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이호 감독. 사진제공|KOVO
심판실 간식 극과 극…처우 개선 목소리
청소업체 대동한 기업은행 ‘이사 대작전’
‘2015∼2016 NH농협 V리그’ 2라운드가 차츰 달아오르고 있다. 1라운드 전력탐색기를 마친 각 팀이 약점을 보완하고 상대의 패턴을 분석한 뒤 경기에 나서는 때다. 남자부에선 디펜딩 챔피언 OK저축은행이 갈수록 완전체로 변신해가는 가운데, 현대캐피탈의 ‘업템포 1.0 배구’도 선수들끼리 합이 맞아가고 있다. 여자부에선 수비 조직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이 앞서는 가운데, 지난 시즌 챔프 IBK기업은행이 강한 예방주사를 맞았다.
● 도로공사 이호 감독이 0-3으로 지고도 표정이 밝았던 이유
올 시즌 여자부에선 팀간 전력차가 좁혀져 랠리가 길어지고 박빙인 경기가 많아졌다. 1라운드 전체 14경기 가운데 3경기가 풀세트였고, 4경기에서 3-0의 세트 스코어가 나왔다. 2라운드 들어선 9일 현재 각각 2경기에서 3-0, 3-2가 나왔다. 아직 0-3 패배가 없는 유일한 팀은 현대건설이다. 8일 현대건설에 0-3 완패를 당한 도로공사 이호 감독(사진)은 경기 후 의외로 표정이 밝았다. “오늘은 뭐라 할 말도 없는 경기다. 질 경기라면 빨리 져서 잊고, 다음 경기 준비를 잘하는 것이 낫다”며 시원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그럴 사연이 있었다. 주공격수 시크라가 정상이 아니었다. 3일 GS칼텍스전 후 장염에 걸려 계속 수액주사만 맞으면서 버텨 출장조차 어려웠다. 며칠간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출장한 시크라는 평소보다 타점이 떨어지고 파워도 없었고, 결국 팀은 패했다.
● 심판실에 내놓은 간식을 보면 그 팀의 성적이 보인다?
최근 어느 심판이 휴대전화에서 흥미로운 사진을 보여줬다. 경기 때 각 구단이 심판실에 준비해놓은 간식을 찍은 것이었다. 많은 구단의 간식 사진을 동시에 보니 각 구단의 심판에 대한 배려가 비교됐다. 정성을 담아 예쁜 그릇에 담아 심판이 충분히 먹을 양을 준비하는 구단도 있고, 민망할 정도로 볼품이 없는 곳도 있었다. 심판에게 제공하는 간식은 규정과는 관계없고 구단이 자발적으로 준비하는 것이지만, 이런 부분에서 잘하고 못하는 팀의 차이가 팀의 성적이었다. 간식을 잘 주는 팀에게 심판들이 특별히 배려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요즘 심판들은 개정된 숙박비 규정 때문에 불만이 많다. 예전에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오는 심판에게 숙박비를 줬지만, 지금은 주말 인천경기를 제외하고는 숙박비가 없다. 그러다보니 부산에 사는 심판이 서울로 올라올 때는 새벽에 움직이거나 자비를 들여 경기 전날 이동해 숙소를 잡아야 한다. 경기 후 다음 장소로 이동할 때도 비용과 시간 때문에 자가운전이 많다. 다행히 아직은 사고가 없었지만 조마조마하다. 어느 심판은 “지난 시즌 고속도로에서 몇 번 사고 직전까지 갔다. 지금처럼 하면 몇 경기는 버티겠지만 피로가 누적돼 사고가 날까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 23일 만에야 끝난 IBK기업은행의 이삿짐 정리
시즌을 앞두고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경기도 용인의 새 숙소로 옮긴 IBK기업은행의 이삿짐 정리가 23일만에야 끝났다.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10월 1일 훈련 도중 이사를 했다. 선수들이 오전 새 훈련장으로 훈련을 나간 사이 구단은 이사를 시작했다. 오후 훈련 도중 선수들은 짬을 내서 개인 짐을 새 숙소로 옮겼는데, 이후 남겨진 물건의 정리와 처분은 구단의 일이 됐다. 사무국 직원들은 아파트 6채에 널린 가구와 가전제품, 선수들의 개인비품 등 수천가지 물건을 10월 9일부터 23일 동안 정리했다. 당초 구단은 쓸 만한 물건을 모아 배구부가 있는 학교에 기부하고 싶었지만, 전세를 살았던 아파트를 빨리 비워줘야 해 원하는 팀을 일일이 수소문해 나눠주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청소대행회사를 동원해 모든 짐을 일괄적으로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대형 쓰레기봉투 수십 개가 필요했고, 폐가구에 붙인 폐기물 처리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갔다.
● 대한항공, KB손해보험 5연패로 밀어 넣어
한편 대한항공은 9일 경북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전에서 세트스코어 3-0(29-27, 25-23, 26-24)으로 완승했다. 대한항공은 세터 한선수의 현란한 토스워크로 주전들이 고른 득점을 보이며 시즌 5승(3패)째를 거뒀다. 반면 최하위 KB손해보험은 김요한이 수비와 리시브 불안을 노출하며 5연패(1승6패)에 빠졌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