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로 기자의 여기는 에비앙] 이미향 “스승의 한 마디에 자신감 찾아”

입력 2015-09-11 2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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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향이 11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르뱅의 에비앙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중간합계 9언더파 133타를 치며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다. 경기 후 18번홀 그린 옆에 마련된 믹스트존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에비앙(프랑스)|주영로기자 na1872@donga.com

한국에서 온 옛 스승 “기본을 지켜라” 조언
자신감 잃고 있던 이미향 9언더파로 단독선두
작년 미즈노클래식 첫 우승…에비앙에서 2승 꿈 부풀려


“기본을 지켜라. 그리고 너를 믿어라.”

한국에서 온 옛 스윙코치의 한 마디는 이미향(22·볼빅)에게 자신감을 되찾아줬다. 그리고 이미향은 좋은 성적으로 스승의 은혜에 보답했다.

이미향이 11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르뱅의 에비앙 골프장(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325만 달러) 2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7타를 쳤다. 오후 9시 현재 9언더파 133타를 적어낸 이미향은 2타 차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다.

1라운드에 이어 이날도 출발부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경기 시작과 함께 1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냈다. 이번 대회 들어 8번째 버디였다. 이후 몇 차례 위기가 찾아왔다. 특히 5번홀(파3)에서는 첫 번째 퍼트가 홀을 3.5m 정도 지나가면서 보기 위기를 맞았다.
이미향은 침착했다. 신중하게 그린의 경사를 살핀 이미향은 쉽지 않은 거리의 파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미향은 “5번홀에서의 파 세이브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첫 번째 퍼트가 길었고 그 순간 3퍼를 각오했다. 그런데 쉽지 않은 파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이어 6번과 7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하면서 좋은 흐름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상승세를 탄 이미향은 이후 17번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5개 골라내며 이번 대회 처음으로 10언더파 고지에 올라섰다. 아쉽게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내며 9언더파로 내려왔지만,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이미향은 에비앙 챔피언십과 인연이 많다. 3년 전 그는 LPGA 투어 시드를 잃은 위기를 맞았다. 상금랭킹이 100위권 밖에 있어 그대로 시즌을 마감하면 퀄리파잉스쿨에 가서 다시 시드를 따야했다. 그해 에비앙 챔피언십은 메이저대회로 승격됐다. 그러면서 출전인원이 늘어났고 이미향에게 에비앙 챔피언십에 나올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이미향은 이 대회에서 공동 19위에 오르며 선전했다. 그 덕분에 상금랭킹을 92위까지 끌어올렸고, 시드까지 유지하는 행운이 찾아왔다.

올해는 대회를 앞두고 우여곡절이 많았다. 파리공항에서 골프백을 분실했던 박인비(27)처럼 이미향 역시 골프백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우왕좌왕했다. 그 뿐이 아니다. 대회 1라운드 때는 코스로 이동하는 셔틀버스가 늦게 오는 바람에 경기 시작 1분을 앞두고 티잉 그라운드(10번홀) 도착하기도 했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까지 어수선하고 마음이 불안했지만, 옛 스승의 한 마디는 이미향의 마음을 진정시켰고 자신감을 찾아줬다. 이미향의 스승인 양찬국(66) 프로는 현재 스카이72골프장의 헤드프로로 일하고 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향을 지도했다. 이미향을 스승을 ‘사부’라고 부른다. LPGA 투어로 진출한 뒤에는 미국에서 새로운 스윙코치를 만났지만, 이미향에게 옛 스승은 정신적 지주와 같은 존재다.

이미향은 “대회를 앞두고 불안한 게 많았다. 그런데 사부님이 오셔서 ‘기본을 잘 지켜라. 그리고 너를 믿어라. 너는 준비가 됐고 우승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라는 말을 해주셨다. 그러면서 아주 사소했던 몇 가지를 지적해주셨다. ‘오른쪽 무릎이 가리키는 방향이 공이 날아가는 방향이다’라는 것과 같은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었다.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잠시 잊고 있었던 것들이었다. 사부님의 말을 듣고 다시 기본을 생각하게 됐고, 기본을 지키면서 경기하다보니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사부님의 한 마디가 나에게 자신감을 되찾게 해주는 힘이 됐다”고 옛 스승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미향은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열린 미즈노 클래식에서 L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아직 메이저 우승이 없는 그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꿈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

이미향은 “방어적으로 경기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어제와 오늘처럼 계속해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많은 버디를 잡아내야 할 것 같다. 보기를 할 수 있기에 버디를 많이 잡아내는 게 중요하다. 샷 감각도 좋고 자신도 있다”며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정조준했다.

에비앙(프랑스)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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