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표 명품 대사’가 벌써 입소문을 타며,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극본 김수현 연출 손정현)는 김수현 작가의 탄탄한 스토리와 감성적이면서도 때로는 거침없는 대사, 손정현 PD의 섬세한 연출력, 현실적이면서도 개성 가득한 캐릭터와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후끈한 반응을 얻고 있는 상황. 높은 완성도와 더불어 ‘안티스트레스’ 드라마로 주말드라마의 품격을 한껏 높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방송 4회 만에 ‘역시 김수현 작가!’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대사들이 큰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개성 강한 인물들이 쏟아놓는 말 한 마디가 때로는 인생에 대한 혜안이 담긴 진지한 성찰로, 가끔은 속을 후련하게 뚫어주는 촌철살인으로 다가오며 ‘무한 공감’을 얻고 있다.
●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 –혜안갑(甲)편-
-그저께와 똑같은 어제, 어제와 똑같은 오늘, 한달 전 일년 전과 같을 내일, 일년 후 삼 년 후에도 똑같을 하루하루...(1회, 새벽에 일어나 초고속으로 집안일 해치우고 남편이 운영하는 병원 화장실 청소 중, 전업주부 김해숙의 독백)
-우리 다 몇 번 쯤은 누군가한테 다치면서, 누군가 다치게 하면서 살아. 너 좋아서 쫓아다니던 니 후배, 너 얼마나 고약하게 굴어 쫓아버렸어. 걔도 너처럼 죽는 날까지 너 용서 못한달 수도 있어. 도낀개낀 그게 그런 거야. (4회, 첫사랑의 상처 때문에 여자를 믿지 못하게 됐다는 아들 조한선의 고백을 듣고 아버지 홍요섭이)
-천수를 다하고 떠나든, 어려서, 젊어서, 젊지도 늙지도 않은 어중간한 나이에 병이나 사고로 끝나든 마무리는 누구나 죽음이다. 60년 살아오면서 부모님도 가셨고 오빠도 세상 버렸고 큰집 형님도 조카도 떠나갔다. 삶이라는 게... 목숨이라는 게... 그래 그런 거지. 한치 앞 모르는 채 웃고 울고 화내고 싸우다가 어느 날 호출 당하면 다 놓고 끌려가 사라지는 걸로 정리되는 거지. 아직 한참은 더 함께 할 줄 알았던 오랜 친구가 저 세상으로 사라진단다. 친구가 떠난다는데 나는 이 아침에 내 인생을 생각한다. (4회, 간밤에 친구의 췌장암 투병소식을 들은 김해숙이 이른 아침 남편 병원을 청소하다가 멍한 채로)
-죽구 사는 건 어째 볼 도리가 읎는 겨. 당신하구 나 이러구 탈 읎이 살구 있어두 모르는겨. 내일 자다 죽을 수두 있구 세수하다 씨러질 수두 있구. 그라니까 내 말은 매일매일 날마다 기분 좋게 살다가자 그거여.(4회, 친구 투병소식으로 심란한 며느리 김해숙의 사연을 들은 시아버지 이순재가 아내 강부자에게)
● 긴 말이 필요 없다! -촌철살인편-
-이모 그거 몰라요? 부처님 눈에는 똥덩어리두 부처루 보이구 똥덩어리 눈에는 부처두 똥덩어리루 보인다는 거.(2회, 이모 양희경이 형 노주현과 며느리 서지혜가 정분 난 것 아니냐는 소문을 집으로 물고 들어오자, 송승환이 이모에게)
-세상 핑계대지 말어요! 세상이 다 새소리 개소리 해두 가족은, 가족은 그러는 거 아니죠!(2회, ‘홀시아버지-과부 며느리 정분 소문’ 얘기하며 ‘현실이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 같은 세상’이라고 핑계 대는 이모 양희경에게 술에 취한 노주현이)
-그래서 온 몸에 딱징이 한꺼번에 홀랑 벳겨서 고춧가루 소금 뿌린겨? (2회, 아내와 아들 한꺼번에 잃고 속상한 아들 노주현을 헛소문으로 괴롭히는 동생 양희경에게 언니 강부자가)
-아, 엄마 당구쳤어, 쓰리 쿳션.(3회, 엄마 임예진이 ‘홀시아버지-과부 며느리’ 헛소문으로 사돈댁과 언니 서지혜, 그리고 자기 집을 발칵 뒤집은 것을 일컬어 딸 남규리가)
-엄마, 나랑 아버님한테 똥 먹였어.(3회, 엄마 임예진이 사돈댁 뒤집을 심산으로 이모 할머니 양희경과 만나 ‘홀시아버지-과부 며느리’ 헛소문 낸 것을 알고 분개한 서지혜가 소리 지르며)
-니 인생은 니꺼 내 인생은 내꺼 몰라?(4회, 딸 남규리가 아저씨들 만나면 어디서 뭐하고 노냐며 잔소리하자 임예진이 당당하게)
● 번뜩이는 재치의 미학 –유머편-
-살어있다는 증거여, 증거. 살어있으니께 운동하구 살어 있으니께 아픈 소리 내구. (3회, 노래방에서 춤추고 몸살 난 이순재가 핀잔주는 아내 강부자에게)
-임신했어. 삼개월이야. 거짓말이야. 연속극은 결혼하구 난 뒤에 유산했다 그러잖아. 임신이라두 했었으면 좋았겠다 그래서 한번 해 본 거야.(3회, 옛 연인 조한선이 다시는 나타나지 말라고 말하자 왕지혜가)
-해해해. 이쁘잖어어. 하나같이 죽죽 뻗어서 춤 잘 추구 노래 잘하구. 옛날엔 저런 체격 읎었어. 저게 다 우리들이 죽자구 경제발전 시켜 잘 멕여 키운 보람여.(4회, 텔레비전에 나온 걸그룹을 보며 이순재가)
제작진은 “‘대사의 연금술사’라는 김수현 작가가 한 회 한 회 내놓는 공감 가는 어록들을 마주할 때마다 제작진 역시 감동을 받으며 작업한다”며 “‘그래 그런거야’는 이제 본격적인 시작에 나선다. 늘 뚝심있는 저력을 발휘했던 김수현 작가가 이번에도 보여줄 어록들을 기대해달라”고 전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SBS