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RPG를 만난 태권도, 통쾌한 새 도전

입력 2016-02-1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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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스 멤버가 공중을 날아 멋진 발차기로 송판을 격파하고 있다. 킥스는 등장 캐릭터들이 무대에서 에네르기파를 쏘는 등(위쪽사진) 태권도에 컴퓨터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요소를 접목시킨 새로운 장르의 공연물이다. 사진제공|(주)킥스

■ 모던태권도 ‘킥스’


‘국내 첫 스포테인먼트쇼’ 선보인 무대
태권도 선수들인 배우들, 발차기 일품
결정적 순간 게임 캐릭터 변신 매력적
격파 실수·엉성한 난투장면은 아쉬움


태권도가 사람들에게 잊혀진다. 재미가 없어서, 고루하고 지루해서. 사람들의 관심은 보다 강렬하고 자극적인 이종격투기로 쏠리고 태권도 도장은 속속 문을 닫는다. 태권도 마스터의 마지막 후계자들인 다섯 명의 ‘킥스(KICKs)’도 각자의 길을 떠난다. 이들은 거리의 싸움꾼 ‘갱스터(송동철 분)’, 아이돌 가수 ‘유나(원연상 분)’, 해변의 야자 장사꾼 ‘무토(정수빈 분)’, 여자 축구선수 ‘슈팅스타(김민주 분)’, 비보이 ‘토네이도(김규태 분)’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섯 명에게 의문의 초대장이 날아든다. 오직 강자존(强者存)!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배틀-K의 참가 초대장이다. 태권도의 이름과 명예를 되찾기 위해 킥스는 배틀-K 경기장으로 향하게 되는데.


● 배우들의 발차기 시원시원 … 격파·난투 장면은 좀 더 정밀했으면

모던태권도 ‘킥스(프로듀서 신정화)’는 국내 첫 스포테인먼트쇼를 표방한 공연이다. 대한태권도협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 송파구청이 후원해 만들었다. 지난 달 시연회를 열며 국내 문화계, 체육계의 주요 인사를 대거 초청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공연물의 목표는 시원하게 나와 있다. 우리나라 국기이자 상징 스포츠인 태권도를 신 한류콘텐츠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름 그대로 전 세계를 발로 밟고(태·跆) 주먹으로 지르며(권·拳) 새로운 길(道)을 열어보겠다는 야심이다. 2015년 태권도진흥재단이 진행한 ‘태권도 소재 공연공모사업’의 당선작이기도 하다. 태권도 고유의 공격과 방어기술을 집약시킨 품새와 쳐서 깨뜨리는 격파에 요즘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은 RPG(역할수행게임), 실전 배틀 형식을 접목시켰다. 미국 이종격투기 대회인 UFC에서 빌려온 5인조 경기도 새로운 시도다. 서울 올림픽공원 내 K-아트홀에서 공연 중이다. 매주 목·금·토요일만 공연한다.

공연장에 들어서니 분위기가 독특하다. 입구에서 티켓을 확인하는 직원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다. 도복 차림에 검은 띠를 매신 폼이 예사롭지 않다. 그러고보니 공연장 내 어셔(객석 안내직원)들도 모두 흰 도복에 검은 띠를 매고 있었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휴대폰이 잘 꺼져있나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무대 위 앞쪽에 설치한 6각형의 경기장이 눈에 띈다. 공연장이라기보다는 이종격투기 경기장의 분위기가 물씬 났다. 공연 시작 전부터 강렬한 비트의 음악을 쾅쾅 틀어 열기를 북돋았다.

대사가 거의 없는 넌버벌 공연에 가까웠다. 해외진출을 노리는 만큼 넌버벌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배우 대부분이 현역 태권도 선수들이라 연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옆차기가 아니라 하늘차기라 해야 할 발차기가 일품이다. 허공으로 쫙쫙 뻗는 발차기를 보고 있으면 인간 컴퍼스 같다. 수시로 등장하는 격파시범도 시원시원하다. 다만 퍼포먼스를 좀 더 정밀하게 다듬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서커스가 아닌 실제 무술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격파에서의 실수가 생각보다 많았다. 킥스 다섯 명과 상대팀 다섯 명의 ‘떼싸움’에서도 엉성해 보이는 장면이 있었다. 넌버벌 공연이라 몸으로 보여주는 설명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좀 더 간결했으면 싶었다.

비주얼을 강조한 아이디어는 마음에 들었다. 실사와 영상의 세련된 조합이 눈길을 끌었다. 덕분에 배우들은 결정적인 순간에서 애니메이션 주인공처럼 에네르기파를 쏘는가 하면 게임 속 캐릭터가 되어 떨어지는 물체를 부지런히 깨부수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 악당 두목의 이름은 ‘오디. 나우캇(OD. NOWKEAT)’이다. 영어단어를 거꾸로 읽으면 ‘태권도’가 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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