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PD “사람인 게 부끄럽기도 보람되기도 해” [일문일답]

입력 2016-02-02 10: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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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PD “사람인 게 부끄럽기도 보람되기도 해” [일문일답]

명절이 되면 어김없이 스페셜 방송을 준비하는 SBS 프로로그램이 있다. 2001년 첫 방송된 이래 15년간 일요일 오전 안방을 책임지는 ‘TV동물농장’(이하 ‘동물농장’)이다.

이덕건 PD는 ’동물농장’이 다른 동물을 다룬 프로그램에 비해 15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요인으로 “동물이 진정한 주인공이라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타 프로그램은 사람이 주인공이고 함께 출연하는 동물이 사람의 시선에서 객체화되는데 반해, ‘동물농장’은 동물의 생각이 훨씬 더 중요하고, 따라서 자연스레 동물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의 눈으로 사람을 보면 낯설지만, 진심이 보인다. 무기력하고 약한 존재인 동물에게 사람들은 아주 솔직하게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은 더욱 좋은 사람으로 부각되고, 나쁜 사람은 최악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또 15년간 ‘동물농장’이 다양하게 다뤄온 내용 중 기억에 남는 아이템으로 제일 먼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하이디의 위대한 교감’을 꼽았다. ‘하이디의 위대한 교감’은 방송 당시 사람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받고 이상 행동을 보였던 동물들의 마음을 읽고, 함께 지내온 가족들과 소통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기획된 코너로, 동물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며 마음을 열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 엄청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PD는 “방송한 지 7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그 감동이 남아 있다, 동물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원인을 해결해 주자 기적처럼 문제 행동이 해결됐다. 그 가슴 뛰는 변화의 감동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태어난지 얼마 안돼 부모를 잃은 ‘아기 황초롱이 6남매의 대리모 양육 프로젝트’도 기억에 남는 방송으로 꼽았다. 이 PD는 “부모를 잃은 아기 황조롱이 6남매는 그대로 놓아 둘 경우 생명이 위험하고, 사람이 거두어 키울 경우 다시는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고민 끝에 방송을 통해 적당한 대리모 황초롱이를 선정해 본격적인 황조롱이 대리모 양육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며 “처음에는 자기 새끼인지 아닌지 얼떨떨해 하던 대리모 황조롱이는 이내 열심히 먹이를 먹이고 비행훈련을 시키는 등 훌륭히 어미의 역할을 다 했다. 한 달 여간의 프로젝트 후 아기 황조롱이들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던 첫 비행은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동물농장’은 단순한 동물의 삶을 조망하고 관찰하는 것을 넘어서 동물과 교감하고, 사람의 시선이 아닌 동물의 시선에서 가장 도움되는 방향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발전해 온 프로그램. 오랫동안 동물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연출진에게도 동물이 사람보다 낫다는 말이 수긍갈 정도라고. 특히 인간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때도 있고, 보람이 있을 때도 있다고 이 PD는 전했다.


<다음은 이덕건 PD의 일문일답>

Q. <TV 동물농장>의 다른 동물방송과의 차이점은?
A. 첫째, 동물이 진정한 주인공이라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방송 프로그램은 동물이 출연하더라도 사람이 주인공일 수밖에 없고 사람 중심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TV동물농장은 동물의 시각, 입장, 생각이 더 중요하다. 그것들은 묘한 감정으로 늘 사람을 벅차게 만든다. 사람들은 늘 조연 역할을 하며 동물을 빛나게 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약하고 누군가 보호해 줘야만 하는 존재인 동물이 주인공이란 사실에 제작진들은 더 힘을 낼 수 있다.

둘째, 동물의 눈으로 보는 세상을 본다는 것이다. 사람의 눈으로 보는 동물은 정말 익숙하다. 하지만, 동물의 눈으로 사람을 보면 낯설지만, 진심이 보인다. 무기력하고 약한 존재인 동물에게 사람들은 아주 솔직하게 자신의 본성을 드러낸다. 좋은 사람은 더욱 좋은 사람으로 부각되고, 나쁜 사람은 최악이다.

셋째, <동물농장>에는 모든 쟝르가 다 녹아있다. 드라마, 시트콤, 뉴스, 시사 다큐, 자연 다큐, 리얼 버라이어티쇼, 스포츠 등 없는 게 없다. 다양한 장르적 기법을 활용해 새롭고 놀라운 정보나 판타지를 눈으로 보는 감동을 담고자 한다.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동물에겐 더 특별함이 있다는 것을 다양한 형식으로 질리지 않게 보여주고자 한다.

Q. 오랫동안 <동물농장>을 하며 기억에 남는 아이템은?
A. ‘애니멀커뮤니케이터 하이디의 위대한 교감’은 방송한 지 7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그 감동이 남아 있다. 이상 행동을 보이거나 마음을 닫은 동물들의 마음을 읽고 함께 지내 온 가족들에게 알려주자 다들 눈물을 흘렸다. 동물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원인을 해결해 주자 기적처럼 문제 행동이 해결됐다. 그 가슴 뛰는 변화의 감동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지 못할 것 같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모를 잃은 아기 황조롱이 6남매도 기억에 남는다, 그대로 놓아 둘 경우 생명이 위험하고, 사람이 거두어 키울 경우 다시는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건강과 야생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새로운 부모 새를 찾아야만 했는데, 방송을 통해 황조롱이 둥지를 알고 있는 분들의 제보를 받고 그 중에 적당한 대리모를 선정해 본격적인 황조롱이 대리모 양육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처음엔 자기 새끼인지 아닌지 얼떨떨해 하던 대리모 황조롱이는 이내 열심히 먹이를 먹이고 비행훈련을 시키는 등 훌륭히 어미의 역할을 다 했다. 한 달 여간의 이소 훈련을 마친 아기 황조롱이들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던 첫 비행은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다.

