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PD “신동엽도 마음의 병 치유받았다더라” [일문일답]

명절이 되면 어김없이 스페셜 방송을 준비하는 SBS 프로로그램이 있다. 2001년 첫 방송된 이래 15년간 일요일 오전 안방을 책임지는 ‘TV동물농장’(이하 ‘동물농장’)이다.

프로그램의 연출자인 이덕건 PD(이하 이 PD)는 ‘동물농장’이 15년간 변함없는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여러 프로그램에서 짧은 시간 안에 동물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선보였지만, 동물의 단순한 노출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동물들은 낯선 사람이 나타나거나 환경이 바뀌면 하던 행동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라고 말했다.

이어 “동물 촬영은 오랜 관찰과 기다림, 인내가 필연이다. ‘동물농장’은 이러한 원칙을 지키는 작가, PD들이 있어 오랫동안 장수 동물 프로그램의 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PD는 ‘동물농장’은 기타 다른 동물 프로그램과 달리 시사저널 프로그램으로서 ‘동물’에 초점을 맞춘 사회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다뤄온 것 또한 ‘동물농장’이 대중들로부터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게 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 PD는 특히 동물보호법에 대한 문제의식을 사회적으로 공유할 수 있었던 계기로 2010년 1월 17일 방송됐던 ‘엽기적인 개 연쇄 학대범’ 사건을 꼽았다.

당시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몇 주간에 걸쳐 8마리의 개가 온몸화상, 실명된 눈, 뽑힌 생발톱 등 끔찍한 학대를 받고 버려졌고, ‘동물농장’ 팀과 수사당국의 끈질긴 추적 끝에 범인을 잡은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동물보호법 판례상으로는 통상 수십만원의 벌금형이 고작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동물보호법의 허술함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이 분노했고 허술한 동물보호법에 대해 사회적인 공론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또한 “주인에게 버려졌다는 충격으로 식음을 전폐해 아사직전까지 갔던 고양이 준팔이도 생각난다”고 밝혔다. 당시 ‘동물농장’ 팀이 연결해 준 배다해가 지극정성으로 준팔이를 보살폈고, 배다해의 진심에 준팔이도 드디어 음식을 조금씩 먹으며 건강을 회복하기 시작했던 것. 이 사건을 계기로 ‘동물농장’은 당시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실상에 대해 사회적으로 화두를 던진 바 있다.

이 PD는 “투견현장의 추적과 투견 구조, 쇼 동물의 실상, 모피의 불편한 진실 등의 아이템을 통해 ‘동물농장’의 끈질긴 추적정신이 동물복지와 관련된 사회의식을 일깨우는데 밑거름이 된 것 같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동물복지와 관련된 내용을 취재하다 보니 기타 다른 동물 프로그램과 달리 ‘동물농장’은 동물보호단체와의 협업도 활발히 이루어진다고. 이 PD는 “2009년부터 유기견, 길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동물보호 관련 내용들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서 동물자유연대와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추게 됐다. 2009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동물자유연대는 수 많은 동물들의 구조를 ‘동물농장’과 함께 해 왔으며 제작에 큰 도움을 줬다. ‘동물농장’ 팀도 개 웃음소리 음원판매 수익금을 비롯한 기부금 전달, 연예인 및 일반인 기부 사례 소개 등 동물자유연대의 동물보호활동 지원을 해 오며 동물자유연대와 함께 한국동물보호 역사를 써 가고 있다”며 협업의 의미를 설명했다.

특히 이덕건 PD는 ‘동물농장’이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 ‘동물농장’ 터줏대감 MC 신동엽을 꼽으며 남다른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신동엽은 자신이 필요한 지점을 워낙 잘 꿰뚫는 영민하고 노련한 MC다. 동물들의 희로애락 이야기를 친근하고 따뜻한 재담을 통해 편안하게 전달한다”고 말했다.

신동엽 역시 마음의 상처를 받을 때마다 ‘동물농장’을 진행하며 치유받았다고. 이 PD에 따르면 신동엽은 “‘동물농장’은 내가 가장 오래 진행했고, 내가 가장 애착을 갖는 프로그램으로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이 PD는 “신동엽의 ‘동물농장’ 사랑이 대단하다”며 “벌써 15년째 방송되고 있는 ‘동물농장’이 식상하거나 지루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도 신동엽 덕분이라 생각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다음은 이덕건 PD의 일문일답>

Q. <동물농장>이 15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던 이유는?
A. 올해 15년째를 맞이하는 TV동물농장도 그동안 많은 부침을 거듭했다. 여러 동물 프로그램에서 짧은 시간 안에 사람의 시선을 끄는 유인책으로 동물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선보였지만, 단순한 노출로는 반짝 관심을 가질 수 있더라도 프로그램을 장기적으로 끌고 갈 힘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동물들은 낯선 사람이 나타나거나 환경이 바뀌면 하던 행동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들의 행동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선 답답하고 고통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수많은 사례들을 만났지만 아직 그 막막함이 해결되지 않으니, 아니 앞으로도 계속 해결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동물 촬영은 오랜 관찰과 기다림, 인내가 필연이다. TV동물농장은 이 문제를 피하지 않고 꿋꿋하게 부딪히고 이겨내 온 동료 작가,PD들이 있어 오랫동안 장수 동물 프로그램의 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던 것 같다.

