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 Clean] 프로선수 65.7% “승부조작 예방교육 더 강화해야”

입력 2015-11-1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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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승부조작 예방교육 연구’ 논문 분석


4대 프로스포츠 선수 각 70명 대상 설문
93.8% 위험성 인지…5.5%“제안 받았다”
“단조롭고 일회성…예방교육 미비”44.2%
상담·감찰 가능한 통합 전문기관 세워야


정영열, 김진국 고려대 체육학과 강사는 최근 2015년 등록된 국내 4대 프로스포츠(야구·축구·농구·배구) 종목별로 70명 내외의 표본을 정해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승부조작에 대한 인식과 예방교육 전략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승부조작에 대한 인식 조사를 바탕으로 향후 예방교육 전략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사는 올해 4월 13일부터 6월 2일까지 총 274부의 설문지를 활용해 이뤄졌다. 유의미한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높아진 선수들의 인식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 도박에 대한 선수들의 인식이 매우 높아졌다. 4대 프로스포츠 종목에 등록된 선수 93.8%가 승부조작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된 의식을 갖추고 있었다. 또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대한 정보도 충분히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선수들을 향한 유혹은 끊임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부조작을 제안 받은 경험이 있다’라는 질문 항목에 응답자의 5.5%인 15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농구가 9명으로 가장 많았고, 야구가 1명으로 가장 적었지만 모든 종목에서 1명 이상이 승부조작을 제안 받은 경험이 있었다. ‘승부조작 방법을 동료선수한테서 들어본 경험이 있다’라는 항목에선 ‘그렇다’가 23.7%로 집계됐다. 농구가 30.8%로 가장 높았고, 배구(26.2%)∼야구(20.0%)∼축구(17.1%)의 순이었다. 선수들끼리도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 도박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고받는 있다는 얘기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접속한 경험이 있다’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선수들이 10명(3.6%) 있었다. 호기심 차원에서 접속했는지, 실제로 베팅을 하기 위해 접속했는지, 인터넷 등을 통해 우연히 접하게 됐든지 등에 대해선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여전히 부족한 예방교육

4대 프로스포츠가 지난 4∼5년간 한 차례 이상씩 승부조작, 경기조작, 불법 스포츠 도박 등으로 고초를 겪었음에도 예방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여전히 떨어졌다. 승부조작 예방교육을 연간으로 받은 횟수에서 1∼2회가 82.3%를 차지했다. 3회는 14.1%로 조사됐다. 승부조작 연간 교육시간은 1∼2시간(97.6%)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선수들 다수가 승부조작 및 불법 스포츠 도박에 대한 예방교육 강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승부조작 예방교육이 지금보다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질문에 65.7%가 ‘그렇다’고 답했다. 승부조작 예방교육의 문제점 조사 항목에서도 44.2%가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단조로운 교육(14.2%), 흥미유발 부족(12.4%), 일회성 교육(12.4%) 등을 꼽았다. 또 승부조작 예방교육에선 강사의 전문성, 전문기관과의 연계성 등에 대해 선수들의 만족도가 떨어졌다. 선수들은 승부조작 관련 법(30.2%), 불법 스포츠 도박의 위험성(21.2%), 신고의무 교육(14.6%), 사전신고방법(12.4%) 등에서 좀더 실질적인 내용의 교육을 통해 많은 정보를 제공받길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예방교육 전문기관의 필요성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4대 프로스포츠에 종사하는 선수들은 승부조작 및 불법 스포츠 도박에 대한 인식이 매우 높아졌으나, 그에 어울리는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승부조작 예방교육은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진흥투표권사업의 수탁사업자가 주관하는 형태다.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들은 예방교육, 상담, 감찰의 기능을 동시에 전문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통합적 기구의 창립이 절실하고, 지금보다 체계적이고, 각 프로스포츠 종목의 특성에 맞는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뿐 아니라 교육 대상 범위를 넓혀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대학에 다니거나 프로에 입단해 승부조작 및 불법 스포츠 도박의 위험성에 대해 교육 받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초·중·고교 운동부로 교육 범위를 확대해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맨십과 페어플레이의 당위성을 내면화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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