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11일. 잠실구장 인근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일요일을 맞아 오후 2시 시작되는 경기를 보기 위해 팬들이 대거 차를 몰고 왔기 때문이다. 경기개시시간이 임박하자 잠실종합운동장 입구뿐 아니라 올림픽대로까지 극심한 정체현상을 빚었다.
이유가 있었다. 잠실구장 주차장 관리요원과 안내요원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은 공무원들도 쉬는 일요일이었다. 종합운동장 남문과 동문에 출입 게이트를 1개만 열어놓고, 주차요금을 받는 인력만 배치해놓았다. 입구에 ‘만차’를 알리는 푯말은 있었지만, 남문이나 동문 입구에 다다른 차량만 이런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만차시 뒤쪽에 늘어선 차량들을 인근 탄천주차장이나 공영주차장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해야 하지만, 안내요원조차 거의 없었다. 그러다보니 일찌감치 집을 나섰던 팬들도 잠실구장에 거의 다 도착해 하릴없이 시간을 허비한 뒤 경기가 시작되고 한참 후에나 입장할 수 있었다.
잠실종합운동장을 서울특별시 산하 체육시설관리사업소에서 관리·운영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예산 관계로 휴일이면 최소한의 인력만 근무하다보니 이런 일이 빚어진다. 포스트시즌이면 평소보다 차량이 더 많이 밀려들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지만, 서울시는 이에 대비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의 한 관계자는 12일 스포츠동아와의 통화에서 “예산 문제도 있고 한정된 인력으로 움직이다보니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팬들은 매번 이런 불편을 겪어야 할까. 인천문학경기장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지난해부터 SK 와이번스가 직접 문학경기장(인천SK행복드림구장 포함)을 위탁관리하면서 주차장 관리와 운영이 획기적으로 변모했다. 과거 인천시가 관리할 때는 문학구장에서 차량이 다 빠져나가려면 1시간30분이나 걸렸다. 그러나 SK는 휴일이면 용역업체와 계약해 인력을 대거 투입한다. 또 지역별로 나갈 수 있는 문을 새로 만들고 차량의 동선을 한 방향으로 정리하는 등 시스템을 개선해 만원사례를 이룬 날에도 평균 25분 정도면 모든 차량이 문학구장을 빠져나갈 수 있게 했다. 인근 연수경찰서, 남부경찰서, 남동경찰서의 협조로 경찰이 대거 투입돼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든 말든 주차비만 받아 수익만 올리면 된다는 마인드일까. 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돈을 벌었으면 서비스도 개선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공익성보다는 수익성으로만 잠실구장을 바라보는 듯하다. 의지도 없고 능력도 안 되면 차라리 인천시처럼 구단에 운영권을 넘기는 편이 낫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