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코그니토’, 무질서함 속에 질서…그것이 인생

입력 2015-12-10 15: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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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두뇌를 연구하고픈 마음에 뇌를 훔쳐 240개 조각으로 잘라 연구한 토마스 하비, 30초 이상 기억을 유지 못해 뇌신경과학계의 유명한 환자이자 연구대상인 헨리, 결혼생활이 파경을 맞은 뒤 동성연인을 만나기로 결정한 마사…. 1955년 미국 뉴저지, 1953년 영국 바쓰, 2013년 영국 런던 등 무질서한 나열로 이어지는 큰 이야기가 줄기가 돼 한 이야기로 모아진다.

영국 연극계에서 최고의 기대를 받고 있는 젊은 극작가 닉 페인(Nick Payne)의 작품 ‘인코그니토(Incognito)’는 앨버트 아인슈타인의 뇌를 훔친 토마스 하비, 기억상실증 환자 헨리 구스타프 몰래슨 등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아인슈타인의 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만큼 전개 방식도 뇌의 기억의 3단계인 ‘약호화(Encoding)’, '저장(Storing)‘, 인출(Retreving)으로 나뉘어져 총 31개의 장면이 시간과 장소가 뒤섞이며 표현되고 총 21명의 배역을 4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야기는 마치 직소 퍼즐을 맞추듯 펼쳐진다. 각각의 시대, 각각의 장소, 각각의 인물이 보여주는 장면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전개가 될수록 이야기의 한 부분이 만들어지고 또 다른 이야기도 만들어진다. 결국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이쪽 저쪽 퍼즐을 다 맞춰보면 하나의 그림이 되어있듯 말이다. 또한 ‘인코그니토’의 전개방식인 약호화, 저장, 인출 방식을 따르기도 한다. 각각의 이야기와 정보가 뒤섞인 장면을 보며 ‘기억의 3단계’를 거쳐 이야기를 서로 관통하는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간다. 작품 안에서 다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겪은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되듯 우리가 사는 세상 안에서 인간의 단편적인 삶과 시간 그리고 더 넓은 세계로의 연결성도 생각하게끔 한다.

직사각형의 무대, 피아노 한 대, 기둥에 휴지통 정도만 있는 심플한 무대 위에서 다역을 펼치는 배우는 명확한 경계를 그으며 연기한다. 연출 양정웅의 아내인 윤다경을 비롯해 김대진, 장지아, 남윤호는 각 에피소드마다 다른 역할로 무대에 나선다. 관객석으로 둘러싸인 무대라 배우의 퇴장 없이 연기가 이어진다. 다른 역할을 하다가 그 자리에서 바로 또 다른 역할을 시작하는 경우도 생기지만 배우들의 명연기로 역할 구분에 어려움은 없다. 12월 2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문의 02-889-3561

총평. 겉은 과학적이지만 속은 감정적 인간세계 ★★★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코르코르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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