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김연경의 V리그 복귀 가능성과 해법은?

입력 2016-02-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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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네르바체 유니버셜 김연경. 스포츠동아DB

복귀땐 흥국생명 소속…관계개선 전제
샐러리캡 상한선도 해결해야 할 걸림돌

이번 시즌을 끝으로 터키 페네르바체와 계약이 끝나는 김연경(28·사진)의 V리그 컴백은 가능할까?

2012런던올림픽 4위에 오른 인연으로 김연경과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김형실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위원장(런던올림픽 당시 대표팀 감독)은 “최근 연경이와 모바일메신저를 했다. 한국에서 오라는 곳이 없어서 해외리그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터키에 남거나 다른 리그를 생각하는데 4월에 계약을 할 모양”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배구계에서는 “김연경이 이번 시즌 뒤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김연경은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휴가를 받아 한국에 왔을 때 V리그 컴백의사를 먼저 내비친 적이 있다.

정확한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일본∼터키에서 선수로서 누릴 것은 다 누렸고 해외생활도 할 만큼 한데다 국내에서 선수생활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 모양이다. 5월 14∼22일은 한국여자배구가 2016리우올림픽 본선진출을 위해 마지막 도전에 나서는 중차대한 시기다. 김연경은 대사를 앞두고 자신의 거취를 확실히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먼저 ‘V리그 컴백’ 운을 뗐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 김연경의 V리그 컴백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무엇?

김연경이 V리그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어떤 방식이건 원 소속구단 흥국생명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하다. 다행히 당시 의사결정 과정에 있던 임원진들은 물러났다. 현재 구단 경영진은 김연경에 나쁜 감정을 가질 이유가 없다. 김연경도 지난해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일은 모두 잊었다”고 했다. KOVO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고 자신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도와주겠다는 말도 했다. 김연경은 정신적으로 한결 성숙해졌다.

이런 바탕에서 흥국생명의 움직임이 중요하다다. 김연경이 컴백하기 위해 첫 번째로 넘어야 할 걸림돌은 이사회의 결의사항이다. 당시 이사회는 국제배구연맹(FIVB)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김연경이 V리그로 돌아오면 흥국생명에 복귀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김연경은 무조건 흥국생명이라는 정거장은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김연경은 컴백 때 ▲KOVO와 흥국생명이 원하는 2년의 계약기간을 채운 다음에 FA(프리에이전트)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KOVO 이사회와 흥국생명의 양해를 얻어 1년만 흥국생명 선수로 뛴 뒤 FA나 다른 방식으로 이적하거나 ▲흥국생명에 복귀는 하지만 즉시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방법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세 번째 방안은 흥국생명이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고 굳이 앞장서서 컴백시킬 이유도 없다. 두 번째 방안은 이사회에서 양해가 필요하다. 흥국생명의 사전 정지작업이 필요하다.

김연경이 컴백하면 흥국생명의 전력상승 효과가 크기에 다른 구단은 원칙을 이유로 컴백을 어렵게 만들 여지는 있다. 그래서 흥국생명은 ‘결자해지’라는 명분이 필요하다. 이사회와 김연경 설득을 동시에 성공시켜야 한다.


● 샐러리캡 상한선과 명분


또 하나 실질적인 문제는 연봉이다. 세계 최고 선수인 김연경은 페네르바체에서 100만 달러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경이 V리그에 컴백을 하면 그 정도는 보장해줘야 한다. 그 경우 여자배구의 샐러리캡 상한선(12억원)이 걸림돌이 된다. 현재 KOVO는 어떤 상황에서건 샐러리 캡을 넘길 수 없는 ‘하드 캡’ 제도를 택했다.

이 문제의 해결 때 참조해야 할 것이 NBA(미국프로농구)의 ‘래리 버드 예외조항’이다. 한 팀에서 3년 이상 활약했던 프랜차이즈 스타가 그 구단과 재계약을 맺을 경우 샐러리 캡을 넘어가는 연봉을 줘도 인정해주는 제도다. 보스턴 셀틱스의 전설적 스타 래리 버드 때문에 1984년에 만들어졌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떠나면 그 구단은 물론이고 리그 전체의 인기에도 영향이 크기 때문에 리그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 예외조항이다.

김연경은 남자에 비해 떨어지는 여자배구의 인기와 기량을 동시에 살려줄 보물이다. 이런 슈퍼스타는 규정이라는 틀에 묶지 말고 자유롭게 큰 울타리를 만들어준 뒤 마음껏 놀게 해주는 것이 V리그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대신 혜택을 누리는 흥국생명과 김연경을 위해서도 명분은 있어야 한다. 이 명분이 좋아야 이사회와 이해 당사자인 다른 구단의 협조를 얻어내기가 편하다. 김연경도 V리그에 지금 반드시 돌아와야 할 이유가 생긴다. 김연경 때문에 생기는 샐러리 캡 초과금액에 대해서는 김연경을 보유한 구단이 적당한 비율만큼 돈을 추가로 내놓고 이를 김연경 이름을 딴 유소년 발전기금으로 쓴다면 명분으로서는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현재 한국 여자배구는 유소년 배구 꿈나무가 줄어들어 걱정이 많다. 이런 때 김연경이 돌아와 해마다 거액의 기금을 모으고 이 돈으로 많은 꿈나무들이 혜택을 받고 자라서 제2의 김연경으로 성장한다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당장 필요한 것은 흥국생명의 액션이다. 먼저 김연경과 마음을 열어 의사를 확실히 타진한 뒤 생각이 일치하면 다른 구단과 KOVO 설득에 나서야 한다. 흥국생명에게 남은 골든타임은 한 달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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