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휘재는 1992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몰래카메라', 김구라는 1993년 SBS 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각각 23년, 22년차 방송인이다. 데뷔 후 20년 넘게 다른 사람들의 대상을 지켜본 두 사람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특유의 성실함을 앞세워 계속해서 문을 두드렸고, 오랜 기다림은 마침내 ‘대상’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이휘재는 지난 26일 'KBS 연예대상‘에서 이경규,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차태현과 경합했다. 이휘재는 이날 “딱 한번만 하자고 했는데 이렇게 길게 올 줄 몰랐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 아이들과 가족들의 대표로 상을 받은 듯하다. 감사하다”며 “2년 전부터 몰랐던 여러 가지를 알게 된다. 이런 영광을 준 서언, 서준이와 아내 문정원에게 고맙다”고 대상 수상의 기쁨을 나눴다.
그러나 “며칠 동안 댓글을 보면 안 되겠다”는 이휘재의 말처럼 그의 수상을 둘러싼 의견이 갈렸고 ‘아이들 덕에 받은 것’이라는 혹평이 있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휘재는 명실공히 KBS 효자 프로그램 중 하나인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원년 멤버로서 자리 지키고 있다. 쌍둥이 서언·서준이의 성장기를 시청자와 공유하며 과거 별명 ‘이 바람’이 아닌 ‘아빠, 가장’으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KBS 정보 프로그램 ‘비타민’을 통해선 전문 MC로서의 기량을 적극 발휘 중이다. 스튜디오 예능 속 깔끔한 진행과 리얼 예능에서 보이는 유머만으로도 이휘재 손에 있는 대상의 가치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김구라는 예상대로 29일 열린 ‘MBC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과거 인터넷 방송으로 흑역사를 남긴 김구라, 그는 사과의 아이콘을 거쳐 MBC의 시청률 왕으로 거듭났다. 올해 MBC와 지상파 3사를 통틀어 가장 좋은 반응을 일으킨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다. 출연 작 모두 10% 이상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라디오 스타’로는 기존의 독설가 이미지를 견고히 다졌고 ‘복면가왕’에선 가면 속을 꿰뚫어보는 능력으로 프로그램에 재미를 더했다. 특히 김구라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기획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연예인으로 활약했다. 지식을 뽐내면서 웃기는 그는 1인 방송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이 같은 자신의 능력을 한껏 발휘했다. 매주 다른 콘텐츠로 전문 지식과 웃음을 동시에 거머쥐며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지향해야할 표본으로 인정받고 있다.
MBC의 아픈 손가락 중 하나인 ‘세바퀴’의 마지막을 함께 했고 경쟁이 치열한 금요일 저녁 시간대에 편성된 ‘능력자들’을 책임지고 있다. 조심스러운 가정사까지 웃음으로 활용하며 진정한 예능인으로 거듭났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누구보다 성실하게 달려온 이휘재와 김구라, 두 사람의 첫 대상이 더욱 화려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KBS·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