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홍석·박은석 “'드라큘라', ‘지킬 앤 하이드’ 같은 명작으로 남길”

입력 2016-02-07 17: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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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 ‘라이징 스타’가 있다. 한 사람은 ‘여장 남자’와 ‘사신’ 등 변화무쌍한 캐릭터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다른 한 사람은 ‘드라큘라’ 초연 때 ‘언더스터디’(대체배우)였다. 이후 ‘주홍글씨’, ‘왕세자 실종사건’ ‘씨 왓 아이 워너 씨’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다. 바로 뮤지컬 배우 강홍석과 박은석이다. 뮤지컬 계의 가장 ‘핫’한 배우라고 해도 이견이 없을 두 사람은 현재 뮤지컬 ‘드라큘라’를 공연 중이다. 박은석은 영원한 사랑을 간직한 ‘드라큘라 백작’ 역을 맡았고 강홍석은 드라큘라에게 희생당한 아내를 위해 복수를 결심한 ‘반 헬싱’역을 맡았다. ‘언더스터디’에서 당당하게 주연을 따낸 박은석과 새로운 연기변신을 한 강홍석을 만났다.

두 사람은 재연 공연을 앞두고 설렘을 갖고 있었다. 더블캐스팅으로 합류하는 소감을 적어도 120만 번은 한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던 박은석과 이렇게 진지한 캐릭터는 처음 맡아본다는 강홍석은 적지 않은 부담감과 동시에 책임감을 갖고 있었다.

“초연 때와는 또 다른 깊이로 연기를 하고 있어요. 초연 당시 이야기의 가연성이 부족하다는 평을 많이 들어서 수정이 됐어요. 그래서 분명 같은 작품을 하고 있는데 다른 작품을 하고 있다는 기분도 들어요. 새로운 배우들과 함께 해서 새로운 에너지를 받는 기분도 들고요. 개인적으로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기분으로 하고 있어요.” (박은석)

“팝 뮤지컬만 하던 제가 클래식한 작품은 처음이라 정말 큰 도전이에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제가 했던 작품들은 적어도 상황적으로 재미있는 부분이 한 장면 정도는 있었는데 ‘반 헬싱’은 웃긴 걸 떠나서 하염없이 진지한 인물이잖아요.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 응축시키는 게 더 중요하고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제 내면의 거친 부분들이 잘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요.” (강홍석)

올해 재연은 초연에서 부족했던 점을 세세하게 채웠다. 박은석과 강홍석은 “작품을 거의 새롭게 만드는 것과 같았다. 세세한 감정들의 절반은 거의 다시 창작한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작품을 더 잘 만들 수 있을지,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것들은 없는지 계속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저희는 전체적으로 모든 부분을 이야기했어요. 미나와 드라큘라의 관계 뿐 아니라 이 이야기에 엮여있는 모든 사람들의 관계, 감정들을 촘촘히 다뤘어요. 새로운 창작 뮤지컬을 한 편 다시 만드는 기분이었어요. 기존의 대사를 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갔어요.”(강홍석)

“저는 초연 때가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그 때는 라이선스 대본도, 무대도, 노래도 다 창작작업이었거든요. 그 때 생각해보면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고민이 참 많았었어요. 그래서 재연 공연에 임하면서 초연 배우들에게 참 고맙더라고요. 그 배우들이 작품의 기초 공사를 잘 해줬기 때문에 재연 공연도 가능했던 거고 그리고 더 좋은 작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류정환 형님께 감사 드려요. 가장 큰 형으로서 작품의 기틀을 노련하게 잡아주셨거든요.” (박은석)

앞서 말했듯, 박은석은 초연에 이어 재연에서 타이틀롤을 맡게 됐다. 강력한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김준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도 부담감이겠지만 오히려 더 큰 부담감은 초연 당시의 자신의 모습보다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큰 부담감이었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는 내 연기에 만족하진 못했던 것 같다”라며 입을 열었다.

“초연에는 미나를 향한 ‘사랑’에 집중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드라큘라 백작의 ‘운명’에 대해 초점을 맞췄어요. 그는 신을 위해서 모든 걸 다 바쳤는데 소중한 미나가 죽었잖아요. 그는 미나에 대한 사랑뿐 아니라 400년 간 신을 향해 분노했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미나와의 사랑 그리고 신과의 관계, 운명이 마주치는 교차점을 찾으려 노력했어요. 400년 간 분노와 사랑을 마주한 드라큘라의 운명을 보여주며 그의 존재감을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었죠.”

이 말을 듣고 있던 강홍석은 “은석 형의 ‘드라큘라’는 정말 멋있다. 준수는 정말 열정적으로 사랑을 하는 드라큘라라면 은석 형은 약간 어르신(?) 같은 기분이다. (웃음) 능수능란하다”라고 말했다. ‘반 헬싱’으로 분한 강홍석은 “UFC 선수처럼 ‘드라큘라’를 때려잡을 무게감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웃음기 하나 없는 ‘반 헬싱’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내겐 큰 도전”이라고 밝혔다.

“‘복수’라는 감정을 많이 생각해봤어요. 다큐멘터리 같은 것도 많이 참고했죠. 주변 소중한 사람들을 (원치않게) 잃어버린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마음 속에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 덩어리로 뭉쳐있는 것들이 보여요. 그게 폭발되는 감정이 아니라 꽉 응축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반 헬싱’이 그런 인물이 아닐까 싶어요. 아프고 복수하고 싶은 마음을 가슴 속에 담고 있는 남성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 마음으로 ‘드라큘라’를 때려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웃음)”

2016년 뮤지컬 ‘드라큘라’로 작품을 시작하는 박은석과 강홍석에게 개인적으로도 남다른 책임감을 지니고 있다. 강홍석은 지난해 제9회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박은석 역시 주인공으로도 무게감이 있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정작 두 사람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강홍석은 “상이 주는 행복이 정말 대단한 것 같더라. 감사한 마음으로 정말 많이 울었다. 하지만 여기서 자만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은석 역시 “한 작품의 일명 ‘간판’ 역할을 맡으며 내면이 흔들리는 경우를 가끔 봐 왔다. 타이틀롤을 맡았다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마음을 굳건히 세우는 게 더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에게 앞으로 ‘드라큘라’가 어떤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물어봤다. 박은석과 강홍석은 “오랫동안 사랑 받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 작품이 ‘지킬 앤 하이드’나 ‘노트르담 드 파리’와 같은 꾸준하게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레퍼토리 작품이 되면 좋겠고 저희들이 작품의 질을 조금이라도 좋아지게 하는 요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10주년 공연도 하고 계속 발전하는 ‘드라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박은석, 강홍석)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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