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걸스 혜란,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브레이브걸스 혜란,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의 혜란이 컴백 쇼케이스 도중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혜란의 이 눈물은 현재 젊은 세대의 힘겨운 삶과도 닿아있어 더욱 공감이 가고 납득이 됐다.

브레이브걸스는 16일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컴백 싱글 '변했어'의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이날 쇼케이스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첫째는 무려 3년만의 컴백이라는 점, 둘째는 3명의 멤버가 탈퇴하고 5명의 멤버가 새롭게 합류했다는 것으로, 시기적으로나 그 구성원적인 측면 모두 이름만 같을 뿐 사실상 새로운 그룹이 나온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 때문에 쇼케이스에 나선 멤버들 역시 잔뜩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마이크를 통해 나오는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이 동반됐고, 무대 퍼포먼스에서도 작은 실수들이 이어졌다.

급기야 혜란은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한 소감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 "이번 포부는 진짜 진심으로 이번 멤버들을 아끼고 있어서..."라고 말하던 중 눈물을 쏟아내기까지 했다. 한참을 눈물을 흘린 혜란은 "진짜 마지막 기회가 아니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기회였으면 좋겠다"라고 진심을 드러냈다.

실수를 지적하려는 뜻은 아니다. 오랜만에 다시 대중들앞에, 그것도 완전히 새로운 팀이 되다시피해서 등장한 브레이브걸스의 입장을 고려할 때 이 정도 실수나 긴장감은 너그럽게 이해할 만한 수준이었다.

오히려 혜란이 흘린 눈물은 수백, 수천번의 말보다 그동안의 이들이 흘린 땀과 노력을 더욱 확실하게 전해줄만한 것이었다.

3년이 아니라 3개월만 활동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지는 요즘 가요계에서 3년이라는 공백기를 갖고 그 와중에 5명의 멤버중 3명이 팀을 탈퇴했다는 건 해체 수순을 밟는 것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치명적인 타격이다.

또 일반적인 직장인의 정년이 60세 전후인 것에 비해 아이돌그룹은 30세를 전후로 그 수명이 다하는 것을 감안할 때, 4~5년 내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비연예인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아야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데뷔 6년차를 맞이한 브레이브걸스의 이번 컴백은 실로 대단하고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화려한 조명과 환호성에 가려져 사람들이 쉽게 알아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아이돌 역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으며, 이런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고 다시 대중들 앞에 선 브레이브걸스의 노력과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결국 혜란의 눈물로 이어진 셈이다.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는 말이 있다. 어느정도 일리있는 이갸기이긴 하지만, 이 역시도 모든 연예인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명제는 아니다.

이날 혜란의 눈물은 제 아무리 노력을 해도 취업의 문턱을 넘기 힘든 현재 젊은이들의 모습과도 일맥상통해 더욱 납득이 되고 공감이 갔다. 더불어 이런 노력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는 작금의 현실이 씁쓸함도 함께 주긴 했지만 말이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