Q. 2015년 송년특집으로 방송된 길고양이 관련 특집 방송이 많은 화제가 됐는데.
A. 2015년은 길고양이 관련 사건 사고와 논란이 참으로 많았던 한 해였다. 엽기적인 길고양이 학대 사건들, 잔혹한 방법으로 길고양이를 죽이고도 죄책감이 전혀 없는 사람들, 캣맘과 길고양이를 혐오하는 주민들 간의 갈등 등 꽤나 시끌벅적한 논란이 많았다.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3년이라는데 보통 반려묘들이 15년을 사는 것에 비하면 얼마나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여실히 알 수 있다.

2015년 한해 동안 <동물농장>은 자신을 돌봐 준 아저씨에게 은혜 갚는 길고양이, 매일 먹이를 챙겨주는 아주머니의 밤 퇴근을 늘 지켜주며 보디가드 역할을 하는 길고양이, 위기에 처한 새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위험은 기꺼이 감수하는 모정을 가진 어미 길고양이 등 참 따뜻한 길고양이들을 통해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길고양이를 혐오스럽게 여기며 괴롭히고 있고 길고양이들은 특히나 사람을 가장 경계해야 하는 존재로 여기고 있었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동물농장>은 2015년 송년특집을 통해 길고양이와의 아름다운 공존의 길을 찾아보고자 했다. 길고양이들을 향한 숱한 오해와 편견을 가진 이들에게 작은 변화가 찾아오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Q. <동물농장>을 하며 가장 보람됐던 순간, 가장 허탈했던 순간은?
A. 동물은 사랑, 의리, 모정, 배려, 충직함을 그대로 보여 주고 ‘사람보다 낫다’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때가 많다. 인간이라는 사실이 잠깐 부끄러울 때 특별한 보람을 느낀다. 주인을 구하기 위해 멧돼지와 사투를 벌이다 죽어간 충견, 몸이 불편한 새끼를 먹이기 위해 비닐봉지에 든 사료를 물어나르던 어미 고양이, 죽은 친구의 새끼를 보살피는 유기견 등 동화 같은 이야기가 실제로 동물들을 통해 보여질 때 그 장면을 기다리며 오랫동안 고생해 온 고통은 잊고 보람찬 순간이 된다.

또한, 잃어버린 반려견 백구를 방송을 통해 찾고 사람과 개, 둘 다 얼싸안고 감격의 기쁨을 누릴 때, 위기의 야생동물을 구조해 마침내 그들의 자리인 야생으로 돌려 보낼 때, <동물농장>엔 보람된 순간이 참 많다. 오랜 기다림과 밤샘 작업 속에서도 그 고통이 빨리 잊혀지는 것은 그 때문인 것 같다.

가장 허탈한 순간은 역시 죽음의 순간일 것 같다. 안타깝고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동물이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끝내 세상을 떠날 때, 제작진 모두 한동안 먹먹함을 느낀다. 가끔씩 예전에 출연했던 동물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을 때마다 옛 친구를 떠나 보낸 듯 꽤 오랫동안 허탈하다.

Q. <동물농장> 하면 <동물농장>의 대표 목소리 안지환 성우를 빼놓을 수 없다.
A. 대표 성우 안지환이 있기 때문에 TV동물농장 더빙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순조롭고 평화롭다. 안지환 성우는 정말 동물을 사랑하고 많이 이해하는 사람이다. 그의 내레이션은 서로 대화하듯 다정하며 자연스러운 감정이 실린다. 때문에 감탄사가 많고, 높낮이와 속도감이 변화무쌍해 리듬도 살아 있다. 대본을 이해하고 가장 최적화된 내레이션을 하는 그는 TV동물농장에 생기를 불어 넣는 존재다.

Q. 2016년 설을 맞아 꾸준히 <동물농장>을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A. 최근 유기견, 길고양이에 대한 주민 갈등, 허술한 동물 구조 체계,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한 불만, 과도한 집착성 민원 등 제작진이 감당하기 힘든 문제들이 공격적으로 저희들에게 던져지고 있다. 현재 이런 수요를 받아주거나 책임을 질만한 공공기관이나 조직이 없어 결국 그 모든 민원이 <동물농장>을 향해 쏟아지는 것 같다.

그 분들 심정은 백분 이해하나 지금 당장 만족스러운 대안이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대신 비난 받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프로그램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는 막내 작가들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매일 호소할 정도여서 너무 안타깝다. 지금 이 현실을 <동물농장>이 조금씩 바꿔나가야 할 단초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약자인 동물의 편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제작진들을 격려하고 응원해 주시길 바란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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