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슈퍼매치 가져간 서울 ‘절박함의 승리’

입력 2015-09-2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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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주장 차두리(오른쪽)가 19일 원정으로 치러진 수원삼성과의 75번째 슈퍼매치에서 전반 42분 쐐기골을 뽑은 뒤 두 손을 귀에 갖다대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환호하고 있다. 경기 후 그는 “수원 팬들로부터 받은 많은 야유가 내가 골을 넣자 들리지 않아 그런 동작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동아DB

6강 탈락 위기의식이 선수 정신무장 계기
수원에 강한 아드리아노 2골 노림수 적중
차두리 폭풍 질주에 이은 추가골 결정적


올 시즌 3번째, 역대 75번째 슈퍼매치의 승자는 FC서울이었다.

서울은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31라운드 원정경기에서 3-0의 쾌승을 거뒀다. 시즌 13승째(9무8패·승점 48)를 거둔 서울은 역대 팀간 전적을 26승17무32패로 만드는 한편 올해 맞대결에선 1승1무1패로 균형을 맞췄다. 수원은 15승9무7패(승점 54)가 돼 우승 도전뿐 아니라 2위 수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 골잡이

서울은 아드리아노와 윤일록, 수원은 불가리아국가대표 일리안을 전방에 배치했다. 승자는 아드리아노였다. 전반 20분 페널티킥 골에 이어 40분 몰리나의 코너킥을 헤딩 골로 연결했다. 충격에 휩싸인 수원 수비진이 미처 재정비할 틈도 없이 2분 뒤에는 서울 오른쪽 날개 차두리가 폭풍 질주에 이은 슛으로 추가골까지 뽑았다. “세트피스와 측면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던 서울 최용수 감독의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 아드리아노의 활약은 예고됐다. 올 시즌 전반기 대전에서 뛰며 수원 골망을 3차례나 흔든 검증된 킬러다. “수원을 만나면 많은 찬스가 난다”던 아드리아노는 시즌 13호 골로 지난해 챌린지(2부리그) 득점왕에 이은 2년 연속 최고 골잡이를 바라보게 됐다.


● 절박


6강 진입조차 장담할 수 없던 서울은 조심스레 우승까지 넘보아왔던 수원보다 승리가 절실했다. 최근 4경기 수원은 2승2무, 서울은 1승1무2패였다. 서울은 30라운드에서 전북현대에 0-3의 충격적 패배를 당했다. 최 감독도 “후유증이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날 승부를 앞두고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합숙하며 분위기를 다잡은 서울의 팀 미팅은 평소보다 훨씬 길었다. 킥오프 전 “그간 우린 너무 착한 축구를 했다. 물러서지 말고 자신감을 잃지 말자”고 강조한 최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정신무장이 잘 됐다. 모든 준비가 잘 맞아떨어졌다. 모처럼 서울다웠다”며 밝게 웃었다.


● 환경

지난달 29일 콘서트에 이어 U-17(17세 이하) 수원컨티넨탈컵(2∼6일·6경기)을 소화한 수원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는 흉물스러웠다. 군데군데 땜질해 누더기처럼 보였다. 짧은 패스 축구를 자랑하는 수원은 홈 어드밴티지를 제대로 누릴 수 없었다. 오히려 선 굵은 플레이를 구사한 서울이 유리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오스마르에서 시작되는 서울의 긴 공중 패스는 날카로웠다. 볼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은 수원은 잦은 실책까지 겹쳐 고개를 숙였다.


● 신영록

2011년 5월 K리그 경기 도중 심장마비를 일으켜 쓰러진 뒤 재활에 매진해온 신영록(28)이 이날 경기의 시축자였다. 과거 수원에서 화려한 시절을 보낸 그가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며 센터서클로 이동할 때만큼은 모두가 하나였다. 양 팀 선수단은 둥글게 모여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냈고, 서포터스도 아낌없는 환호와 함성으로 그의 재기를 기원했다. 특히 차두리는 시축을 끝낸 뒤 휠체어를 타고 퇴장하는 신영록의 뺨에 가볍게 얼굴을 갖다대 잔잔한 감동을 줬다.

수원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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