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그리고 귀향②] ‘동주’, 왜 흑백영화여야 했나?

입력 2016-02-1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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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 주연의 영화 ‘동주’. 사진제공|루스이소니도스

강하늘 주연의 영화 ‘동주’. 사진제공|루스이소니도스

중학교 교과서 윤동주 흑백 사진서 비롯
‘적은 예산’과도 부합…6억원 들여 완성

최첨단 영상 테크닉이 화려한 시대에 ‘동주’는 왜 흑백영화여야 했나.

3D 같은 입체영상이나 앉아있는 의자가 움직이고 물과 바람의 효과까지 만끽하게 하는 4DX 방식으로 영화를 보는 일은, 이제 흔하다. 더욱 선명한 영상을 구현하려 애쓰는 이 시대, ‘동주’는 뜻밖에 흑백필름을 택했다.

영화는 시인 윤동주의 청춘을 그린다.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서시’ 만큼이나 익숙한 시인의 이미지는 흑백사진 속 모습으로 각인되고 있다. ‘동주’는 바로 그 사진에서 출발했다.

연출자 이준익 감독은 2013년 윤동주 시인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이때부터 ‘동주’는 흑백영화였다. 이 감독은 “우리 기억 속에 남은 사진 속 윤동주 시인의 이미지를 바꾸고 싶지 않았다. 그 이미지에 충실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제작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제강점기에 대한 시대적 고증과 재현이 필요한 영화의 제작비는 최소 수십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암살’이나 현재 촬영 중인 ‘밀정’의 제작비 역시 100억원대다. ‘동주’ 제작진은 처음부터 ‘적은 예산으로 만들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를 쓴 신연식 감독과도 ‘시인의 삶에 경건하게 접근하자’는 공감대를 나눴다. 그렇게 책정된 영화의 순제작비는 6억원. 이를 위해 흑백영화가 제격이었던 셈이다.

최근 극장에서 개봉한 한국영화가 흑백으로 완성되기는 드문 경우. 2013년 제주 4·3사건을 그린 영화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가 흑백으로 개봉해 14만 관객을 모았고, 2012년 ‘아티스트’가 흑백으로 개봉했지만 ‘동주’의 성격은 조금 다르다. 앞서 ‘왕의 남자’부터 최근 ‘사도’까지 상업영화로 성과를 내온 감독과 강하늘 등 유명 배우가 출연한 영화가 흑백으로 공개되기는 이례적이다. 강하늘은 “흑백영화는 관객 각자 원하는 대로 장면을 채색해 보게 하는 힘을 지녔다”며 “글 안에 세상이 담기는 소설처럼 흑백영화도 비슷한 매력이 있다”고 밝혔다.

흑백영화의 제작 과정은 기존 영화와 얼마나 다를까. ‘동주’의 김지형 프로듀서는 “대체로 다르지 않지만 촬영 내용을 확인하는 모니터를 흑백으로 설정하고 바로바로 점검했다”며 “후반작업 과정에서 명암 같은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했다”고 말했다.

현란한 시각효과에 익숙해진 관객은 흑백영화 ‘동주’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색채 없이 흑백으로 표현된 영상이 관객에게는 다소 낯설 수도 있지만 반대로 향수에 젖는 관객도 많다는 점에서 기대가 쏠린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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