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등급제 도입·재자격 4년 폐지…해답은 있다

입력 2016-01-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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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박석민(4년 총액 96억)-SK 최정(4년 총액 86억)-한화 정우람(4년 총액 84억)-삼성 윤성환(4년 총액 80억·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NC 박석민(4년 총액 96억)-SK 최정(4년 총액 86억)-한화 정우람(4년 총액 84억)-삼성 윤성환(4년 총액 80억·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 2016년 KBO리그에 바란다

4. FA 18년, 이제는 혁신이 필요하다!


KBO리그는 2015년 10구단 시대를 열었고, 역대 한 시즌 최다관중(762만2494명·포스트시즌 포함)을 기록했다.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선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하며 한국야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그러나 야구 전문가들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지금이야말로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슈퍼스타가 사라지고 있고, 양적 발전을 이룬 만큼 질적 향상도 이뤄야 하나 그렇지 못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벌써’가 아니라 ‘아직’ 서른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KBO리그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다. 스포츠동아는 병신년(丙申年) 새해를 맞아 한국프로야구의 지향점을 5회에 걸쳐 연재한다.


규제 풀고 시장논리에 맡기면 불합리성 극복
계약기간 유연하면 합리적시장 저절로 형성
FA 몸값 팽창 방조한 구단들 자기반성 필요


FA(프리에이전트) 제도가 시행된 지 18년, 1999년 8억원(삼성 이강철, 김동수·계약기간 3년)으로 출발한 최고 몸값은 어느새 96억원(NC 박석민·계약기간 4년 옵션 포함)에 이르렀다. 한 구단의 주전 선수 몸값이 1억원을 넘기 힘들었던 1999년만 해도 8억원이란 금액에 “이러다 프로야구가 망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시대에 국민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까지 겹쳤다. 물가도 올랐지만, 프로야구선수시장의 몸값은 더 가파른 그래프를 그리며 치솟고 있다. 그러나 FA 100억원 시대를 눈앞에 둔 지금도 17년 전 우려와 달리 프로야구는 망하지 않았다.


FA 시장논리 왜곡하는 제도의 ‘불합리성’

돈은 철저히 시장논리에 의해 움직인다. 구단은 필요에 따라 지갑을 연다. 지출 규모도 모기업의 재가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책임은 그들이 진다. 단순히 돈을 많이 쓴다고 욕할 일은 아니다. 다만 시장이 기형적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FA 제도가 태동한 1999년에도 8억원의 스포트라이트 뒤편에 ‘FA 미아’가 될 뻔했던 이들이 있었다. LG 송유석과 해태 김정수가 1년 7500만원, 1년 5000만원에 잔류하면서 ‘부익부빈익빈’이라는 FA 제도의 양면성을 예고했다.

FA 시장가는 각 구단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나 시장의 원칙을 흐트러뜨리는 중요한 변수가 있다. 국내 FA 제도의 ‘불합리성’이다. 보호선수 20인 외 1명을 보상해야 하는 규정 탓에 확실한 전력이 아니면 영입을 망설이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젊은 선수들에게 밀리거나 기량이 하락세를 보이는 선수들은 이미 FA 자격 취득 전부터 가치가 떨어져있다. 즉시전력이든 미래전력이든, 보상선수의 현재 또는 미래 가치가 높은 경우도 많다.

불합리성을 타파할 방법은 많다. 각종 규제를 풀어 철저하게 시장논리에 맡기면 된다. 인위적으로 공급을 늘릴 수 없기에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구할 해법이다.


FA 제도 혁신안, 해법은 많다!

비정상적인 FA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에는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지난달 KBO 윈터미팅에서 유명무실해진 우선협상기간 폐지에 사실상 합의가 이뤄졌다. 이런 식으로 FA 제도는 점차 변화해왔다.

불합리한 보상규정에도 해법이 있다. FA 등급제를 도입해 선수별로 보상규정을 차등적용하면, 준척급 선수들의 이적이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 FA의 본래 가치인 ‘자유로운 이적’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등급제 도입 외에도 획기적 변화를 불러올 혁신안은 많다. FA 재자격 취득까지 4년이라는 조항을 없애면, 획일화되는 4년 계약에 변화를 낳을 수 있다. 계약기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면, 더욱 합리적인 시장가가 형성될 수 있다. 또 FA 이전까지 1년마다 연봉계약을 하는 원칙을 깨고, 메이저리그처럼 FA 자격 취득 전에 장기계약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도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

아니면 특정 연령 이후로 보상규정과 FA 재자격 기한을 면제해줘 30대 중반 이후 베테랑들의 활용도를 높일 수도 있다. 당장 해당 선수의 실력이 필요한 팀은 1년 또는 2년의 단기계약을 해 양측이 함께 웃을 수도 있다.


● FA 제도 개선 공감대, 구성원들의 변화가 필요하다!

문제가 있다면 고치면 되는 것이다. KBO리그의 구성원 모두가 이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대화를 시작했다. 이제는 그 움직임에 마지막 방점이 필요하다. 사실 제도 개선의 발목을 잡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KBO리그를 구성하는 구단들이다. 구단마다 이해관계에 얽매여 유·불리를 따지기 바쁘다.

KBO 관계자는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FA 제도에 대해 “우리 모두 원죄가 있다”고 말했다. 제도가 탄생할 때만 해도 시장의 비정상적 팽창을 방지할 2가지 요소가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계약금은 지급하지 않는다’, ‘전년도 연봉의 150%를 넘을 수 없다’라는 2가지 조항을 의미한다.

계약금을 금지하고, 몸값을 제한하는 규제는 시장의 요구로 자연스레 사라졌다. 조항을 어기는 구단이 나오고, 다른 구단도 이를 따르면서 있으나 마나한 조항이 된 것이다. KBO 관계자는 “이를 제재하지 못하고 묵인 또는 방조한 KBO와 각 구단의 죄가 크다”며 씁쓸해했다. 물론 이를 돌이킬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때도 구단들은 각자의 이익에 눈이 멀어 대의를 저버렸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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