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송승준. 스포츠동아DB
송승준의 최근 2년 성적이 하향세임을 롯데가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대형계약을 주저하지 않은 것은 기술적 능력치를 뛰어넘는 무형적 가치에 비중을 뒀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롯데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롯데 새 프런트가 가장 강조하는 가치는 ‘원팀(one team)’이다. 팀에 대한 충성심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확실히 대우해준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롯데에서 송승준 만큼 소속감이 강한 선수도 없다”고 해석했다. 오랫동안 롯데 투수진의 조장이었던 송승준의 영향력까지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
이로써 39세까지 현역을 보장 받은 송승준은 ‘평생 롯데맨’으로 은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워낙 큰 계약이라 향후 성적이 안 나오면 롯데 프런트가 짊어져야 할 부담도 무겁다. 롯데는 프랜차이즈 예우가 작용했던 손민한과의 계약(3년 27억원)이 참사로 끝났던 뼈아픈 기억도 지니고 있다.
송승준도 2016시즌이 건재를 입증할 시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이 때문에 ‘FA 계약 첫해는 쉬어간다’고 생각할 만큼 주위의 시선이 관대하지 않은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송승준은 지난해에 비해 몸을 천천히 끌어올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개막 직후 극도로 부진한 ‘4월 징크스’에 구애 받지 않고, 부상 없이 시즌을 길게 보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2007년 KBO리그 데뷔 이후 롯데에서만 92승을 거둔 송승준은 1승만 더하면 염종석(93승)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최동원의 96승, 손민한의 103승을 넘어 롯데 최다승 투수인 윤학길의 117승에 도달할 순간도 다가오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