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DA:다] 연극 ‘양덕원 이야기’, 작품성과 연기력이 만난 명작

입력 2016-01-09 10: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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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후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장남, 차남 그리고 막내딸이 고향 양덕원을 찾는다. 그런데 3시간이 지나도 아버지는 돌아가시지 않는다. 하루가 지나고, 삼 일이 지나도 돌아가시지 않는다. 위독하실 때마다 찾아가니 서울에서 자주 보지 못했던 형제들을 계속 만나게 된다.

‘죽음’은 누군가와 헤어지는 것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와 만나게 되는 교차점이 된다. 세상을 떠나는 이에겐 작별을, 작별을 하러 온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로 만나 고인과의 추억을 곱씹으며 그리워하는 동시에 다가온 헤어짐에 슬픔을 나눈다. 그로 인해 만나지 못했던 기간의 어색함은 사라지고 잊혀졌던 우애, 우정 등을 결속시킨다.

극단 ‘차이무’의 20주년의 마지막 레퍼토리인 ‘양덕원 이야기’는 민복기 작, 이상우 예술감독이 연출을 했다. 2004년 민복기 작, 연출로 첫 공연에 올려진 이 작품은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해프닝을 다룬 이야기로 2010년 그리고 올해 다시 찾아왔다.

3시간 후면 아버지가 죽는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집에 찾아온 세 남매는 아버지에게 작별 인사를 전한다. 관과 수의도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아버지는 다음 날이 돼도, 그 다음 날이 돼도 세상을 떠나지 않는다. 위급할 때마다 그들은 그렇게 갔다가 돌아가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석 달이 지난다.


같은 도시에 살면서도 만나지 못했던 세 남매는 아버지로 인해 자주 만나게 된다. 어색한 근황 묻기부터 유년 시절의 추억까지 마치 먼지 쌓인 앨범을 툭툭 털고 보는 것처럼 부모와 가족, 고향에 대한 애증의 감정들을 드러낸다. 그들이 꺼내놓은 추억은 우애를 돈독하게 하다가도 유산 등 가족의 또 다른 문제는 다시 그들의 마음을 차갑게 한다.

‘양덕원 이야기’의 대사는 누구나 공감하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웃다가도 웃음을 멈추게 하다가도 다시 웃음을 낳는다. 어떤 말이 나올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도 들지만 진부한 느낌은 없다. 우리의 대화, 그리고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대사의 ‘말 맛’을 살리는 배우들의 연기력은 ‘양덕원 이야기’의 백미다. 특히 더블캐스팅인 엄마 역의 박지아 이지현, 동네 아저씨 ‘지씨’ 역의 강신일 정석용, 큰 아들 역의 박원상 김민재는 각각 역의 짝을 이뤄 따로 연습을 했다. 일명 ‘같은 공연, 다른 느낌’을 보게 된다. 특히 관객들에게 가장 많은 웃음을 선사할 ‘지씨’ 역의 강신일과 정석용의 연기는 단연 일품이다. 보태자면 정 많은 욕쟁이 이웃집 아저씨를 보는 듯. ‘엄마’ 역의 박지아와 이지현은 혹여 오는 길이 고생스러울까 걱정하고 빈 손으로 돌려보내지 않은 우리네 엄마 냄새가 나는 연기를 펼친다. 박상원, 김민재, 김두진, 김미수의 연기 역시 원수 같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고 보고 싶은 형제, 자매가 떠오른다. 유독 부모님과 내 형제들에게 전화 한 통 걸어보고 싶게 하는 작품이다. 1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마당2관. 문의 1544-1555.

총평. 화려함보다 잔잔한 가족 이야기가 그립다면 ★★★★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극단 차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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