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주니어 멤버이자 배우 려욱이 연극에 첫 발을 내딛는다.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15세 소년 크리스토퍼 역을 맡으며 ‘배우’를 향한 꿈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갔다.
3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열린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프레스콜에서 하이라이트 시연을 보인 려욱은 첫 연극 도전이었음에도 차분하게 연기력을 펼쳤다. 특히 자폐아 소년의 연기를 펼쳐야 했던 려욱은 차분히 연기를 해낸 만큼 그가 얼마나 캐릭터에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었다.
이미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아가사’ 등으로 무대를 선 경험이 있지만 연극은 또 다른 차원이다. 그의 주종목인 노래 대신 대사를 더 외워야 한다. 이에 연기로 모든 감정 표현을 해야 한다. 게다가 그가 맡고 있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크리스토퍼는 대인 관계가 서툴고 사람들이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과학과 수학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소년. 대사가 생활 용어가 아닌 과학, 수학에 대한 전문적인 용어가 있기 때문에 그 역할을 선택한 것 자체에 큰 용기가 필요했다.
려욱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연극을 꼭 해보고 싶었다. 뮤지컬을 해왔지만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무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모든지 다 해보고 싶다. 그런데 이 작품을 영국에서 보고 왔는데 내가 할 수 있게 돼서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연극이 처음인데 대사가 많아서 힘들었다. 솔직히 ‘나만 힘든가’했는데 다행히(?) 다른 배우들도 힘들어해서 의지가 됐다. (웃음) 다 같이 하면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잠을 줄여가면서 대본을 외웠다. 저만의 방식은 그림을 그려가면서 어떤 이야기를 하든 내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리면 잘 따라갈 수 있겠다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이미 공연을 본 려욱은 “정말 대단한 공연”이라고 칭찬하며 “그 때 본 크리스토퍼는 자폐아동과 좀 다른 모습이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연기를 위해 배우들과 함께 자료를 찾아보며 연기에 임하기도 했다.
그는 “연기를 위해 관련 서적이나 영화 등을 찾아봤다. 또 배우들과 함께 이 연기에 대해 굉장히 많은 말을 하며 연구했다”라고 말했다.
김태형 연출은 “려욱의 가장 좋은 점은 이 작품에 마음을 쓰고 있다는 것”이라며 “캐릭터의 마음을 이해하고 애쓰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아직까지는 탁월하다고 못하지만 열심히 하고 있기에 언젠간 배우로서 빛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무대 위의 활동은 무엇이든 해보고 싶다는 려욱이 연극 무대를 도전했다는 것은 지금까지 뮤지컬에서 보여왔던 노래하는 아이돌 가수가 아닌 무대에 서는 배우로서 첫 발자국을 디뎠다고도 할 수 있다. 어쩌면 려욱의 도전은 이제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