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감독 “‘귀향’ 첫 촬영 때 나비들이 날아와 앉더라”

입력 2016-02-2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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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의 조정래 감독은 제작비가 부족해 매일이 고비였지만 14년을 묵묵히 기다린 끝에 드디어 성과를 냈다. 동아닷컴DB

■ 조정래 감독이 돌아본 제작기간 14년

“위안부 영화 누가 보겠냐는 질타부터
촬영장소 무상지원 기적 같은 순간도”


‘귀향’에 출연한 손숙의 표현에 따르면 조정래(43) 감독은 “지독하고 끈질긴 남자”이자 “엄청난 휴머니스트”다. 사명감이 더해진 목표를 이루기 위해 14년을 쏟아 부은 저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조정래 감독은 2002년 ‘귀향’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나눔의 집 봉사활동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한 때다.

“위안부 영화를 누가 보겠느냐고 질타하는 사람이 있었다. 투자 받으러 만난 사람 중에는 ‘위안부는 거짓’이라는 이까지 있었다. 준비할 때도, 촬영을 시작한 뒤에도 매일매일이 고비였다.”

영화는 2014년 일반인 투자자를 모으는 온라인 펀딩을 진행했다. 어느 정도 금액이 모인 뒤 지난해 4월15일 촬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제작비 충당은 어려웠다. 조 감독은 “총 44회차를 찍는 동안 하루 두 장면 이상 촬영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프로듀서가 매일 돈을 구하러 다녔다. 그렇게 우리는 똘똘 뭉쳤다.”

두 차례 진행된 펀딩에 7만여 관객이 참여했다. 적게는 100원에서 수십만원을 선뜻 건넨 이들도 있다. 그렇게 12억원이 모였다.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지원도 이어졌다. 조 감독은 “경남 거창군이나 대진대처럼 촬영장소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곳이 나타나는 기적 같은 순간이 많았다”고 했다. ‘명량’의 해상전투 장면을 만든 특수효과팀은 ‘귀향’의 전투 장면을 책임졌다. 역시 대가 없는 참여다.

조 감독은 “지금도 잊지 못하는 기억이 있다”고 했다. 영화의 모티프가 된, 위안부 할머니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묘사한 장면을 촬영할 때였다. 패전의 상황에 몰린 일본이 위안부 존재를 감추려고 그들을 산 채로 불태웠다는 증언이 있다.

“고사를 지내고 촬영을 시작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나비들이 날아와 앉더라. ‘귀향’은 위안부 소녀의 슬픔을 담은 영화다. 그렇지만 결말은 아름답기를 원했다. 타향에서 세상을 뜬 20만명의 소녀들, 그 한 분 한 분을 고향으로 모시는 마음으로 완성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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