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해요, 엄마’ 유진-고두심, 알고 보면 재밌는 ‘모녀의 표현법’

입력 2015-08-21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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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늘 모진 말만 내뱉을 것 같은 ‘부탁해요, 엄마’의 앙숙 모녀 유진, 고두심. 그러나 이들의 말을 한번 곱씹어보면, 서로를 향한 묘한 애정이 드러난다. 요즘 말로 ‘츤데레’식 표현이다.

KBS 2TV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극본 윤경아, 연출 이건준/제작 부탁해요엄마 문화산업전문회사, KBS 미디어)에서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이진애(유진)와 임산옥(고두심) 모녀. 전생에 원수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1일 1싸움을 실천하고 있지만, 이들이 늘 모진 말만 주고받는 건 아니다.

가끔은 서로를 향한 애정이 묻어나는 말을 내뱉기도 한다. 다만 직접적으로 표현을 하지 못하고 츤츤(퉁명스럽고 새침하여 애교가 없는 모양을 일컫는 일본어)거려 눈치 채지 못할 뿐이다.

오늘 좀 늦는다던 진애에게 전화를 건 산옥. 전화를 받자마자 퉁명스레 “왜”라는 진애에게 산옥은 “전화 곱게 받으면 발바닥에 털 나지?”라고 쏘아붙였고, “그럼. 나, 발 너무너무 예뻐서 발바닥에 털 한 오라기라도 나면 안 되거든.”이라는 대답에 “그 이쁜 발은 누가 낳아줬게. 오늘 집에 일찍 오라고. 저녁 밖에서 먹지 말고.”라고 말했다.

물론 일찍 들어와 장남 이형규(오민석)의 생일 파티 준비를 도와달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저녁 한 끼라도 집에서 든든하게 먹으라는 엄마의 마음이 담긴 듯 보였다.

하나뿐인 딸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도 설핏 보였다. 반찬가게 건물주인 김사장이 월세와 보증금을 더 내지 않을 거면 가게를 비워 달라 요구하며 “진애씨 요즘 사귀는 사람 있어요?”라고 묻자 냉큼 “아뇨!”라고 대답한 산옥. “진애랑 김사장이랑 다시 만나게 해주겠다는 거야?”라는 남편 이동출(김갑수)의 말처럼 월세와 보증금을 위해 진애를 이용하려는 듯 싶었으나, 산옥은 립서비스 차원이었다며 “미친 X. 뚝이네 언니가 하도 졸라 선이라도 보게 해 준 거구만. 어디 남에 딸을 노려?”라며 분노했다. 말투는 다소 거칠었지만, 진애를 향한 애정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엄마와 표현법이 똑 닮은 진애 역시 마찬가지. 그녀는 엄마의 반찬가게를 떠올리며 힘들어도 반찬을 만들 땐 즐거워 보였던 산옥을 회상했다. 그리고 뭔가를 다짐한 듯 산옥이 일하는 찜질방을 찾았고, 동시에 젊은 여자들에게 무시당하는 엄마를 발견했다. 진애는 “우리 엄마한테 왜 그러세요?”라는 말로 산옥을 감싸지 않았다. 그녀답게 산옥을 무시한 여자들에게 “아줌마! 홀에서 쓰레기 무단 투기하거나 오일 같은 거 바르면 벌금 때린다고 돼 있어 안 돼 있어! 신고해줄까 내가?”라며 부러 불량하게 따지고 들었다.

“어따 대고 반말이야?”라는 여자들의 말에 진애는 옳지 잘됐다 하며 “그러는 너는, 이 아줌마한테 왜 반말인데?”라고 물었고, “쓰레기 치우는 아줌만데 뭐 어때!”라는 말에 화가 폭발하고야 말았다. 진애는 산옥의 대걸레를 뺏어 들었고, “그럼 이 아줌마가 니들부터 치워야겠네. 니들 쓰레기잖아. 인간쓰레기.”라며 그녀들을 쫓아냈다. 이에 “고마워, 우리 딸.”이 아니라 “지랄 같은 성질도 써먹을 때가 있네. 왜 왔어?”라며 퉁명스레 묻던 산옥. 역시 마음 따로, 말 따로인 츤데레 모녀다웠다.

아마 진애와 산옥은 알게 모르게 서로 닮은 점이 많아 더 자주 부딪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음 그대로를 표현할 줄 몰라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만 하고, 치료할 줄을 모르는 것일 터. 과연 이들은 언제까지 서로에게 츤츤 거리며 퉁명스럽게 대할까. 이들에게도 다정한 순간이 오긴 하는 걸까. 모녀 전쟁사로 새로운 주말극 왕좌에 등극한 ‘부탁해요, 엄마’. 오는 22일 저녁 7시 55분 KBS 2TV 제3회 방송.

동아닷컴 장경국 기자 lovewit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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