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보컬 이현정, ‘스며들었다가 배어나오는 노래’

입력 2015-11-20 14: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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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밥상같은 앨범이다. 조미료의 감칠맛은 부족한 듯싶지만 담백하다. 맑은 맛을 낸다. 재료가 좋기 때문이다.

재즈보컬리스트 이현정이 두 번째 앨범을 냈다. 2013년 1집 이후 2년 만이다. 두 번째 앨범은 ‘We’re still in love‘라는 이름을 달았다.

피아노(박윤미)와 베이스(정상이) 뿐인 단출한 구성이다. 여기에 보컬을 더해 트리오가 되었다. 스캣과 보칼리제를 장착한 재즈싱어의 보컬은 하나의 ’악기‘로 보기에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드럼을 슬그머니 뺐다. 이 앨범의 모든 곡에서는 드럼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드럼을 포기한 대신 곱고 둥근 사운드를 만들었다. 노래에 생채기를 내지 않기 위해 피아노와 베이스의 소리마저 깎았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하면, 노래에 소리들이 맛있게 배어들었다.

보컬과 피아노와 베이스는 서로를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바라보고 있다. 손을 대면 쑥하고 건너편이 잡힐 것만 같은 음악이 되었다.

’We‘re still in love’는 이현정의 마음이 전해지는 곡이다. 기교를 죽이니 진심이 드러난다. 그냥 이야기하듯 편하게 불렀다. “그냥, 내 말을 들어 주세요”하는 듯한 목소리다.

살그머니 어깨에 머리를 기대오는 듯한 노래다.

‘G선상의 아리아’는 추천하고 싶다. 이렇게 소박하고 담백한 재즈 보컬리스트의 스캣을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비브라토 없는 바이올린 소리같은 표정이다.

밀어내는 소리가 아니다.

토하거나, 내뱉는 소리도 아니다.

묘하게도 이현정의 소리는 스며들었다가, 다시 배어나오는 소리다.

그 과정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아름다워, 자꾸만 귀가 간다.

‘겨울바람’은 예쁜 왈츠다. 어릴 때 보았던 장난감이 떠올랐다. 오르골 소리에 맞춰 가느다란 팔과 다리를 가진 무희 인형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던.

그리고 ‘아름다운 설레임’. 원래 표기법상으로는 ‘설렘’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땐 ‘설레임’이 제격이다. 좀 더 길고, 깊은 ‘설렘’. 그래서 설레임.

어깨를 달싹이게 되는 귀여운 곡이다. 깜찍하다.

나도 모르게 책상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늘어놓고 콩콩 바닥을 치고 있었다.

이현정은 12월 5일 신대방삼거리역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우나앤쿠에서 팬들과 만난다. 2집 앨범 수록곡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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