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2015~2016시즌 개막 특집] 브라질 시스템 배구 접목…대한항공, 변해야 산다

입력 2015-09-3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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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즌 만에 ‘봄 배구’ 진출에 실패했던 대한항공이 2명의 브라질 코치를 영입해 대대적인 변화를 택했다. 군에서 제대해 복귀한 국가대표 세터 한선수와 신영수, 김학민, 곽승석 등이 버틴 대한항공의 선수층은 타 구단 사령탑들이 부러워하는 우승 후보 1순위답다. 사진제공|대한항공

7. 우승 후보 대한항공의 이악문 화두

브라질 코치 영입…전훈내내 실전같은 훈련
문제 생기면 대화로 해결 ‘즐기는 훈련’ 변화
‘기본급↓ 성과급↑’ 새로운 채찍과 당근도

한선수·신영수 등 선수층 탄탄 우승 후보감
몸무게 10kg 불어난 산체스 활약 여부 관건

8시즌 만에 처음으로 ‘봄 배구’의 향연에 나서지 못했던 대한항공은 변화를 택했다. 김종민 감독도 “이번 시즌 우리의 화두는 변화”라고 선언했다. 프런트도 변화에 앞장섰다. 프로야구처럼 전면에서 팀 배구의 방향을 택했다. 한국배구보다 앞선 시스템의 브라질배구를 접목시키고 있다.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훈련방식과 선수관리에서 다른 팀의 벤치마킹이 뒤따를 것이다. 반면 실패로 돌아간다면 선수들은 과거보다 더 힘든 훈련을 감내해야 한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사실을 잘 알기에 우승을 목표로 한다. 전문가와 상대 사령탑들은 “대한항공이 가장 우승에 근접해있다”고 내다본다. 물론 우승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하늘이 정한다. 운도 많이 따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과 프런트 등 모든 구성원이 같은 생각으로 의지와 정성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다.


코치 업무의 분업화와 실전 속의 장난 같은 훈련

“처음에는 훈련인지 장난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서 걱정도 했죠. 그런데 나중에 선수들에게 물어보니까 더 힘들다고 해요. 확실히 훈련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경기도 용인 신갈의 대항항공 훈련장을 찾았을 때 구단 직원은 이렇게 귀띔했다. 선수들은 훈련시간 내내 경기를 했다. 그동안 대한항공은 여름 동안 체력훈련을 많이 했고, 시즌을 앞두고는 수비와 공격 등 부분전술을 통해 잘못된 부분은 고치고 장점은 극대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다른 팀들도 훈련 강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내용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힘들기도 하지만 지루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훈련을 더 힘들어했다.

대한항공은 훈련을 경기처럼 했다. 재미를 섞었다. 두 팀으로 나눠 경기를 소화하면서 필요한 부분은 반복적으로 다듬었다. 문제가 생기면 대화를 통해 선수들이 이해하도록 했다. 운동은 몸의 기억이지만, 기억 이전에 선수들 스스로 생각하게 함으로써 훈련 효과를 높이면서도 즐기는 방법을 찾았다.

모든 훈련은 경기 상황에 바탕을 뒀다. 선수 모두가 공을 받고 때리고 움직였다. 동료들의 훈련을 지켜볼 틈이 없었다. 전혀 지루하지 않고 쉴 틈도 없었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다른 팀과 차별화되는 점이 보였다. 선수들의 표정도 밝았다. 새 시스템에 대한 호기심이 크다.

브라질에서 온 2명의 코치가 훈련을 리드한다. 세터 전담 슈빠 코치와 센터 전담 조르제 코치다. 조르제는 1992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이들이 전체적인 훈련프로그램의 틀을 짰다. 공격(장광균 코치)과 수비(최부식 플레잉코치)도 나눴다. 물론 코치들은 시즌 후 결과에 대해 책임도 진다. 트레이너 3명의 역할과 업무도 구분했다.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을 조련하고 방향을 이끄는 인간 경영자

요즘 리더의 능력 유무는 스피드가 아닌 방향성에서 결정된다. 얼마나 조직을 정확한 방향으로 이끄느냐가 중요하다. 김종민 감독은 팀 전체의 분위기를 이끌고 구성원의 생각을 관리하는 인간 경영자로서의 역할에 방점을 두고 있다. 헤드코치보다는 매니저의 역할이다.

