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변신한 용산 장외발매소

입력 2015-08-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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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용산 장외발매소가 지역주민들의 문화센터로 거듭나고 있다. 렛츠런 문화공감센터 용산엔 올 7월까지 30개 문화종목에 총 760회를 운영하고 있다. 회원수는 1500명을 넘었다. 사진은 문화강좌 중에 하나인 진도북춤 교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고급카페 같은 분위기에 입장객 증가
다양한 문화교실 운영…주민 큰 호응
아동 교육공간 ‘유니코니아’ 건립 구상


“용산(렛츠런문화공감센터 용산) 관계는 평가위원들의 평가 결과에 따라서 부정적일 경우는 폐쇄하겠습니다. 그러나 긍정적일 경우에는 정상영업을 하되 마사회의 용산지사가 경마장, 경마 베팅 장소가 아닌 그 지역의 문화센터, 지역공동체 센터로 만들겠습니다. 장외발매소가 아니라 용산지역의 새로운 문화중심이자 주민들의 자랑이 되는 공간으로 변모시키겠습니다.”

한국마사회 현명관 회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렛츠런문화공감센터 용산(이하 용산 장외발매소)에 대해 했던 말이다. 현 회장 취임 후 마사회 개혁의 방점을 찍은 것 중의 하나가 용산 장외발매소 문제다.

용산 장외발매소는 지난 1988년부터 운영되어 왔다. 고객 과밀화와 시설 노후로 인해 2012년 현재의 청파로에 건물을 신축해 이전했다. 지상 18층, 지하 7층의 1만8213m²(약 5518평) 규모로 1200억원이나 들어간 큰 공사였다. 그동안 주민들이 반발로 우여곡절을 겪다가 지난 5월31일 문을 열었다. 그 후 두 달여가 지났다. 용산 장외발매소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지역주민과 경마고객이 상생하는 신개념 장외모델’로 만들겠다는 현 회장의 구상은 얼마나 현장에 적용됐을까.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고급 카페 같은 용산 장외발매소


지난 23일 찾은 용산 장외발매소. 1층 입구에선 말끔하게 제복을 입은 관리사들이 고객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발매소는 13∼17층까지 5개 층이 좌석정원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발매소에 들어서자 “우와!”하고 탄성이 터졌다. 담배연기가 자욱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한 방에 날아갔다. 고급 카페로 착각할 정도로 깨끗했고 분위기 또한 고급스러웠다. 넓은 공간에 있는 고급좌석엔 고객들로 가득했다. 공간배치 덕이었을까. 북적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고객들은 경마정보지를 보며 경기분석에 열중해 있었다. 주말에 가끔 용산 장외발매소를 찾는다는 한 고객은 “2만원의 이용료를 내면 간식과 음료 등도 맘대로 이용할 수 있다. 베팅도 베팅이지만 시원하고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용산 장외발매소의 입장 정원은 574명. 이날 고객상황판엔 거의 만석을 가리켰다. 용산 장외발매소는 ‘로열’과 ‘페가수스’ 등 2곳으로 차별화해 운영하고 있다. 로열석은 380석 규모로 이용료는 2만원이다. 194석 규모의 페가수스석은 이용료 3만원을 받고 고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료 속엔 입장료와 간식 음료 정보지 등의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페가수스석엔 직접 도시락을 갖다 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지사개발처 이용선 처장은 “개장 후 지난 16일까지 총 입장객은 9221명이다. 하루 평균 매출이 약 3억원 정도로 다른 장외발매소에 비해 높지 않다. 그러나 11주간 입장객이 357%나 증가하는 등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용산 장외발매소? 우리 동네 문화센터!

지역주민과 경마고객의 상생을 추구하는 용산 발매소의 지역상생은 어디까지 왔을까. 용산 발매소의 지역상생 1번지는 문화센터다. 경마가 없는 평일엔 거의 모든 공간을 지역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개방한다. 요가 탁구 걷기교실 등 건강강좌는 물론 한국무용과 탭댄스 라인댄스 진도북춤 등 댄스교실도 활발히 운용하고 있다. 또한 한문 영어교실과 유러피언 플로리스트 강좌 등 자기계발 프로그램과 승마교실도 열고 있다. 비용은 무료다.

특히 탁구교실과 노래교실은 경마가 열리는 주말에도 운영돼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지난 23일 용산 장외발매소 10층 노래교실엔 50여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반주에 맞춰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또 7층에 마련된 탁구교실엔 30여명의 회원들이 땀을 흘리며 운동에 매진하고 있었다.

렛츠런 문화공감센터 용산 김봉환 지사장은 “용산 문화공감센터는 올 7월까지 30개 종목에 총 760회를 운영했고 평균 회원수는 1522명으로 마사회 지사 중 으뜸을 차지했다. 문화센터에 2014년부터 약 8000만원의 비용을 지원했다”며 “앞으로 용산 주민을 위해 실버계층까지 아우르는 공익적 나눔 공간으로 거듭 나겠다”고 밝혔다.

용산 장외발매소는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안전도우미, 발매원 등 지역주민 56명을 채용했다. 또 그동안 용산구립장애인복지관 등에 2억8000여만원을 기부했고 어린이재단과 대한노인회 등에 총 4억원의 지역발전기금을 내놓았다. 또 지역상생장학금으로 222명에게 2억225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마사회는 용산지역 장학사업에 10년간 20억원, 지역발전기금으로 5년간 10억원, 기부사업으로 매년 1억5000만원을 기부할 계획이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교육중심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재탄생

어렵게 첫 걸음마를 뗀 용산 장외발매소 앞엔 여전히 장벽들이 있다. 건물 앞엔 개장 반대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천막농성 중이다. 이들은 ‘용산 장외발매소의 백기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이들을 포함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더 크게 열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역상생협의회다. 지역 대표 6명으로 구성된 협의회는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해 지사 운영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하고 있다.

마사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용산 장외발매소를 교육중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구상하고 있다. 장외발매소 1∼7층까지 어린이를 위한 ‘유니코니아(가칭)’를 건립하겠다는 것. 출입구도 발매소와는 별도로 만들어 발매소와 완전 분리된 ‘청정구역’으로 만들 예정이다. 하드웨어는 마사회가 제공하고 IT기업인 SK플래닛이 운영할 계획이다. 용도변경 등 허가절차를 마치면 올 하반기 시설공사를 거쳐 이르면 연내 첫 고객을 받을 예정이다.

‘유니코니아’가 완성되면 용산 장외발매소는 명실상부한 복합문화센터로 탈바꿈한다. 1∼7층은 ‘유니코니아’로, 8층엔 도박중독예방센터, 10∼18층은 평일엔 문화센터로, 경마일엔 발매존으로 사용된다. 지금 용산 장외발매소는 ‘경마 베팅 장소가 아닌 지역의 문화센터, 지역공동체 센터로 만들겠다’는 현 회장의 구상이 빠르게 이식되고 있는 중이다. 용산 장외발매소, 그곳에 가면 즐거움이 달린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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