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장만옥’ 이민지 “오디션서 치아교정기 덕도 좀 봤죠”

입력 2015-12-14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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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에 출연중인 연기자 이민지. 스포츠동아DB

■ ‘응팔’ 덕선이 여고생 친구들|이민지·이세영

1980년대 남성들의 마음에 불을 질렀던 홍콩스타 장만옥과 왕조현. 그러나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에서는 그 환상이 깨지고 있다. 연기자 이민지(27)와 개그우먼 이세영(26)이 맡은 두 여고생의 극 중 이름 역시 각각 장만옥과 왕조현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혜리(덕선)와 더불어 ‘여고생 삼총사’로 나선 이들은, 호기심 많은 10대 소녀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리며 드라마에 인기를 더하고 있다. 기본기가 탄탄한 연기력 역시 공통점이다.


단체대화방 만들어 길게 보고 가자 다짐
‘삼시세끼’나 ‘꽃보다 청춘’ 예능 출연 꿈
칸·베니스·베를린 영화제 수상 ‘실력파’

치아 교정기 하나로 스타덤에 올랐다. 드라마 ‘응팔’을 얘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캐릭터 ‘장만옥’을 연기하는 연기자 이민지의 상황이다.

‘응팔’이 방송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민지는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최근에는 지하철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알아보는 ‘팬’을 만났다. “내가 평범한 얼굴이라 알아보기 쉽지 않았을 텐데, 많이 놀라웠다”고 했다.

이민지가 ‘응팔’에 참여하기까지의 과정은 장만옥이라는 캐릭터만큼이나 흥미롭다. 제작진으로부터 먼저 ‘오디션에 응시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2008년부터 7년여 동안 참여해왔던 여러 독립 단편영화에서의 활약을 눈여겨 본 제작진이 보낸 ‘러브콜’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민지는 앞서 방송됐던 ‘응답하라’ 시리즈를 단 한 편도 보지 않은 상태였다. 그저 “대단히 인기가 높은 시리즈라는 사실”만 인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겨우 연출자인 신원호 PD의 얼굴만 미리 익히고 오디션에 갔다. 그 자리에서 대본을 받아 연기를 했고, 그 뒤에는 자유연기를 해보라는 주문을 받았다. 준비된 게 없었다. 그래서 못하겠다고, 죄송하다고 했다.(웃음). 그런데 2차 오디션을 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민지에게 합격의 이유를 물었다. “신원호 PD 말로는, 자주 가는 ‘먹태’ 집 사장님과 내가 아주 많이 닮았다고, 그래서 정말 웃긴다고 하더라. 하하!”

말은 이렇게 해도, 값진 기회를 얻은 바탕은 그의 실력에 있다. 이민지는 독립영화에서 활동하는 과정에서 칸, 베니스, 베를린 국제영화제 등에서 수상하는 경험을 했다. 최근에는 ‘차이나타운’ 등의 상업영화로도 진출하고 있다.

물론 실제로 하고 있던 치아교정의 덕도 봤다. 오디션에 응할 당시 교정기를 부착한 채로 나섰고, 그 모습에 ‘응팔’ 제작진은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지금은 드라마용 소품으로 제작된 교정기를 부치고 촬영에 나서고 있다. 그 모습을 TV로 보는 이민지의 부모의 평가는 냉정하다. “너무 못생겼다면서 ‘눈 성형수술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한다.”

이민지는 ‘응팔’에서 혜리, 이세영과 더불어 ‘여고생 삼총사’로 활약하고 있다. 셋 중 실제로는 가장 나이가 많다. 드라마를 통틀어 극의 배경과 같은 1988년에 태어난 연기자는 이민지뿐이기도 하다.

“성격이 워낙 조용하고 낯을 가려서, 다른 친구들에게 묻어간다. 고등학교 때 연극 동아리로 연기를 시작한 이유도 실은 내성적인 성격을 바꾸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런데도 이민지가 ‘응팔’ 촬영장을 “편안하게” 여기고 “즐기는” 이유는 오랫동안 독립영화 분야에서 함께 활동해온 동료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어서다. 류준열과는 대학교 선후배 사이, 고경표 류혜영 안재홍 등과도 막역하게 지내오다가 ‘응팔’에서 만났다.

“모바일메신저에서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우리끼리 자주 얘기한다. 지금의 인기, 이런 화제가 오래가지 않을 거라고. 길게 보고 가자고 얘기한다. 다행히 누구도 ‘스타병’에 걸리지 않은 것 같다. 일상은 평범하다.”

‘응팔’ 이후, 이민지의 바람은 예능 출연이다. “해본 적이 없어서 정말 궁금하다”며 ‘삼시세끼’나 ‘꽃보다 청춘’을 지목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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