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신비주의가 많이 벗겨진 요즘에는 3분 남짓한 무대를 위해 이들이 쏟는 노력과 땀이 얼마나 큰지 잘 알려진 편이다.
그러나 멋진 무대의상과 화려한 조명, 쏟아지는 환호와 갈채가 주는 강렬함 때문인지, ‘아이돌의 노력’이라고 하면 왠지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는 감이 있다. 더욱이 그룹의 비활동 기간이라면 노출이 줄어드는 만큼, 과연 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기는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시도했다. 모르면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단 하루뿐이지만 직접 아이돌 멤버가 돼 이들의 일과를 그대로 따라가 보기로 했다.
아무리 하루뿐이라고 해도 30대중반의 나이에 몸치, 음치인 기자를 받아줄 그룹이 과연 누가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의외로 ‘동료가 되자’라며 손을 내밀어준 그룹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5인조 보이그룹 ‘전설(리슨, 제혁, 로이, 리토, 창선)’.
체험 당시 컴백을 한 달여 앞두고 있었던 전설은 한창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멤버 중 제혁이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습에 나오지 못해 일일체험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어쨌든 아이돌 멤버로 활동해본다는 생각에 괜한 설렘과 긴장감을 갖고 연습실을 찾은 건 10월 20일의 아침이었다. 오전 10시까지 연습실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받고 제시간에 도착했지만, 리슨과 로이, 리토, 창선은 이보다 더 일찍 연습실에 도착해 개인연습을 하고 있어 지각 아닌 지각을 하고 말았다.
사실 전설과는 일전에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어 첫 대면은 아니었지만, 이날은 기자와 아이돌이 아니라 같은 멤버로 만나게 된 만큼 인사를 나누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어색함이 느껴졌다. 게다가 이날 오전 일과는 개인연습으로, 제혁이 개인 연습실로 사용하는 방에 홀로 앉자 ‘뭘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막막함이 몰려왔다.
시작부터 ‘괜한 짓을 한 게 아닌가’하는 후회가 밀려오긴 했지만 기왕에 엎질러진 물이었다. 모르면 배우는 수밖에 없다. 어차피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만큼, 염치 불구하고 각 멤버들에게 ‘아이돌이 갖춰야할 소양’을 하나씩 배워보기로 했다.
먼저 찾아간 곳은 유일한 중국인 멤버 로이의 방이었다. 팀 내 보컬을 맡고 있는 로이이지만 중국 출신인 만큼 한국어를 연습하는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한국인인 기자가 한국어를 연습할 수는 없는 노릇으로, 짧게나마 중국어를 배워보기로 했다. 실제 최근 아이돌 그룹은 해외 진출이 잦은 만큼 중국어와 일본어, 영어 등을 꾸준히 배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중국어 책을 펴보고 느낀 점은 그냥 어렵다. 이유고 뭐고 그냥 어렵다.
기본적으로 한자에 대한 지식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번자체가 아닌 간자체로 적혀 있어 그나마 알고 있던 한자지식들도 대부분이 무용지물이었다. 어설프게 알고 있는 게 더 위험하다고, 간단한 단어 하나를 외우는데도 한참을 중얼거려야 했다. 애초에 중국어를 단숨에 마스터하겠다는 만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목표는 없었지만 자괴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로이의 한국어 공부를 지켜보는 걸로, 외국어 레슨을 종료했다. 물론 로이는 ‘대박’, ‘쩔어’ 같은 구어체까지 능수능란하게 사용할 정도로 한국어를 무척 능숙하게 읽고, 쓰고, 말했다.
로이에 이어 찾아간 멤버는 랩퍼 리토. 볼 것도 없이 리토에겐 랩 레슨을 받아보기로 했다.
리토는 랩 할 때 멋있어 보이는 제스처를 먼저 알려주었다. 손가락의 모양과 팔 동작의 크기에 따라 멋있어 보이기도, 없어 보이기도 한다는 리토의 설명을 들으며 직접 제스처를 시도해봤다.
나름대로는 한껏 멋을 낸다고 했지만, 이날 촬영을 하던 선배는 ‘멤버로는 안 되겠다고 하더라’라고 결과를 통보해줘 또다시 좌절을 맛보게 했다.
다음은 창선. 창선은 뮤직비디오 등을 촬영할 때 자연스러운 연기가 힘들어 연기 연습을 많이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또 연기 연습을 안 해 볼 수가 없다. 창선과 함께 도전한 작품은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너를’ 뮤직비디오로, 이중 김영광이 뒷걸음치며 경수진에게 손을 흔드는 장면을 따라해 보았다.
결과는 차마 직접 말하기 창피하니 그냥 사진으로 보기 바란다.
