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조범현 감독은 신생구단이라는 한계를 딛고 1군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전북 익산의 국가대표야구훈련장에서 마무리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조 감독은 내년 시즌 더 높은 도약을 꿈꾸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김동명에게 포수 미트 주고 담금질
마무리 훈련을 통해 주전경쟁 예고
지난 1개월여 동안 kt 조범현(55) 감독이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냈는지는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9일 오후 전북 익산의 국가대표야구훈련장. 조 감독은 시즌과 비교하면 훨씬 체중이 줄어든 듯한 모습으로, 그러나 여전히 매서운 눈초리로 그라운드를 지키고 있었다. 밝은 표정으로 인사한 그는 이미 지난 한 달 동안 팀 전체를 무겁게 짓눌렀던 많은 일들을 다 잊은 듯, 아니 잊으려고 노력하는 듯했다.
주전 포수 장성우가 불미스러운 일로 50경기 출장의 중징계를 받기 전 조 감독은 “감독에게 선수는 자식과 같다. 자식은 부모를 원망하거나 욕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모는 자식을 버릴 수 없다”며 “이제 스물다섯이다. 인생의 전부와도 같은 야구를 그만두게 할 수는 없지 않나.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진심으로 사죄하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용서를 구해야 한다. 내쳐버리면 그 기회조차 없어지는 게 아닐까. 그래서 고심이 크다”고 털어놓았었다. 그동안 직접 장성우를 불러 꾸짖기도 하고, 용서를 비는 모습을 감싸주며 1년 같은 1개월을 보냈다.
KBO와 kt 구단의 징계 이후 조 감독은 더 열성적으로 익산 국가대표훈련장에서 마무리훈련을 이끌었다. 주전 포수 없는 전력의 공백을 염두에 둔 대비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조 감독은 포수에서 1루수와 외야수로 포지션 변경을 시도했던 김동명에게 다시 포수 미트를 줬다. 1루, 외야 수비 모두 기대에 못 미친 김동명에게 다시 한번 포수로 기회를 주기 위한 선택이었다. 조 감독은 “송구 부분에서 아직 보완할 점이 많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t는 프리에이전트(FA) 영입 결과에 따라 외국인선수 구성도 확정할 예정이다. 아직 전력 전체에 의문부호가 많다. 단, 강력한 수비와 철저한 내부경쟁이 조 감독의 확고한 신념이자 모토다. 조 감독은 “하준호가 내년에 한 걸음 더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워낙 수비, 송구가 좋은 선수다. 내야는 박경수와 마르테가 안정적으로 잘 이끌 것으로 본다. 탄탄한 수비를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대형, 박경수, 박기혁은 본인들의 희망대로 개인훈련을 하게 했다. 다만 책임은 알아서 지라고 했다. 감독이 마무리, 스프링캠프까지 모두 지켜본 선수들과의 경쟁이다. 더 혹독한 주전 경쟁만 있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9일 익산의 하늘은 잔뜩 흐렸지만 kt 선수들은 해가 질 때까지 훈련을 계속했다. 지난 2년간 많은 어려움을 감내했지만 다시 새로운 출발과 도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조 감독은 어김없이 홈 플레이트 뒤에 우뚝 서 있었다.
익산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