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현 기자의 캠프 리포트] 우규민, 칼날 제구 비결은 투구 밸런스

입력 2016-02-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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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우규민은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자신의 장기인 날카로운 제구력을 더 가다듬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와인드업 이후 물 흐르듯 공 쉽게 던져
타고난 손 감각에 예쁜 폼 만들기 노력
“내 공 믿고 리듬감 있게 던지는 게 최선”


‘제구는 좋지 않지만 시속 150km의 빠른 공을 가진 투수와 공은 빠르지 않지만 제구력이 좋은 투수 중에 한 명을 고른다면?’

이 질문을 10개 구단 감독에게 던진 적이 있다. 대부분의 감독들은 후자를 선택했다. 구위와 제구력을 모두 가지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구위보다는 제구력이 경쟁력을 가진다고 했다. LG 우규민(31)도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칼날 제구력을 자랑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152.2이닝을 던져 단 17개의 볼넷만 내줘 규정이닝을 던진 투수 중 최소볼넷을 기록했다. 9이닝당 볼넷으로 환산하면 1.0개에 불과했다. 사실 그는 경찰청에 다녀오기 전까지만 해도 불안한 제구력의 소유자였지만 군 입대를 기점으로 변했다. 우규민은 과연 어떻게 KBO리그를 대표하는 제구력피처로 거듭났을까.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만나 그 비결을 들어봤다.


● 제구력은 밸런스…타고난 손 감각 필수

우규민은 제구력은 곧 투구밸런스라고 믿는다. 그는 “와인드업하고 중심이동을 해서 손에서 공이 떨어지는 순간까지 물 흐르듯 던지는 투수들은 제구력이 좋다”고 강조했다. 류현진(LA다저스), 윤성환, 장원삼(이상 삼성), 윤석민(KIA), 유희관, 장원준(이상 두산) 등을 예로 들며 “이들은 모두 공을 쉽게 던진다. 공을 쉽게 던지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투구밸런스가 좋기 때문이다. 밸런스가 좋으면 제구력도 좋다”고 주장했다. 우규민도 투구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밸런스다. “밸런스가 흐트러지면 공을 놓는 순간 원하는 곳으로 공이 가지 않는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터득했다. 여기에 손 감각까지 타고나면 금상첨화다. 우규민은 “손 감각은 타고나야하는 부분이 있다”며 “밸런스가 맞지 않았을 때도 손 감각으로 공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어린 시절 놀이가 곧 훈련

물론 타고난 재능만으로 살아남지 못하는 게 프로의 세계다. 우규민은 어린 시절부터 제구력을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공으로 뭘 조준해서 맞히는 걸 좋아했다. 그땐 놀이였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구력 향상에) 도움이 된 것 같다”며 “나무에 공을 던지거나, 우유를 먹고 남은 우유갑을 멀리 놔두고 맞히는 놀이를 많이 했다. 쓰레기통에 휴지를 던져서 넣거나 작은 골대에 공을 넣어야하는 농구도 좋아했다”고 회상했다. 좋은 폼을 가진 투수들의 투구영상도 우규민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어릴 때는 폼이 예쁜 투수들의 영상은 무조건 찾아봤다”며 “임창용 선배처럼 던지고 싶어서 투구하는 모습을 비디오로 녹화해놓고, 야구가 끝나고 집에 가면 그 영상을 하루에 200번씩은 돌려봤다. 비단 한국 선수들뿐 아니라 미국, 일본 투수들 중에 예쁜 폼을 가진 선수들 영상은 계속 봤는데, 나도 모르게 그 폼을 따라하고 있더라. 도움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제구력은 믿음과 리듬

우규민은 후배들에게 “공을 많이 던져보라”고 조언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의 야구인생은 경찰청을 기점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경찰청에 입단하자마자 선발로 전환했고, 많은 이닝과 공을 던져보면서 재능의 꽃을 피웠다. 우규민은 “중간계투를 할 때는 소화이닝도 짧았고, 전력으로만 공을 던지다보니 어떻게 타자를 상대해야 하는지 생각을 많이 하지 못했다”며 “선발은 모든 공을 100%로 던지지 못하지 않나. 공을 어떻게 던져야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지 고민을 많이 했고, 그 과정에서 요령도 터득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구력은 누군가가 가르치거나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본인이 공을 던지면서 깨달아야하는 부분이지만 자기 공에 믿음을 가지고 자신만의 리듬을 가지고 투구하면 분명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오키나와(일본) |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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