김 감독에게 지난 시즌 실패의 이유를 물었다. 그는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코트 내에서의 리더십 부재”라고 답했다. 대항항공은 고비마다 기둥 선수의 부상으로 주저앉았다. 반복된 부상은 선수 관리의 문제일수도 있고, 훈련 방법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래서 새 훈련프로그램이 필요했다.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시즌을 완주하는 노하우를 찾는 것이 목표다. 다른 팀과 비교하면 몸을 만드는 과정이 더뎠다. 터키 전지훈련(9월 8∼20일)을 떠나기 전까지 김학민 정도만 시즌과 가까운 몸 상태를 보였다. 코치들은 감독의 조바심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몸을 끌어올렸다. 일찍 서두르면 오버워크로 이상이 생긴다고 했다. 이 같은 방식의 성패는 곧 드러난다.

리더는 타고난다. 팀이 어려울 때 서로를 신뢰하게 만들고, 자신이 앞장서서 이끌어줄 리더가 있는 팀이 강팀이지만 그런 역할은 성격적으로 타고난다. 대한항공에는 리더 성격보다는 착한 성격의 선수들이 많다. 하경민이 리더의 자질을 갖추고 있지만, 팀을 옮긴 데다 올 시즌 초반 경기 출전 여부를 장담하지 못한다. 그래서 대한항공은 없는 리더를 찾기보다는 서로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말이 많아진 선수들, 소통은 목표의 공유!

대항항공 선수들은 훈련 때 말을 많이 한다. 코치들도 마찬가지다. 브라질 코치들은 훈련 전 선수들과의 미팅에서 “왜 이 훈련을 하는지” 이유를 설명하고, 선수들이 납득하도록 한다. 코칭스태프끼리도 수시로 대화한다. 훈련 방향과 강도 등을 상의해서 결정한다. 새로운 방향 설정에 대한 선수들의 반응도 좋다.

김종민 감독은 당근과 채찍을 함께 들었다. 지난 시즌 실패에 대해 책임지기 위해 선수들 대부분의 연봉을 삭감했다. 그 대신 성과급을 높였다. 시즌 10승을 달성하면 삭감된 연봉은 다 받아가고, 이후 성적에 따른 성과급이 많아지도록 했다. 감독이 구단에 요청한 것이다.

V리그 3년차의 마이클 산체스도 기본급을 줄이고 성과급을 올리는 형태로 계약했다. 지난 시즌 산체스는 동료의 토스가 기대에 차지 않을 때나 경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자주 불평했다. 공격 수치도 종전보다 하향세였다. 대한항공은 교체도 검토했다. 김 감독은 막판에 기회를 줬다. 재계약 후 “준비를 철저히 해서 돌아와라. 앞으로는 불평을 늘어놓지 말고 네가 먼저 희생해 동료들을 가까이 하라”고 당부했다.

예정일보다 늦게 도착한 산체스는 상체운동을 많이 한 듯 탄탄해져 있었다. 변수는 10kg 정도 늘어난 몸무게다. 훈련으로 어느 정도는 감량한다지만, 원위치는 힘들다. 일정이 빡빡한 V리그에선 체력이 중요하다. 산체스가 체중이 늘어난 상태로 얼마나 길게 잘 버텨낼지 궁금하다.




