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단이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 12’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8-0으로 이겨 우승한 뒤 김인식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한국이 우승 고지를 밟을 수 있었던 데는 밤낮 없이 노력한 전력분석팀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낮엔 다른 나라 경기 보고 밤엔 자료 정리
도미니카 최종 엔트리 13명 교체 때 깜깜”
2017년 WBC 대비…데이터 보관하기로
한국야구가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서 우승하면서 다시 한번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우승의 원동력을 꼽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뒤에서 묵묵히 고생한 전력분석요원들의 노력과 땀도 빼놓을 수 없다.
전력분석팀은 9월 중순 꾸려졌다. 김시진 전 롯데 감독(사진)이 팀장을 맡았고,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과 안치용 KBSN스포츠 해설위원, 최창환 전 한화 전력분석원, 윤치원 KBO 기록위원이 전력분석요원으로 합류했다. 여기에 스포츠통계전문회사인 스포츠2i의 남성규 대리가 힘을 보탰다.
한국의 전력분석능력은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 선수들을 단기간에 분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일본과 대만은 형편이 나았다. 일찌감치 양국을 오가며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영상자료를 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남미 선수들이었다. 김 팀장은 “미국 마이너리그와 각국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동영상까지 어렵게 확보했는데, 도미니카공화국만 해도 최종 엔트리에서 무려 13명이나 바뀌었다. 같은 조인데 정말 앞이 깜깜했다”며 웃더니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 있나. 팀원들이 정말 고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대회 기간 내내 김 팀장을 비롯한 전력분석요원들은 한국경기를 단 1경기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7-0으로 앞서고 난 뒤 도쿄돔에서 마지막을 지켜본 것이 전부였다. 낮에는 다른 나라 경기를 보고 자료를 뽑고, 밤에는 방대한 자료를 선수들이 알기 쉽게 정리하는 작업을 해야만 했다.
김시진 프리미어 12 대표팀 전력분석팀장(왼쪽). 스포츠동아DB
김 팀장은 “사실 한두 경기로 그 선수의 장단점을 어떻게 다 파악하겠나. 그렇지만 최대한 키포인트를 압축해서 끄집어내기 위해 팀원들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노력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KBO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해낼 수 있었다. 스포츠2i에서도 고생이 많았다. 현장에 직원을 파견하기도 했지만, 서울에 있는 이은주 상무가 현장에서 수시로 요구하는 자료를 전송해주느라 쉬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KBO와 스포츠2i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 팀장은 그러면서 “어차피 2017년에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도 있다. 일본만 하더라도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 중 다시 만날 선수가 있을 것이다. 이번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들이 어떻게 변하고 성장하는지를 추적하는 게 중요하다. KBO에서 자료들을 잘 보관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결승전이 끝난 뒤 그라운드에도 나가지 않고 덕아웃에서 박수를 쳤다. ‘왜 그라운드로 나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는 뒤에서 안 보여야 하는 사람들”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대표팀 김현수(두산)는 “전력분석팀이 어디서 구했는지 영상자료까지 구해서 포인트를 짚어준 게 정말 큰 도움이 됐다”며 공을 돌렸다. KBO 관계자도 “김시진 감독님이 엄청 책임감이 있는 분이라는 것을 다시 알게 됐다. 전력분석요원들 모두 정말 고생 많이 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