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저효율 한화 ‘100억의 경제학’

입력 2016-02-0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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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 에스밀 로저스, 정우람(왼쪽부터)은 한화의 대표적인 고액 연봉자다. 김태균과 정우람은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84억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했다. 로저스는 역대 외국인선수 최고액인 190만달러를 받는다. 올해 한화는 국내선수 연봉 총액이 98억원을 넘겨 삼성을 넘어 최고연봉구단이 될 것이 유력하다. 사진|스포츠동아DB·한화 이글스

김태균, 에스밀 로저스, 정우람(왼쪽부터)은 한화의 대표적인 고액 연봉자다. 김태균과 정우람은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84억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했다. 로저스는 역대 외국인선수 최고액인 190만달러를 받는다. 올해 한화는 국내선수 연봉 총액이 98억원을 넘겨 삼성을 넘어 최고연봉구단이 될 것이 유력하다. 사진|스포츠동아DB·한화 이글스

■ 국내선수 몸값 최고 프로야구단…올해는 돈의 맛 볼까?

8연속 PS 못 간 한화, 선수 연봉은 최고
몸값 양극화·유망주 유출 등 위험 감수
‘돈으로 만든 우승전력’ 올핸 통할지 관심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는 2015년 총 연봉으로 2억1347만달러를 썼다. 이 해 양키스가 올린 승수는 87승이었다. 1승을 거두는 데 들인 비용으로 환산하면 245만4000달러였다. 2015년 월드시리즈 우승팀은 캔자스시티(1억1540만달러)였다. 양키스와 같은 연고지를 쓰는 뉴욕 메츠(1억2290만달러)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에 올랐다. 과연 ‘돈으로 승리를 살 수 있는지’ 회의가 들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양키스는 1999년부터 2013년까지 메이저리그 최고연봉팀이었는데, 이 기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11차례 차지했다. 와일드카드를 포함해 총 13번에 걸쳐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돈의 힘을 경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화끈하게 지갑을 여는 팀은 총 연봉 2억달러를 돌파한 두 팀으로, 내셔널리그의 LA 다저스와 아메리칸리그의 양키스다. 일본프로야구에선 퍼시픽리그의 소프트뱅크, 센트럴리그의 요미우리가 전통의 부자구단이다. 이 팀들은 해마다 우승을 노릴만한 위치에 있다. KBO리그에서도 ‘돈 폭탄’을 뿌려 이 반열에 기를 쓰고 오르려는 팀이 있다. 한화 이글스다.


● 이길 때까지 ‘돈 폭탄’ 퍼붓는다?

한화는 2012년 총 연봉 52억1800만원(이하 외국인선수와 코치진 연봉 제외)으로 전체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성적은 53승으로 8위(꼴찌)였다. 2013년 총 연봉이 47억원(전체 7위)으로 감소하자 성적은 더 저조(9위·42승)했다.



2014년 한화는 대대적 투자를 감행해 총 연봉을 60억2200만원(전체 4위)으로 올렸다. 그러나 49승으로 다시 꼴찌였다. 이에 한화는 2015년 김성근 감독 체제를 출범시키며 총 연봉을 81억4000만원(전체 2위)까지 지출했다. 4년 연속 우승팀 삼성과 더불어 국내선수 연봉 합계 80억원이 넘는 팀이었다.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그 숫자(30명), 연봉(28억2800만원)은 1위였다. 그럼에도 한화의 2015년 승수는 68승이었고, 순위는 6위였다.

KBO리그에서 1승당 투자비용이 가장 비효율적인 야구단인 한화는 2016년 놀랍게도 총 연봉을 더 올렸다. 국내선수 연봉 총액이 98억원을 넘겨 삼성을 넘어 최고연봉구단이 될 것이 유력하다. 로저스, 로사리오 등을 데려왔기에 외국인선수 몸값을 합치면 액수는 더 치솟는다.


● 한화가 넘어야 할 무형의 위험요소는?

2007년을 끝으로 8년 연속 가을야구를 못한 팀이, 최근 8년간 5차례나 꼴찌를 한 팀이 최고연봉구단으로 탈바꿈한 현상은 이변이 아닐 수 없다. 한화의 연봉구조를 살펴보면 다수의 비 FA(프리에이전트) 연봉 총액은 35억원 수준인 데 비해 소수의 FA는 63억원을 웃돈다. ‘연봉 양극화는 팀 케미스트리에 미묘한 영향을 끼친다’는 한국야구계의 상식과 충돌하는 구조다.

더욱이 거의 해마다 결행된 FA 영입 작업의 여파로 팀의 유망주 출혈이 상당하다. 단기성적을 위해 미래까지 담보한 것이다. 하위권 팀일수록 리빌딩으로 장기적 체질 개선을 도모하는 보편적 방식과도 정면 배치되는 방향성이다.

양키스마저 2014년 이후 젊은 선수 육성에 열을 올리는 세상에 한화는 ‘내일이 없는 보강’을 감행해 우승전력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효율적 경영을 지향하는 KBO리그 구단들의 트렌드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한화는 2016년 행복할 수 있을까.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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