팀 전술 변화와 시즌 운용 구상

대한항공은 세터 한선수의 복귀로 완벽한 스쿼드를 구성했다. 특히 레프트는 다른 팀들이 부러워할 만큼 탄탄하다. 한선수는 “마지막으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멤버다. 이 구성원으로 우승하지 못하면 다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단도 2015∼2016시즌이야 말로 우승의 적기라고 믿는다. 그래서 FA 신영수도 잡았고, 센터 하경민도 영입했다. 너무 많은 카드를 쥐었지만 문제도 있다. 코트에는 6명밖에 들어가지 못한다. 대한항공은 선택할 카드가 너무 많다. 전력은 튼실해졌지만 상승됐다고는 말할 수 없다. 주전에 끼지 못하는 선수들의 불평불만이 터지면 팀 분위기가 깨질 수도 있다. 이를 잘 알기에 김종민 감독은 신영수와 김학민에게 역할 분담의 원칙을 알려줬다. “상대팀의 블로킹과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선발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빠른 배구가 필요할 때는 김학민, 높이가 필요할 때는 신영수가 들어갈 전망이다. 서브 리시브에서 큰 역할을 해줘야 할 정지석과 곽승석도 경쟁을 통한 상승효과를 노린다.

한선수 덕분에 리시브 부담이 줄어든 것은 호재다. 김 감독은 “어느 정도만 올려주면 한선수의 능력으로 해결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플레이는 빨라졌다. ‘한선수 효과’를 연습경기에서 실감했다”고 밝혔다. 최부식이 버텨줘야 하는 리베로에 불안요소는 있다. 센터도 날개공격수에 비해 높이나 상대공격 예측능력이 떨어져 아쉽다. 내년 1월 진상헌이 제대하지만, 큰 기대를 하진 않는다. 전진용, 김형우, 김철홍과 하경민 조합으로 버텨보겠다는 복안이다. 30일 실시되는 신인드래프트에서 리베로와 센터를 놓고 고민 중이다.

● 키 플레이어


한선수의 가세로 대항항공은 당장 우승 후보가 됐다. 상근예비역으로 근무해온 한선수는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을 마치고 어깨 수술을 받았다. 소집해제 후 꾸준히 몸을 만들어왔다. 수영으로 어깨를 강화하고 유연성을 유지했다. 본격적으로 팀훈련에 합류한 뒤에는 한동안 몸살로 고생했다. 그만큼 일반인과 운동선수의 몸은 달랐다. 가장 걱정하는 것은 경기감각이다. 그도 “경기를 많이 해가면서 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터키 전훈에서 김종민 감독은 한선수가 ‘있고 없고’에 따라 팀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확인했다. 그의 분배와 빠르고 정확한 토스에 따라 공격 수치가 과거보다 훨씬 좋아질 것으로 본다. 그 수치가 높아지면 우승 희망은 있다. 산체스∼한선수의 조합은 3시즌 전에 구상했지만 이번에야 검증을 받는다.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 스포츠동아DB



“한선수 활용한 세트플레이 70% 이상 성공…우승 자신있다”


●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 출사표


전지훈련동안 6경기를 했다. 기대보다는 결과가 좋다. 우리보다 높이와 스피드가 앞선 팀들에게 많이 이기지 못할 것으로 봤는데 괜찮았다. 팀 공격성공률이 60% 넘게 나왔다. 산체스와 한선수의 호흡도 좋다. 처음 손발을 맞춰보는데 공격성공률이 60%를 넘었다. 한선수의 빠른 토스를 이용한 세트플레이는 70% 이상의 성공수치가 나왔다. 모든 선수가 20득점을 넘지 않았지만, 어떤 선수를 투입해도 팀 전력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지금은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선수들도 그렇고 나도 이번에는 꼭 우승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선수들이 화려한 플레이보다는 팀을 위한 헌신을 먼저 생각한다면 좋은 결과가 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량이 아니라 선수들끼리 서로 신뢰하고 팀을 앞세우는 자세다. 산체스가 블로킹에서 역할을 잘해주면 우승할 수 있다.

용인 l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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