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 회의론 잠재운 니퍼트의 ‘부활투’

입력 2015-10-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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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외국인투수 더스틴 니퍼트(왼쪽 3번째)는 정규시즌 부상과 부진을 털고 PO 1차전에서 완봉승으로 건재를 알렸다. 내년 시즌 재계약 전망도 높아졌다. 니퍼트가 19일 2차전에 앞서 밝은 표정으로 몸을 풀고 있다. 마산|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올 시즌 잦은 부상으로 6승5패 부진
PO 1차전 완봉투…최장수 용병 위용
김태룡 단장 “이만한 용병 어디 없다”


불투명했던 재계약 전망이 바뀌었다. 외국인투수 더스틴 니퍼트(34)의 포스트시즌 호투로 두산이 긍정적 재계약 신호를 보내고 있다.

니퍼트는 올 시즌 20경기(선발 16경기)에서 6승5패, 방어율 5.10을 기록했다. 2011년부터 뛴 ‘현역 최장수 용병’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기록이었다. 첫 시즌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던 에이스의 위용은 더 이상 없었다.

사실 매년 잔부상에 시달린 그였지만, 올해는 더 심각했다. 골반 통증으로 개막 열흘 이후 뒤늦게 합류했고, 6월초에는 어깨 충돌 증후군을 호소해 2개월 가까이 엔트리에서 빠져있었다. 복귀 후에도 8월 중순 허벅지 통증으로 또다시 20일간 자리를 비웠다.

두산 입장에서도 니퍼트의 잦은 부상은 뼈아팠다. 다행히 허준혁 등 대체 선발들의 깜짝 활약으로 공백을 최소화했지만, 상대를 압도하는 에이스의 부재가 아쉬웠다. 그래도 9월 복귀 후 불펜에서 시작해 선발로 호투하며 포스트시즌 전망을 밝게 했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부터 니퍼트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역시 니퍼트’라는 말이 나올 만했다. 큰 키(2m3)에서 내리 꽂는 최고 155㎞의 강속구를 앞세워 7이닝 3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다. 솔로홈런 2개를 맞았으나, 두산은 니퍼트의 호투를 발판 삼아 연장 접전 끝에 1차전 승리를 챙겼다. 기선 제압에 성공한 두산은 4경기 만에 준PO를 끝내면서 18일 PO 1차전에 니퍼트를 낼 수 있었다.

분위기를 탄 니퍼트는 NC와의 PO 1차전에선 완봉 역투를 펼쳤다. 최고 153㎞의 직구와 예리한 슬라이더, 체인지업은 실전감각이 부족한 NC 타자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았다.

니퍼트의 포스트시즌 ‘반전투’로 두산은 미소와 동시에 고민도 안게 됐다. 재계약이 어렵다는 생각에서 ‘그래도 니퍼트’라는 시각을 갖게 됐다. 매년 부상으로 빠진 기간이 있었고, 올해는 부상 부위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된 것을 고려하면 재계약에 부담감이 컸다. 내년 만 35세로 이미 내리막이란 판단도 작용했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포스트시즌에서 이 정도 던져주니 구단도 당연히 니퍼트와 재계약하는 쪽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만한 용병이 어디 있나”라며 웃었다. 이어 “사실 본인도 지난해와 올해 모두 부상 때문에 중간에 좀 힘들고 해서 구단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하기도 한 것 같다. 중간에 ‘구단에 미안하다’는 말도 여러 번 했다”며 “스스로도 좀 마지막 시험을 치르는 기분으로 지금 최선을 다해 던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마산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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