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수의 레퍼토리가 유행을 타듯 야구도 ‘메가트렌드’가 있다. 현재 KBO리그의 큰 물결은 ‘타고투저’다. SK는 디테일을 중시한 스몰볼로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나갔으나, 최근 2년 연속 가을야구에 못 나간 데 이어 올해도 허덕이고 있다. SK 김용희 감독은 선수관리에선 ‘시스템야구’를 지향했으나, 정작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자체는 과거의 스몰볼을 답습 중이다. 순위가 위태로울수록 이런 경향은 심해졌다. 그러나 KBO리그의 압도적 톱4 삼성-NC-넥센-두산과 비교하면 한화, SK, KIA, LG 등 ‘투고타저’ 야구의 현실은 초라하다. 리빌딩 과정인 KIA를 제외한 3팀은 막대한 투자를 감행했으나 결과적으로 방향성이 틀렸다. 이제 견고한 수비, 분업적 투수운용에 바탕을 둔 강력한 공격야구가 KBO리그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상황이다.
# 이런 야구를 주도한 삼성이 5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향해 진격하고 있으나 슬슬 종말의 징조가 보인다는 것이 야구계의 중평이다. 그렇다면 뉴 트렌드의 방향은 어디일까? 새로 건설되는 야구장이 그 단초를 제공할 듯하다. 삼성은 2015년을 끝으로 낙후된 대구구장을 떠나 새 구장에 들어간다. 넥센도 목동시대를 마감하고 고척스카이돔으로 이주할 가능성이 높다. NC도 마산 새 야구장 준공을 기다리고 있다. SK도 2016년 전력 구성에 맞춰 외야 펜스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15년 kt는 홈구장에 적합한 스쿼드가 얼마나 득점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kt 조범현 감독은 시즌 중 과감하게 용병투수와 간판 토종투수를 버리고 타자를 보강했다. 우타자에 유리한 수원 kt위즈파크의 환경에 최적화된 타선을 짜서 반전을 이뤄냈다. 야구는 선수가 하고, 선수는 감독이 기용한다. 그러나 중장기적 팀 디자인은 구단의 몫이다. 프런트가 똑똑해야 헛돈을 안 쓸 수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