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고’ 목동구장…결국 ‘박병호’에 웃고 운다

입력 2015-10-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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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정우람, 조동화, 김용희 감독과 넥센 염경엽 감독, 이택근, 박병호(왼쪽부터)가 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1차전 예상 점수차를 손가락으로 펼쳐 보이고 있다. 목동|김진환 기자 kwangshin@donga.com

■ 넥센 vs SK, 오늘 운명의 와일드카드 결정전…‘박병호가 넘기느냐, 박병호를 막느냐’ 승부 최대변수

박병호가 홈런 28개나 때린 타자친화적 구장
SK 투수진 박병호 대응법·정의윤 장타력 관건


7일부터 시작하는 ‘2015 타이어뱅크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최대 변수는 목동구장이다. 극단적인 타자친화형 구장에 대한 적응력이 넥센과 SK의 운명을 가를 것이기 때문이다. 목동 경기에선 타격 직후 타자가 아쉬움에 고개를 숙였는데, 정작 타구가 외야 펜스를 넘어가는 장면을 곧잘 목격할 수 있다. 선수들과 감독들이 타고투저를 불러오는 목동구장의 특수성을 강조하곤 한다. 스포츠동아는 통계전문회사 스포츠투아이에 의뢰해 2015년 정규시즌 데이터를 기준으로 목동의 ‘위력’에 대한 계량적 측정을 시도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와일드카드 결정전 같은 단기전을 지배할 만한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 숫자로 증명된 목동구장의 폭발력


스포츠투아이가 계산한 파크팩터에 따르면, 목동구장은 117로 나타났다. 꽤 높은 숫자지만 인천SK행복드림구장의 126, 사직구장의 123,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의 118보다 낮다. 파크팩터가 100 이상일수록 홈팀 타자에 유리한 구장으로 꼽힌다. 그러나 파크팩터는 타자들의 홈 성적이 원정 성적보다 월등히 좋을수록 올라가는 속성을 갖는다. 다시 말해 넥센 타자들은 원정에서도 타격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파크팩터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이다. 즉, 넥센은 목동의 지형적 특성을 최대한 활용함과 동시에 야구장을 가리지 않는 타선의 파괴력을 지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넥센은 목동에서 117홈런, 원정에서 86홈런을 기록했다. 시즌 200홈런을 넘긴 팀은 넥센(203개)이 유일하다. 2위 롯데의 177홈런과도 격차가 크다. 아울러 올 시즌 목동구장은 72경기를 치르며 가장 많은 홈런(200개)을 쏟아냈다. 2위인 사직구장(181홈런)을 압도했고, 심지어 두산과 LG가 동시에 홈으로 사용해 144경기를 소화한 잠실(176개)도 능가했다. 순식간에 흐름을 바꿔버릴 수 있는 ‘화약고’가 바로 목동구장이다.

넥센 박병호. 스포츠동아DB


결국은 박병호를 둘러싼 싸움이다!

넥센이 목동에서 위력을 떨치는 결정적 이유는 박병호(29)의 존재감 덕분이다. 홈런 1위 박병호의 53홈런 중 28홈런이 목동에서 터졌다. 목동구장 장타율이 0.732에 달한다. 결국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박병호를 둘러싼 싸움이다. SK 투수진이 박병호와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정의윤 등 SK 타선이 얼마나 박병호와 대등한 장타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SK 김용희 감독과 마무리 정우람은 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상황에 맞는 승부”를 얘기했다. 피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2년 전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은 박병호에게 고의4구 작전을 펼치다 낭패를 볼 뻔했다. 무엇보다 박병호 스스로가 과거 2년의 경험을 통해 외부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강조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도전에도, 입단동기 정의윤과의 대결에도 구애받지 않겠다는 자세다. 더욱 냉정해진 박병호를 SK는 목동에서만 상대해야 한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백미다.

목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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