개인연습의 마지막은 리슨의 보컬 강좌였다. 아이돌이 갖춰야할 요건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지만, 가수에게 가창력은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변치 않는 필수요건이다. 원래 뮤지컬을 전공한 리슨은 이론적으로도 실력적으로도 매우 빼어난 보컬리스트였다.
먼저 나의 노래실력을 들어봐야 한다고 아무곡이나 불러달라는 리슨의 요청에 선곡한 곡은 넥스트의 ‘Here, I Stand For You’. 故 신해철의 1주기를 기념하고 싶었던 마음에 선곡했지만 사실 타고난 음치이자 고음불가인 기자에게 최악의 곡이었다.
보는 사람이 더 창피할 수준의 노래였지만 리슨은 (한참 웃기는 했다)프로답게 노래 부를 때 잘못된 습관을 지적해주고, 한 마디 한마디 가이드 보컬을 들려주기도 했다. 역시나 단기간에 확 달라지길 기대하긴 힘들었지만 그래도 원래보다는 한결 나아졌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는 것에 만족했다.
아침부터 시작되는 개인연습은 오후 12시 30분정도까지 이어졌고, 멤버들은 점심을 먹은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연습에 돌입했다.
원래 이날 오후 2시부터 보컬 레슨이 예정돼 있었으나, 보컬 선생님이 개인사정으로 급하게 일정을 변경해 전설의 멤버들도 개인연습을 이어갔다. 물론 연습실에 매니저가 있긴 했지만, 특별히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저녁까지 계속해서 연습에 매진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전문 트레이너의 보컬 레슨을 받아보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저녁 시간대로 예정된 안무 레슨을 받을 시간이 다가오자 다시 설렘이 커졌다. 안무 레슨인만큼 전문 댄스팀과 함께 하는 연습인데다가, 칼 같은 군무와 현란한 퍼포먼스는 단연 아이돌 그룹의 백미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동한 연습실은 여러 유명 아이돌 그룹이 꾸준히 찾는 유명한 댄스팀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했다.
전설의 멤버들은 안무 연습실에 도착하자 바로 퍼포먼스를 맞춰보기 시작했고, 이들의 안무를 지켜본 기자는 곧 멘탈이 붕괴됐다. 도저히 엄두도 나지 않을 현란한 동작들은 물론이고, 어지럽게 짜인 동선은 예상을 벗어난 범위였다.
촬영 선배마저도 “네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라고 만류할 정도의 난도였지만, 댄스팀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그나마 가장 쉬운 인트로 부분의 퍼포먼스를 맞춰보기로 했다.
그리고 전문가의 힘은 대단했다. 사실 그리 어려운 동작은 없었다고는 하지만, 안무 선생님은 쉽고 정확하게 동작들을 전수 해줬고 어설프게나마 합을 맞춰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8마디 정도 짧게 안무를 맞춰볼 생각이었으나, 안무 선생님은 의도한 건지 즉흥적인 건지 몰라도 “주인공을 만들어주겠다”라며 갑자기 다음 8마디에 해당하는 안무를 더 가르쳐 주었다.
사실 구조물에 올라가 걸어 나오는 것이 거의 전부인 파트였지만, 센터로 나선다는 건 또 다른 긴장감과 부담감을 불러왔다. 35세의 늙고 찌들은 몸이지만 최대한 감각을 곤두세웠고, 혼자가 아닌 군무라는 점은 저절로 집중력을 불러왔다.
옆에서 볼 땐 수 십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직접 퍼포먼스에 참가해 보니 ‘1초에 이렇게 많은 걸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장 쉬운 부분이었음에도)여러 움직임이 이어졌다. 또 그리 크지 않은 동작들이었지만 집중해서 하다 보니 금세 등에는 땀이 흘러내렸다.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어설프게나마 미션을 성공했을 때 시계는 오후 9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전설의 안무 연습은 다음날 뮤직비디오 촬영 때문에 오전 2시까지 예정돼 있었으나, 더 이상 안무연습에 참여하는 건 오히려 연습을 방해하는 것 밖에 되지 않아 아이돌 체험은 약 11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불과 11시간 만에 아이돌의 모든 것을 경험했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고, 모든 아이돌이 전설과 똑같은 연습을 소화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5분 남짓한 무대를 위해 이들이 흘리는 땀과 열정은 진짜라는 것만은 확실하게 전달 받았다.
글·체험|동아닷컴 가요 담당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그러나 멋진 무대의상과 화려한 조명, 쏟아지는 환호와 갈채가 주는 강렬함 때문인지, ‘아이돌의 노력’이라고 하면 왠지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는 감이 있다. 더욱이 그룹의 비활동 기간이라면 노출이 줄어드는 만큼, 과연 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기는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시도했다. 모르면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단 하루뿐이지만 직접 아이돌 멤버가 돼 이들의 일과를 그대로 따라가 보기로 했다.
