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첫방’①] 클래스는 영원하다…KBS도 김은숙도 웃었다

입력 2016-02-25 1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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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태양의후예 문화산업전문회사, NEW

"떨리지만 잘 될 거 같아요.“

히트메이커 김은숙 작가는 최근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제작발표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논란이 될 수 있었던 발언이지만 김은숙 작가이기에 오만함은 기대감으로 바뀌었고 지난 24일 첫 방송된 ‘태양의 후예’는 김 작가의 소감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 냈다.

‘태양의 후예’는 우르크라는 낯선 땅에 파병된 군인과 의사들을 통해 극한 상황 속에서도 사랑하고 연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멜로물이다. 김은숙 작가와 ‘여왕의 교실’ 김원석 작가가 공동 집필하고 ‘비밀’ ‘학교 2013’ ‘드림하이’ 이응복 감독과 ‘후아유’ 백상훈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영화 투자배급사 NEW의 첫 번째 드라마 진출 작이기도 한 ‘태양의 후예’는 배우와 제작진 350명, 촬영만 6개월 걸린 국내 최초 한중 동시 방영 100% 사전 제작 드라마다. 공사창립기념드라마라는 이름에서부터 작품이 지닌 무게를 느낄 수 있다.

‘태양의 후예’ 1회는 이 같은 엄청난 부담감을 껴안고도 보란 듯이 최고의 성적을 냈다. 첫 회 시청률 14.3%(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지난 2년간 지상파에서 방송됐던 주중 미니시리즈들을 통틀어 가장 높은 첫 방송 시청률 수치다.

무엇보다 ‘태양의 후예’로 KBS는 드라마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했고, 김은숙 작가는 자존심을 지켰다.

김은숙 작가는 ‘태양의 후예’를 통해 KBS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김은숙 작가는 ‘파리의 연인’(2004) ‘프라하의 연인’(2005) ‘연인’(2006) ‘온에어’(2008) ‘시티홀’(2009) ‘시크릿 가든’(2010) ‘신사의 품격’(2012) ‘상속자들’(2013)까지 SBS 드라마와 함께 흥하며 대한민국 대표 로맨틱 코미디 작가로 자리 잡았다. 그에게는 ‘자기복제’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 로맨스 전개와 구성, 특유의 오그라드는 대사 등이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김은숙 작가는 “왜 나한테 자꾸 다른 걸 해보라고 하는 건가”라고 오히려 되물으며 “이번 드라마야말로 내가 쓴 최고의 판타지물이다”라고 ‘태양의 후예’를 통해 보여줄 작가 특유의 감각을 말했다. 작가의 이 같은 자신감은 1회에 여과 없이 나타났다. 첫 회는 유시진(송중기), 강모연(송혜교), 서대영(진구), 윤명주(김지원)의 캐릭터 소개로 꾸며졌다. 몰입감을 높인 이유는 러브라인 형성이 단 1시간 만에 완료됐기 때문이다. 요즘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사이다 전개와 김은숙 작가만의 청량감 있는 대사가 주요했다.

KBS는 ‘태양의 후예’를 기점으로 사기를 높여보고자 했다. 지난해부터 줄곧 이어진 주중 미니시리즈의 저조한 성적을 반등할 기회로 삼은 것이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 이후 KBS 수목드라마는 ‘복면검사’, ‘어셈블리’로 경쟁의 쓴 맛을 봤다. 최근 종영된 ‘장사의 신-객주2015’가 그나마 동시간대 2위를 유지했지만 극히 일부 시청자만을 만족시키며 사극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저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작품성과 별개로 주중 시청자들의 취향을 만족시키지 못한 편성의 불찰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KBS는 김은숙 작가 특유의 정곡을 찌르는 트렌디한 대본을 승부수로 뒀다. MBC 드라마 ‘여왕의 교실’에서 묵직한 화두를 던지는 김원석 작가가 함께 무게 중심을 맞춘다. 연출진 역시 믿음을 준다. ‘태양의 후예’를 담당한 이응복, 백상훈 감독은 KBS2 드라마 ‘비밀’을 통해 인간 관계, 심리를 섬세하게 담아내며 마니아와 대중을 모두 사로잡았다. 이응복 감독은 ‘드림하이’ ‘학교2013’ ‘연애의 발견’ 등을 통해 젊은 감각을, 백상훈 감독은 ‘드라마스페셜-중학생A양’ ‘후아유-학교2015’ 등으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선보였다.

한 회 만으로 작품 전체를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일단 ‘태양의 후예’ 1회는 네 제작진의 강점만을 ‘영리하게’ 담아냈음이 분명하다. 100% 사전제작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시청자들 기대에 부응하고 거침없이 상승세를 탈지 주목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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