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016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6차 대회를 마친 노도희, 최민정, 박세영(왼쪽부터)이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노도희는 여자 1000m 2차 레이스, 박세영은 남자 1000m 1차 레이스에서 각각 금메달을 따냈고, 최민정도 여자 500m와 1000m 1차 레이스에서 은메달 2개를 획득했다. 인천국제공항|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무뚝뚝한 엄마 ‘장하다 내 딸’ 문자 감동
“엄마가 원래 말을 많이 안 하세요. 뒤에서 조용히 응원해주시는 편인데, 이번에 금메달을 땄더니 ‘장하다, 내 딸’이라고 문자가 왔더라고요. 현지 TV 중계가 되지 않아서 홈페이지를 통해 기록이 늦게 올라왔는데 마음을 졸이신 모양이에요. 그 문자 보고 (가슴이) 벅찼어요.”
어머니 이야기가 나오자 노도희(21·한체대)의 눈이 그렁그렁해졌다. 2015∼2016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6차 대회 여자 1000m 2차 레이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노도희는 모바일메신저를 통해 어머니의 축하를 받았다. ‘장하다, 내 딸.’ 짧은 한마디였지만 평소 혹 부담이 될까 뒤에서 조용히 응원만 하던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져 딸의 가슴은 결승선을 1위로 통과했을 때보다 더 벅차올랐다.
노도희는 2014년부터 쇼트트랙국가대표가 됐다. 꼭 달고 싶었던 태극마크였다. 그러나 경쟁은 거기가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한국쇼트트랙은 다른 나라 선수들과의 경쟁보다 내부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여자대표팀에는 심석희(19·세화여고), 최민정(18·서현고)이라는 쌍두마차가 있어 노도희는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 밖에 있어야 했다.
‘명품조연’에 머무르던 노도희는 월드컵 6차 대회 여자 1000m 2차 레이스에서 ‘주연’으로 부상했다. 비록 심석희는 부상, 최민정은 컨디션 저하로 출전하지 않은 경기였지만 쟁쟁한 외국 선수들을 제치고 1분33초947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발레리 말테(캐나다·1분33초951)를 0.004초로 따돌리며 짜릿한 우승을 차지했다.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 노도희는 “솔직히 당시에는 1위로 통과한지 몰랐다. 캐나다 선수가 어깨를 툭 치면서 축하를 해주더라. 정작 난 몰랐는데 다른 선수들은 (내가 1등인지) 알았던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다보니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 순간 “어안이 벙벙해서” 제대로 기뻐하지도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시니어국가대표로는 국제대회 개인전 첫 금메달이었다. 4명이 힘을 모아야 하는 3000m 계주에서 우승한 적은 있지만, 혼자만의 힘으로 시상대 맨 꼭대기에 오른 적은 없었다.
노도희에게 이번 경험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 그동안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팀을 위해 내가 해야 할 몫을 먼저 생각했던” 노도희였다. 이번 경기에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한 만큼 꼭 1위를 하고 싶었다. 노도희는 “부담감은 있었지만 욕심이 났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던 게 좋은 결과가 났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대표팀에서 (심)석희나 (최)민정이나 잘 타는 선수들이 많아서 배울 점이 많다. 함께 더 열심히 훈련해서 앞으로 다 같이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