Q. <동물농장>이 동물복지와 관련한 사회의식을 일깨우는데 큰 기여를 한 것 같다. 관련해 기억에 남는 아이템들은?
A. 동물학대와 복지 관련 사례로 의미 있었던 방송은 2010년 1월17일 방송된 엽기적인 개 연쇄 학대범 사건이다.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벌어진 이 일은 몇 주간에 걸쳐 8마리의 개가 끔찍한 학대를 받고 버려졌다. 라이터로 불태워진 듯한 얼굴 화상, 실명된 눈, 뽑힌 생발톱, 성한 곳 하나 없는 온 몸, 게다가 한 녀석은 뱃속에서 발견된 날카로운 면도날 때문에 사망하고야 말았다. <동물농장> 팀의 끈질긴 잠복과 추적 끝에 마침내 범인을 잡고 학대 사실을 시인하게 하고 경찰로 넘겼다. 경찰 조사에서 범인은 학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죄책감이 전혀 없었다. 당시 동물보호법은 동물 학대의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도록 되어 있었고 판례상으로도 수 십 만원 벌금형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덕분에 동물보호법의 허술함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이 분노했고 <TV동물농장> 팀도 꾸준히 동물보호와 동물권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2014년 말에 방송된 주인 잃고 음식을 거부하는 고양이 ‘준팔이’ 편도 오랫 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주인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식음을 전폐하며 아사 직전, 죽음의 위기까지 다다른 준팔이의 모습이 큰 충격이었다. 동물이 음식을 거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배다해씨가 준팔이에게 다가가 믿음과 사랑을 전하려고 노력한 끝에 준팔이는 아주 조금씩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배다해씨의 진심으로 준팔이가 마음의 문을 열었고 차츰 건강을 되찾게 됐다.

이런 아이템들은 동물복지와 관련된 사회의식을 일깨우는데 밑거름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투견현장 추적과 구조, 쇼동물의 실상, 모피의 불편한 진실 등이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Q. 동물 관련 단체들과 어떻게 협업하나?
A. 2009년부터 유기견, 길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구조, 입양, 학대, 동물권, 동물보호법 관련 내용들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서 동물보호단체의 역할이 필요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동물자유연대와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추게 됐다. 동물자유연대는 동물농장이 처음 방송된 2001년도에 설립되었으며, 적극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정책과 활동으로 인지도와 신뢰도가 가장 높은 동물보호단체로 성장해 왔다. 2009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동물자유연대는 수 많은 동물들의 구조를< 동물농장>과 함께 해 왔으며 제작에 큰 도움을 줘 왔다. <동물농장> 팀도 개 웃음소리 음원 판매 수익금을 비롯한 기부금 전달, 연예인 및 일반인 기부 사례 소개, 동물자유연대의 동물보호활동 지원 등을 해 오며 동물자유연대와 함께 한국동물보호 역사를 써 가고 있다.

Q. <동물농장>이 동물 NGO단체나 동물애호가들로부터 부여받는 높은 도덕적 잣대가 부담되지는 않나?
A. 동물 소재 프로그램은 조작과 학대를 의심하고 경계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 말 못하고 힘없는 약자가 주인공이므로 높은 도덕적 잣대를 요구 받는 것은 당연하다. 글과 구성을 통해 팩트를 부각시켜 좀 더 새롭고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려는 과정에서 영상 자체가 설득력이 부족하다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부담되지만 이런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한 풍부하고 다양한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PD, 작가들은 더 많은 시간과 수고를 감수하고 있다. 아까도 말했듯, 동물 촬영은 오랜 관찰과 기다림, 인내가 필연이다.

Q. 15년 동안 메인 MC가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동물농장>과 15년동안 변함없이 함께하고 있는 신동엽은 어떤 MC인가?
A. 신동엽은 동물농장 아저씨로 불리기를 좋아한다. 사업실패로 방송 프로그램을 다 그만뒀을 때에도 <TV동물농장> 만큼은 계속 함께 했다. 마음의 상처를 받을 때마다 신동엽은 <TV동물농장>을 진행하며 치유 받았으며, <TV동물농장>은 마음이 정화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의지를 갖게 하는 자양분이 되었다고 한다. 신동엽은 “<TV 동물농장>은 내가 가장 오래 진행했고, 내가 가장 애착을 갖는 프로그램으로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다”라고 늘 말한다. 고마울 따름이다.

동물들의 희로애락 이야기를 신동엽은 친근하고 따뜻한 재담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편안하게 전달한다. 지루하거나 흐름이 끊길 수 이야기들을 단단히 묶어 흡인력을 높이는데 신동엽은 정말 큰 역할을 한다. 신동엽은 자신이 농담이나 리액션이 필요한 지점을 워낙 잘 꿰뚫는 영민하고 노련한 MC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신동엽이 하면 더 재미있어진다. 벌써 15년째 방송되고 있는 <TV 동물농장>이 식상하거나 지루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도 MC 신동엽이 있기 때문이다.

Q. 15년동안 수많은 동물관련 아이템이 전파를 탔음에도 불구하고 매주 새로운 아이템으로 시청자를 찾아가는 비결이 궁금하다.
A. <TV 동물농장>에 애정을 가지고 식상하고 진부한 아이템과 구성을 피해야 프로그램이 산다고 믿는 작가와 PD들의 열정과 도전 정신으로 버티고 있다. 단순한 상황이나 소재도 분석하고 의미를 찾고 전문가에게 의견을 묻고 실험하고 검증하는 힘든 고통의 과정을 통해 아이템의 선정에서 마무리 제작까지 이어가는 스태프들의 노력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