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예능①] 예능의 진화 “웃고 떠들던 시절은 잊어라”

입력 2015-10-01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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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예능방송 ‘신서유기’-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아래). 사진제공|CJ E&M·MBC

■ 예능의 무한시대-경계가 사라지다


‘무한도전-배달의 무도’ 감동·공감 콘텐츠
육아·경쟁·군대 등 영역 확장에 형식 파괴
라이프스타일·다양한 플랫폼이 변화 촉진


예능프로그램의 ‘무한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MBC ‘무한도전’ 멤버들이 더빙에 참여해 화제를 모은 영화 ‘비긴 어게인’.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29일 밤 11시 늦은 시간대에 방송했음에도 6.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어 다음날 30일 오후 2시 현재 각종 음원사이트에서도 영화 OST 수록곡이 상위권에 올라오는 등 온라인에서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예능프로그램의 힘이라 할 만하다.

최근 예능프로그램이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하게 진화하며, 과거 ‘자기들끼리 웃고 떠드는’ 부정적인 인식의 한계를 넘어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한 재미뿐 아니라 세대간 공감을 이끌어내고 감동까지 안겨주면서 끝없이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파괴… 변화… 진화…

변화는 내용과 형식,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다. 한 마디로 “못 할 게 없”고(이흥우 MBC 예능국장) “언제 어디서든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이명한 tvN 본부장)로 승부하는 시대가 됐다.

‘무한도전’은 제목과 콘셉트 그대로 다양한 ‘도전’에 나선 멤버들의 좌충우돌 해프닝으로 웃음을 준 지 오래다. 때로는 여기에 마치 ‘세미 다큐’의 형식을 빌어 감동을 자아내기도 한다. 최근 방송한 ‘배달의 무도’편은 그 직접적 사례로 꼽힌다. “10년 전 예능프로그램이라면 그냥 웃기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공감에 포인트를 맞춰야 한다”는 이 본부장의 말이 실감난다. “제작진의 의도는 최소화하고, 피사체 그대로를 카메라에 담는 형식”의 힘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TV편성표를 채우는 많은 예능프로그램은 이처럼 이미 전통적인 의미의 ‘토크쇼’나 ‘코미디’ 혹은 ‘버라이어티쇼’의 한계 혹은 정해놓은 듯한 예능프로그램의 영역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이런 흐름을 이끈 것은 KBS 2TV ‘1박2일’ 혹은 ‘무한도전’류의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이다. 군대(진짜 사나이), 육아(슈퍼맨이 돌아왔다), 나아가 생존과 경쟁(우리동네 예체능, 정글의 법칙) 등에 이르기까지 진화하며 현실의 다양한 면모를 담아내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의 변화는 형식의 파괴를 넘어 플랫폼의 한계를 넘나든다.

이미 2010년 인터넷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웹 드라마가 등장한 이후 ‘신 서유기’로 상징되는 예능 콘텐츠도 생겨났다. ‘신 서유기’는 이야기를 공개한 지 한 달도 안돼 조회건수 3000만건을 훌쩍 넘기며 TV 중심이었던 방송 플랫폼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도 인터넷 1인 생방송 형식을 적극 끌어들여 TV 시청이라는 고정관념을 깼다.

무한확장…왜?

현재 TV시청률은 전반적으로 하락세에 놓여 있다. 채널도 다양해지면서 프로그램 편수도 크게 늘었다. 이런 달라진 환경에서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 이 같은 진화의 양상으로 표출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시대 흐름과 대중의 기호에 맞춰 소재와 형식이 변화할 수밖에 없다. 리얼버라이어티 등 예능프로그램을 접하는 시청자의 눈높이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 제작진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이흥우 MBC 예능국장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예능프로그램을 통해서 도전한다고 하면 못 할게 없다고 할 정도로 시청자의 시선도 유연해졌기 때문이다”고 설명한다. 이명한 본부장 역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다양한 플랫폼의 탄생은 예능프로그램의 변화를 이끈 주요 요인이다”며 “VOD의 활성화로 ‘본방사수’가 불필요해졌다. 공간적으로도 스마트폰이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대중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향후 예능프로그램은 세대간의 공감과 소통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TV와 모바일, 인터넷을 동시에 공략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본부장은 “TV로만 승부할 경우 공들인 것에 비해 소득이 적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내용 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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