나 선발투수 김영민이 4회초 2사 후 3안타 2볼넷으로 3실점했다. 계속된 2사 1·2루 위기서 롯데 4번타자 짐 아두치가 타석에 들어섰다. 넥센 고졸 신인 김택형은 김영민을 구원해 아두치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김택형은 2.2이닝 동안 2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팀 승리를 굳건히 지켰다.
김택형은 앞선 2차례 선발등판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6일 잠실 두산전에서 3.1이닝 9실점(8자책점)으로 데뷔 이후 최악의 피칭을 했고, 12일 목동 NC전에서 다시 2.2이닝 5실점을 기록했다. 이에 넥센 염경엽 감독은 김택형을 불펜으로 옮겼다.
불펜투수로 전환된 이후 처음 등판한 롯데전에서 김택형은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필승조로 안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넥센은 수년째 믿을 만한 좌완 불펜투수 없이 시즌을 치러왔다. 김택형이 그 대안으로 등장했다.
김택형은 프로 데뷔 이후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동산고 시절 138㎞에 그쳤던 직구 구속이 150㎞를 찍었고, 곧잘 던지는 2종류의 슬라이더에 체인지업을 더해가고 있다. 3월 28일 한화와의 개막전 연장 10회 등판해 구원승을 챙길 만큼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도 눈에 띈다. 김택형은 “경기는 어렵지만 타자와의 승부는 즐겁다”고 말했다. 후반기 들어 필승조를 재건해 포스트시즌 진출과 한국시리즈 우승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넥센에게 김택형은 촉촉한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