아무리 하루뿐이라고 해도 30대중반의 나이에 몸치, 음치인 기자를 받아줄 그룹이 과연 누가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의외로 ‘동료가 되자’라며 손을 내밀어준 그룹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5인조 보이그룹 ‘전설(리슨, 제혁, 로이, 리토, 창선)’.
체험 당시 컴백을 한 달여 앞두고 있었던 전설은 한창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멤버 중 제혁이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습에 나오지 못해 일일체험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이날 자리를 비운 제혁을 대신해 전설의 제 6의 멤버가 됐다. 사실 이때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어쨌든 아이돌 멤버로 활동해본다는 생각에 괜한 설렘과 긴장감을 갖고 연습실을 찾은 건 10월 20일의 아침이었다. 오전 10시까지 연습실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받고 제시간에 도착했지만, 리슨과 로이, 리토, 창선은 이보다 더 일찍 연습실에 도착해 개인연습을 하고 있어 지각 아닌 지각을 하고 말았다.
사실 전설과는 일전에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어 첫 대면은 아니었지만, 이날은 기자와 아이돌이 아니라 같은 멤버로 만나게 된 만큼 인사를 나누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어색함이 느껴졌다. 게다가 이날 오전 일과는 개인연습으로, 제혁이 개인 연습실로 사용하는 방에 홀로 앉자 ‘뭘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막막함이 몰려왔다.
시작부터 ‘괜한 짓을 한 게 아닌가’하는 후회가 밀려오긴 했지만 기왕에 엎질러진 물이었다. 모르면 배우는 수밖에 없다. 어차피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만큼, 염치 불구하고 각 멤버들에게 ‘아이돌이 갖춰야할 소양’을 하나씩 배워보기로 했다.
먼저 찾아간 곳은 유일한 중국인 멤버 로이의 방이었다. 팀 내 보컬을 맡고 있는 로이이지만 중국 출신인 만큼 한국어를 연습하는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스스로는 부족하다고 했지만 한국어를 능숙하게 했다.
그렇다고 한국인인 기자가 한국어를 연습할 수는 없는 노릇으로, 짧게나마 중국어를 배워보기로 했다. 실제 최근 아이돌 그룹은 해외 진출이 잦은 만큼 중국어와 일본어, 영어 등을 꾸준히 배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중국어 책을 펴보고 느낀 점은 그냥 어렵다. 이유고 뭐고 그냥 어렵다.
기본적으로 한자에 대한 지식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번자체가 아닌 간자체로 적혀 있어 그나마 알고 있던 한자지식들도 대부분이 무용지물이었다. 어설프게 알고 있는 게 더 위험하다고, 간단한 단어 하나를 외우는데도 한참을 중얼거려야 했다. 애초에 중국어를 단숨에 마스터하겠다는 만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목표는 없었지만 자괴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로이의 한국어 공부를 지켜보는 걸로, 외국어 레슨을 종료했다. 물론 로이는 ‘대박’, ‘쩔어’ 같은 구어체까지 능수능란하게 사용할 정도로 한국어를 무척 능숙하게 읽고, 쓰고, 말했다.
로이에 이어 찾아간 멤버는 랩퍼 리토. 볼 것도 없이 리토에겐 랩 레슨을 받아보기로 했다.
리토는 랩가사 작성과 퍼포먼스위주로 개인연습을 진행했다.
리토는 랩 할 때 멋있어 보이는 제스처를 먼저 알려주었다. 손가락의 모양과 팔 동작의 크기에 따라 멋있어 보이기도, 없어 보이기도 한다는 리토의 설명을 들으며 직접 제스처를 시도해봤다.
나름대로는 한껏 멋을 낸다고 했지만, 이날 촬영을 하던 선배는 ‘멤버로는 안 되겠다고 하더라’라고 결과를 통보해줘 또다시 좌절을 맛보게 했다.
사실 기자도 동네 노래방에선 나름 랩퍼였다.
다음은 창선. 창선은 뮤직비디오 등을 촬영할 때 자연스러운 연기가 힘들어 연기 연습을 많이 한다고 했다.
창선은 빛을 싫어해 평소엔 연습실 불을 꺼놓고 지낸다.
그렇다면 또 연기 연습을 안 해 볼 수가 없다. 창선과 함께 도전한 작품은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너를’ 뮤직비디오로, 이중 김영광이 뒷걸음치며 경수진에게 손을 흔드는 장면을 따라해 보았다.
결과는 차마 직접 말하기 창피하니 그냥 사진으로 보기 바란다.
연기에 도전한 ‘너를’의 장면.
