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프리드먼, 신통력 잃었나?

입력 2015-12-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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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프리드먼은 탬파베이 단장 시절 가장 낮은 페이롤을 갖고도 놀라운 성적을 내며 지난해 가을 LA 다저스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을 쓰면서도 번번이 선수 영입과 트레이드에 실패하며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지난해 고든 트레이드로 내야진 뒷걸음질
FA 그레인키·사마자 등 놓치자 팬들 분노

지난해 월드시리즈가 열리기 직전 LA 다저스는 앤드루 프리드먼을 사장으로 영입했다. 시카고 컵스가 테오 엡스타인을 단장이 아닌 사장으로 데려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서 10년간 부단장을 역임한 파르한 자이디가 단장으로 임명됐지만, 프리드먼 사장이 다저스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핵심임은 만천하가 아는 사실이었다.

프리드먼 사장이 중용된 이유는 단 하나. 9년간 탬파베이 레이스 단장을 역임하면서 가장 낮은 페이롤을 갖고도 놀라운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90승 이상 7차례, 포스트시즌 진출 4차례에 2008년에는 월드시리즈 진출까지 성사시켜 가장 실력 있는 단장으로 인정받았다. UC버클리 경제학 박사인 자이디 단장이 ‘머니볼’로 유명한 빌리 빈 오클랜드 단장을 오랜 기간 보좌했기 때문에 프리드먼 사장과의 조합은 1988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 갈증에 허덕이고 있는 다저스의 막대한 자금력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당장이라도 우승을 거머쥘 것 같은 기대감을 부풀렸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늘 빠듯한 살림을 꾸리다 갑자기 돈을 물 쓰듯 할 수 있는 다저스로 옮겨오자 둘의 신통력은 오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제 두 사람이 다저스의 살림을 맡은 지 약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언론과 팬들의 시선은 이미 싸늘하게 변한 지 오래다. 7일(한국시간) 다저스가 베테랑 2루수 체이스 어틀리와 1년 700만달러에 계약했다는 보도를 접하고는 팬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두 사람이 전권을 쥔 이후 한 첫 번째 작업은 10승 투수 댄 해런을 마이애미 말린스로 보낸 것이었다. 그것도 연봉 1000만달러를 100% 보조해주는 조건이었다. 무엇보다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것은 2루수 디 고든의 마이애미로의 트레이드였다. 2019년에나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 고든을 저렴한 연봉으로 계속 쓸 수 있었지만, 다저스의 선택은 하위 켄드릭이었다. 250만달러를 받은 고든보다 무려 700만달러가 더 많은 950만달러를 켄드릭에게 안겨주었다. 게다가 켄드릭이 2015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그런 위험도 감수하며 고든을 내쳤다. 고든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 32세의 켄드릭은 올 시즌을 마친 뒤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를 일언지하에 거절한 채 FA를 선언했다.

졸지에 주전 2루수가 없어진 다저스는 이리저리 기웃거리기만 하다가 켄드릭보다 또 다섯 살 많은 37세의 ‘지는 해’ 어틀리에게 700만달러라는 거금을 선뜻 안겨줬다. 어틀리의 올 시즌 타율이 0.212였다는 점은 둘째로 치고, 말린스로 둥지를 옮긴 고든이 최다안타(205개)와 도루(58개) 부문에서 내셔널리그 1위에 오르며 올스타와 골드글러브, 실버슬러거를 싹쓸이하는 장면을 지켜본 다저스 팬들에게 어틀리의 계약 소식은 마치 억장이 무너지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또 잭 그레인키를 놓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단 하루 만에 제프 사마자와 5년 9000만달러에 계약하면서 다저스 팬들은 또 한 번 강하게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사마자 역시 다저스가 플랜B로 눈독을 들이던 우완 선발투수였기에 프리드먼 사장과 자이디 단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이제 8일부터 윈터미팅이 막을 올린다. 그 어느 누구보다 프리드먼-자이디 콤비의 움직임이 분주해질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들의 헛발질이 워낙 코미디급이기 때문에 윈터미팅에서 전해져오는 소식에 팬들의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누구나 상식적으로 이해할 만한 알찬 전력보강 소식이 전해질 수 있을까.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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