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과 선수들 사이에 소통을 하는 가교가 될 것입니다"
FC 서울의 신임 주장 오스마르(29)는 1일 일본 가고시마현 키리시마의 전지훈련 숙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오스마르는 지난 1월 30일, 외국인선수로는 처음으로 FC서울의 주장이 됐다. 올 시즌 K리그에서 외국인이 주장을 맡은 팀은 서울 뿐이다. 그러나 지난해 부주장으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줬던 오스마르는 주장이었던 차두리(36)가 은퇴하자 주장 완장을 물려받았다.
한국생활을 시작한 지 이제 2년 정도가 지났지만 오스마르는 한국어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하고 있고, 한국식 목욕 문화에도 잘 적응하고 있다. 오스마르는 “단체 문화가 가진 아시아에선 유럽보다 주장의 역할이 더 크고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자리를 맡게 돼서 많이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스마르는 외국인선수 답지 않게 조용하고 내성적인 편이어서 주장직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자기의견을 덜 내세우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편이기 때문이다.
오스마르는 이에 대해 “새로운 문화권에 가게 되면 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이게 언뜻 소심하게 비쳐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스마르는 “그러나 새로운 문화권에 적응하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새로운 도전이다. 원래 리그에 스페인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지만 수원 FC가 가빌란을 영입하는 등 스페인 선수들이 늘어나는 데에는 내 역할도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스마르는 강한 카리스마로 팀 동료들을 휘어잡기보단 포용력있게 주변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주장의 미덕이라고 강조했다. 오스마르는 “주장의 길이 하나다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외국인선수지만 우리 팀 선수들을 잘 아는 게 내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스마르는 “무언가 잘못한 선수를 꾸짖는 것도 주장이 할 일이지만 선수들을 안아주고 어려움을 들어주는 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주장이 된 뒤에 오스마르는 조금씩 팀원들을 바꾸고 있다. 훈련이 끝나고, 선수들끼리 모여 잘했던 점과 고쳐야 할 부분을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만든 것. 오스마르는 “이같은 행동을 통해 함께 팀을 위해 고민하고, 의견을 모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스마르는 주장직 외에도 본업인 수비수로의 역할도 한층 무거워졌다. 지난 시즌까지 전임 주장이었던 차두리와 그 이전 주장인 김진규(31) 등 자신보다 나이 많은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왔지만 새 시즌에는 자신보다 어린 선수들과 함께할 가능성이 커졌다. 오스마르는 “경험 많은 선수들과 경기하면 편한 부분은 있지만 젊은 선수들을 키워내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미드필드로 올라오는 일보단 수비에 더 중점을 맞출 생각이고 새로운 팀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