그리고 재연.
개인연습의 마지막은 리슨의 보컬 강좌였다. 아이돌이 갖춰야할 요건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지만, 가수에게 가창력은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변치 않는 필수요건이다. 원래 뮤지컬을 전공한 리슨은 이론적으로도 실력적으로도 매우 빼어난 보컬리스트였다.
먼저 나의 노래실력을 들어봐야 한다고 아무곡이나 불러달라는 리슨의 요청에 선곡한 곡은 넥스트의 ‘Here, I Stand For You’. 故 신해철의 1주기를 기념하고 싶었던 마음에 선곡했지만 사실 타고난 음치이자 고음불가인 기자에게 최악의 곡이었다.
메인보컬 리슨. 이론적으로도 실력적으로도 빼어난 보컬리스트다.
보는 사람이 더 창피할 수준의 노래였지만 리슨은 (한참 웃기는 했다)프로답게 노래 부를 때 잘못된 습관을 지적해주고, 한 마디 한마디 가이드 보컬을 들려주기도 했다. 역시나 단기간에 확 달라지길 기대하긴 힘들었지만 그래도 원래보다는 한결 나아졌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는 것에 만족했다.
아침부터 시작되는 개인연습은 오후 12시 30분정도까지 이어졌고, 멤버들은 점심을 먹은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연습에 돌입했다.
심지어 가르치는 것도 잘했다.
원래 이날 오후 2시부터 보컬 레슨이 예정돼 있었으나, 보컬 선생님이 개인사정으로 급하게 일정을 변경해 전설의 멤버들도 개인연습을 이어갔다. 물론 연습실에 매니저가 있긴 했지만, 특별히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저녁까지 계속해서 연습에 매진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전문 트레이너의 보컬 레슨을 받아보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저녁 시간대로 예정된 안무 레슨을 받을 시간이 다가오자 다시 설렘이 커졌다. 안무 레슨인만큼 전문 댄스팀과 함께 하는 연습인데다가, 칼 같은 군무와 현란한 퍼포먼스는 단연 아이돌 그룹의 백미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동한 연습실은 여러 유명 아이돌 그룹이 꾸준히 찾는 유명한 댄스팀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했다.
전설의 멤버들은 안무 연습실에 도착하자 바로 퍼포먼스를 맞춰보기 시작했고, 이들의 안무를 지켜본 기자는 곧 멘탈이 붕괴됐다. 도저히 엄두도 나지 않을 현란한 동작들은 물론이고, 어지럽게 짜인 동선은 예상을 벗어난 범위였다.
촬영 선배마저도 “네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라고 만류할 정도의 난도였지만, 댄스팀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그나마 가장 쉬운 인트로 부분의 퍼포먼스를 맞춰보기로 했다.
전문가의 가르침은 정말 대단했다.
그리고 전문가의 힘은 대단했다. 사실 그리 어려운 동작은 없었다고는 하지만, 안무 선생님은 쉽고 정확하게 동작들을 전수 해줬고 어설프게나마 합을 맞춰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8마디 정도 짧게 안무를 맞춰볼 생각이었으나, 안무 선생님은 의도한 건지 즉흥적인 건지 몰라도 “주인공을 만들어주겠다”라며 갑자기 다음 8마디에 해당하는 안무를 더 가르쳐 주었다.
안무 선생님의 지도 덕분에 어설프게나마 군무를 맞추긴 맞출 수 있었다.
사실 구조물에 올라가 걸어 나오는 것이 거의 전부인 파트였지만, 센터로 나선다는 건 또 다른 긴장감과 부담감을 불러왔다. 35세의 늙고 찌들은 몸이지만 최대한 감각을 곤두세웠고, 혼자가 아닌 군무라는 점은 저절로 집중력을 불러왔다.
옆에서 볼 땐 수 십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직접 퍼포먼스에 참가해 보니 ‘1초에 이렇게 많은 걸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장 쉬운 부분이었음에도)여러 움직임이 이어졌다. 또 그리 크지 않은 동작들이었지만 집중해서 하다 보니 금세 등에는 땀이 흘러내렸다.
두둠! 둠칫! 둠칫!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어설프게나마 미션을 성공했을 때 시계는 오후 9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전설의 안무 연습은 다음날 뮤직비디오 촬영 때문에 오전 2시까지 예정돼 있었으나, 더 이상 안무연습에 참여하는 건 오히려 연습을 방해하는 것 밖에 되지 않아 아이돌 체험은 약 11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불과 11시간 만에 아이돌의 모든 것을 경험했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고, 모든 아이돌이 전설과 똑같은 연습을 소화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5분 남짓한 무대를 위해 이들이 흘리는 땀과 열정은 진짜라는 것만은 확실하게 전달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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